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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멘트 Nov 13. 2024

고지식한 놈들의 음악 트집잡기
(24년 11월 1주)

성진, 존박, 투모로우바이투게더, Ella Mai 외


"이토록 담백한 위로"


1. 성진 (DAY6) – [30] 

카니 : 데이식스가 이야기해왔던 "좋은 음악은 언젠간 결국 빛을 본다."라는 믿음을 확신으로 바꿔준 2024년은,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와 ‘예뻤어’의 역주행을 시작으로, 긴 공백기 끝에 발매된 [Fourever], 그리고 [Band Aid]의 정주행까지 누가 뭐래도 데이식스의 해였다. 여기에 성진의 첫 번째 솔로 앨범이 더해졌다. 팀의 시그니처 보이스로 불리는 성진은 활동 중단과 군복무로 가장 긴 공백을 가졌었고, 그동안 다른 멤버들은 솔로나 유닛 활동으로 각자의 감성을 보여줬다. 영케이는 인생을 놀이터에 비유하며 넘어지고 다시 일어서도 결국 웃게 될 거라는 낙천적인 위로를, 원필은 행운을 빌어주고 그리다 보면 언젠가는 이루어질 거라는 INFP 특유의 따뜻한 감성을 들려줬다. 이러한 과정에서 각 멤버들은 팀에서는 볼 수 없었던 고유의 감성과 작법을 들려줬고, 이로 인해 성진의 솔로에 대한 기대감도 자연스럽게 커지게 되었다.


[30]은 서른 살까지의 인생을 적은 자서전 같은 앨범이다. 특히, 우울의 파동이 그대로 느껴지는 작법을 보여주는데, "어린 눈엔 세상이 따뜻해 보였는데 마주해 보니 너무 차가웠어"(동화 속 아이처럼 中), "다채로운 삶들 속에 모두가 같을 순 없잖아 그렇게 난 또 겨울을 견뎌"(나무는 결국 겨울을 견뎌낼 거야 中), "언젠가는 나도 행복할 수 있게, 웃음 지을 수 있길"(EASY 中)과 같은 가사들로 공백기 동안의 감정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그러나 비단 성진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화자를 특정하지 않고, 서른을 향해 가는 이들이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고민과 위로를 담았다. 우울, 아픔, 고독 같은 감정을 듣는 게 어떻게 위로가 되겠냐고 할 수도 있지만, 진정한 위로는 거창한 말보다 "나도 너와 같았어"라는 공감에서 오는 거 아닌가. 그리고 이미 그 길을 걸어본 이만이 줄 수 있는 담담한 위로가 바로 이 앨범의 핵심이다.


음악적으로는 다솔, 밍지션, 심현, 오지현 등 팀의 크레딧에 자주 등장하는 작가진과의 협업은 물론, 서정적인 멜로디의 대명사 적재와 발라드 장인 이주형(모노트리)이 참여하여 성진의 감정선을 깊게 확장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 결과, 팀의 색을 유지하면서도 록 발라드를 중심으로 한 음악적 색채가 뚜렷하게 드러난다. 특히, 데이식스의 ‘Afraid’ 무드를 자아내는 ‘I don’t wanna lose’는 성진의 허스키하고 울부짖는 듯한 락 보컬이 감정의 깊이를 밀도 있게 표현하며, 데이식스의 감성보다 더 강렬한 울분을 전한다. 앨범은 전반적으로 무겁고 차분한 밴드 사운드를 기반으로 하면서도, 중반부에 약간의 슈게이징이 더해진 몽환적 인디팝 ‘아무것도 안 하고 싶다’와 Conan Gray 스타일을 연상시키는 신스팝 ‘EASY’로 분위기를 환기시키며, 앨범 흐름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다양한 사운드를 담아내고 있다. 이렇듯 성진은 데이식스의 시그니처 보컬로서의 존재감을 드러내며, 대중에게는 본인만의 감성을 선보이고, 팬들에게는 성진의 공백을 채워주는 앨범으로 솔로 가수로서의 첫 발을 내디뎠다. 겪었기에 누구보다 섬세하게 내면을 담아낸 [30]은 올해 데이식스의 열풍을 이어가는 데 부족함이 없는 앨범이었다.





"이지리스닝과 장르음악의 예리한 결합"


2. 존박 - [PSST!]

하울 : '슈퍼스타K2의 준우승자', 이제는 '평양냉면 마니아'라는 별명이 더 친숙하게 다가오는 보컬리스트 존박. 지난 10년 동안은 예능인적인 측면이 부각되다 보니, 그 역시 본격적으로 앨범 작업에 들어가기보다는 싱글이나 OST 작업 중심으로 간간히 음악을 발표해 왔다. 대중의 기억 속에서 존박이 어떤 색깔의 가수였는지가 점점 희미해져 가는 시점. 11년 만에 발매하는 정규 앨범 [PSST!]는 R&B를 시작해, 훵크, 재즈, 일렉트로닉, 포크 등 그가 소화할 수 있는 장르의 스펙트럼이 넓다는 것을 증명하는 작품이다. 가스펠 느낌의 재즈 팝 트랙 ‘BLUFF’로 시작해, ‘VISTA’와 ‘NIGHTCRAWLER’에서는 도회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고, ‘STUTTER’에서는 하우스에 도전하는 등 '쳐밀도'의 그를 기억하던 대중에게는 꽤나 신선한 충격을 안길 수 있는 앨범으로 완성되었다. 

 

스타일리쉬한 분위기의 전반부와 서정적인 감성을 담은 후반부로 구성이 되어 있으며, 다양한 장르가 섞여 있음에도 불구하고 물 흐르듯이 흐름이 이어진다. 다만 후반부로 갈수록 곡조가 간결해지고 비교적 차분한 무드를 유지하고 있어 개별 곡 단위로 구분이 어렵다는 느낌은 있다. 컨템포러리 R&B 곡인 ‘ALL I WANT’와 ‘같은 마음 다른 시간’, 그리고 피아노 발라드 곡인 ‘SOMEBODY BETTER’와 ‘YOU WERE THE ONE’을 연이어서 들려줌으로써 따뜻한 질감의 사운드가 반복, 거기에 중저음이 강조되는 보컬이 올라가면서 시원시원했던 흐름이 한순간에 늘어져버리고 만다. 또한 타이틀곡인 ‘꿈처럼’은 웨스트코스트 AOR, 내지는 요트 록 장르를 참고했다는 점에서 다소 아쉽게 느껴진다. 애초에 시티팝이라 불리는 음악들의 한계이긴 하지만, ‘꿈처럼’ 역시 기시감이 드는 인트로나 어느 정도 규격화된 편곡에서 벗어나지는 못했다. 참고로 앨범의 후반부는 3년 전에 발매했던 EP [outbox]와 유사하게 흘러가는데, 전반부에서는 존박의 새로운 모습을 조명하고자 했다면, 후반부에서는 존박이라는 아티스트가 지금까지 어떤 음악을 해왔는지를 보여주고자 하는 의도로 해석된다.  

 

‘Falling’, ‘네 생각’ 등에서 보여준 이지리스닝적인 방향성에 약간의 장르음악적인 터치를 가미한다는 점에서 [PSST!]는 어렵지 않게 장르음악을 접해볼 수 있는 입문용 앨범에 가깝다. 소울이라 하기에는 앨범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라이트한 편이고, 정통 R&B라고 하기에는 보컬에서 특유의 절제미가 느껴진다. 이렇듯 장르에 대한 이해와 해석을 어필하기보다는 캐치한 멜로디와 편안한 사운드에 조금 더 초점을 맞추는 모습을 보인다. 장르음악과 대중음악의 교집합을 만들기 위해서는 일정 수준 이상의 퀄리티와 더불어서 그 시대 사람들이 추구하는 방향성을 어느 정도는 담아내는 것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요즘, 그런 점에서 [PSST!]는 '잘 만들어진 교본' 같은 역할을 해내지 않을까.





"우려먹을 만큼 우려먹은 청춘 서사"


3. 투모로우바이투게더 - [별의 장: SANCTUARY] 

 : 그간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이하 TXT)는 일본의 '세카이계(世界系)' 요소 ('신세기 에반게리온'에서 유래된 일본 서브컬처 중 하나로 주인공 소년의 섬세한 감정이 세계의 거대한 운명과 직결된다는 세계관)을 활용해 멤버들이 겪는 내면적 갈등과 정서적 혼란이 현실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독특한 서사를 전개해 왔다. TXT는 '장(章) 시리즈'와 'minisode' 시리즈를 통해 성장 과정에서 마주하는 청춘의 다양한 감정을 풀어내며, 직전 앨범인 [minisode 3: TOMORROW]를 통해 지난 5년간의 서사를 총망라하고 앞으로의 새로운 챕터를 예고하는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했다. 하지만 TXT는 이번 신보로 청춘과 사랑을 테마로 한 [별의 장: SANCTUARY]을 발매하며 '장(章) 시리즈'를 이어가는 선택을 했다. 이른바 '장(章) 시리즈'가 TXT만의 고유한 세계관이긴 하나 5년 동안 청춘이라는 테마를 다양한 방식으로 풀어 내온 만큼 소재 고갈과 신선함의 부족이라는 리스크를 감수하며 다시 이 주제를 선택한 것에 대해 의문이 든다. 특히 이번 앨범은 사랑과 우정이라는 다소 평범한 주제와 구성으로 인해 TXT의 개성적인 세계관이 충분히 드러나지 않는다는 아쉬움이 따르기도 한다.


음악적 측면에서도 TXT만의 고유한 사운드가 강하게 느껴지지 않는 것도 아쉬운 포인트 중 하나다. 그동안 ‘9와 4분의 3 승강장에서 너를 기다려 (Run Away)’에서는 팝 록과 EDM 사운드를, ‘0X1=LOVESONG (I Know I Love You)’에서는 얼터너티브 록, 그리고 ‘LO$ER=LO♡ER’에서는 팝 펑크와 록 사운드를 결합하는 등 TXT는 독창적인 사운드를 바탕으로 앨범마다 새로운 음악적 시도를 이어왔다. 하지만 이번 신보는 다소 평범한 POP음악을 선보이며 TXT가 음악적 스펙트럼을 넓혀 POP을 선택했다는 인상보다 어떤 남자 아이돌이 불러도 무방할법한 뻔한 POP을 가져오지 않았나 라는 생각이 든다. 청량한 팝 사운드와 이지한 멜로디로 구성된 타이틀곡 ‘Over The Moon’은 듣기엔 편안하지만 전반적으로 터지는 포인트의 부재로 다소 밋밋하게 들리며 특별히 기억에 남거나 인상적인 포인트가 없이 평이하다. 앨범 전체적으로 독창적인 탑라인이나 리듬의 변주가 부족해 곡의 임팩트가 약하다는 인상이다.


이번 앨범은 TXT가 데뷔 5년 차에 접어들면서 그들의 음악적 방향성을 재고할 시점에 놓여 있음을 다시금 상기시킨다. 청춘과 성장이라는 큰 줄기의 서사를 이어가고 있지만, 지난 앨범들과 확연한 차별화나 새로움을 찾기가 어려워 빅히트 뮤직의 보수적인 기획이 아닌가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과연 5년 차를 맞이한 TXT가 언제까지나 청춘 서사를 고집할 수 있을지 의문이기에 더더욱 새로운 챕터를 열어야 할 시기가 아닐까 싶다. 게다가 청춘이라는 주제는 BTS가 '화양연화(花樣年華)' 시리즈를 통해 이미 깊이 다룬 바 있기 때문에, 빅히트 뮤직의 게으른 기획이라는 인상을 주는 것도 부정하기 어렵다. TXT만의 음악적 색깔은 유지하면서도, 독창적이고 다채로운 서사와 함께 폭넓은 음악적 스펙트럼을 시도해 본다면 TXT의 매력과 가능성은 더욱 풍부하게 펼쳐지지 않을까.





"공개된 예고편, 흥행까지 이어질까"


4. Ella Mai - [3]

카니 : Ella Mai를 처음 알게 된 곡은 John Legend가 피처링한 ‘Everything’이었다. 그녀의 묵직하면서도 부드러운 저음은 기교 없이도 클래식 R&B의 깊이를 느끼게 해 줘 그때부터 자주 듣게 된 아티스트였다. 그러나 예상보다 짧은 시간에 주목받고 인기가 식어 아쉬움이 남았었고, 최근에는 활동도 뜸하고 성적이 저조한 편이었다. 특히, 그녀의 첫 앨범 [Ella Mai]에 비해 후속작 [Heart On My Sleeve]는 퀄리티 높은 R&B 앨범이었음에도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는데, 그 이유는 아무리 좋은 보컬을 가지고 있어도 1시간 남짓 비슷한 템포로 이어지는 러닝타임에서 오는 늘어짐과 ‘Trip’이나 ‘Boo’d Up’ 같은 킬링 트랙의 부재 때문이었다. 나 역시 그런 이유로 [Ella Mai]를 더 선호하는 편이기도 하니까. 그런데 이번 [3]를 듣고 나니, [Ella Mai] 이후 처음으로 다음 앨범을 기대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3]은 R&B 본연의 정수를 담은 앨범이다. 첫 곡 ‘Hearts On Deck’은 핑거 스냅 비트가 더해진 R&B 트랙으로, 오랜만에 듣는 저음의 매력적인 음색을 온전히 느낄 수 있었다. 이어지는 ‘One Of These’는 Cee-Lo와 Timbaland의 ‘I'll Be Around’을 샘플링한 트랙으로 서던 힙합 드럼 머신 위에 새로운 멜로디를 얹고, Ella Mai의 싱잉 랩처럼 뱉는 보컬이 색다른 매력을 발산한다. 마지막 트랙 ‘Little Things’는 오랜 기간 함께한 프로듀서 DJ Mustard의 색이 묻어나는 트랩 소울 바이브로 앨범을 마무리한다. 사실, 음악적인 면도 그렇지만 아티스트가 앨범에 담은 애정 덕분에 기대감을 더욱 증폭시키는데, 특히 '3'이라는 숫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EP [3]은 30살을 맞이한 Ella Mai의 생일 11월 3일에 발매한 3개의 트랙을 담은 앨범이며,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숫자이자, 앨범 커버에서 보이듯 타투로도 새긴 숫자 "3"은 영화 속 복선처럼 음반 곳곳에서 나타난다. 그루비하고 가볍게 들을 수 있는 저음역대의 보컬이 돋보이는 힙합 바운드 트랙 구성도 R&B 여제의 귀환을 기대하게 만들지만, 무엇보다 아티스트의 에너지 넘치는 애정이 고스란히 담겼다는 점에서 이어질 정규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는 것은 팬들에게 자연스러운 흐름이 아닐까.





"동서양의 아티스트들이 만들어낸 무국적의 콜라주"


5. Haruomi Hosono - [HOSONO HOUSE COVERS]

하울 : 1973년에 발매된 [HOSONO HOUSE]는 핫피 엔도와 YMO의 멤버로 알려진 호소노 하루오미의 솔로 데뷔 앨범이다. 핫피 엔도 해체 직후의 호소노는 그 당시 아메리칸 포크 뮤직의 선두주자였던 The Band와 James Taylor에 영향을 받아 핫피 엔도의 포크 록 사운드를 홈레코딩 방식으로 담고자 했다. [HOSONO HOUSE COVERS]는 [HOSONO HOUSE]의 발매 50주년을 기념하여 미국의 인디 레이블 STONES THROW RECORDS와의 공동 협력 형태로 제작한 트리뷰트 앨범이다. 트리뷰트 앨범이라는 형식 자체는 흔한 발매 형태 중에 하나로 자리를 잡은 지 오래되었으나, 동서양의 뮤지션들이 하나의 앨범을 통째로 커버한다는 발상은 꽤나 신선하게 다가온다. 

 

원곡 버전에서는 소박하면서도 포근한 느낌의 포크 록이 주를 이뤘다면, 트리뷰트 앨범에서는 재즈나 IDM, 보사노바 등 장르적으로 다양한 해석을 시도한다. 예를 들어, 프랑스 출신의 인디 팝 듀오 Pearl & The Oysters는 원곡의 나른한 감성을 아기자기한 드림 팝으로 만들어버리는가 하면, 유일한 한국 아티스트인 새소년은 앰비언트 사운드를 적재적소에 활용하면서 왠지 모를 으스스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대부분의 곡들이 코드 진행을 변형하거나 새롭게 구축했음에도 불구하고 개개인의 커버 곡들이 따로 노는 느낌 없이 다채롭게 흘러간다는 인상이다. [HOSONO HOUSE]가 발매되었던 1973년 당시만 해도 홈레코딩이라는 방식이 드물었던 만큼, 원작의 DIY 감성을 좋아했던 리스너라면 지금 세대의 표현이 다소 세련되게 느껴질 수는 있다.

 

호소노의 커리어 자체가 엑소틱한 사운드, 속된 말로 동양풍의 음악을 주로 선보였던 것과는 달리, [HOSONO HOUSE COVERS]는 무국적의 얼터너티브한 색깔들로 가득하다. 특이점이 있다면, 새소년과 Sam Gendel을 제외하고는 국적과 관계없이 모두 일본어로 가창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2020년대에 와서는 동서양 뮤지션들의 컬래버레이션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데, 국적과 언어에 구애받지 않고 하나의 음반을 완성시켰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음악 시장이 어떻게 흘러갈 수 있을지를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었던 프로젝트였다. 추가로 호소노 본인이 셀프 커버한 앨범 [HOCHONO HOUSE]와 [HOSONO HOUSE] 그리고 이번 앨범까지, 세 가지 버전을 번갈아가면서 들어보는 것도 추천하는 바다.





"그의 난해함에 슈퍼 이끌림"


6. Vaundy – ‘風神(fujin)’

 : Vaundy는 현재 일본 J-POP 씬에서 주목받는 아티스트 중 하나로, 넓은 음악적 스펙트럼으로 록, 신스팝, 재즈, 힙합 등 다양한 장르를 혼합하여 자신만의 스타일을 확립해왔다. J-POP을 기반으로 하되, 장르를 넘나드는 그의 음악은 기존의 틀에 얽매이지 않으며, 특히 이번 신보에서 이러한 색채가 그대로 드러난다. 이번 싱글 ‘風神(fujin)’은 J-POP에 록과 신스팝이라는 새로운 색깔을 덧입혀 혼합된 사운드를 구성하면서도, 단순한 장르 혼합을 넘어 독특한 정서와 감정적 깊이를 표현하는 방식이 인상적이다. 그는 록의 강렬한 에너지를 절제하고, 신스팝의 몽환적이고 부드러운 질감을 덧입혀 곡의 감정선을 섬세한 방식으로 다룬다. 보통 신스팝과 록을 결합할 때 한 장르가 강하게 드러나기 마련이지만, Vaundy는 두 장르의 균형을 섬세하게 맞추어 곡 전체에 일관된 감정적 몰입을 제공한다. 차분한 신스와 묵직한 베이스가 곡의 중심을 이루어 강한 에너지를 발산하기보다는 여운을 남기며, 이를 통해 감정의 고조가 직접적으로 표현되기보다 서서히 번져 나가, 곡에 더욱 깊이 몰입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또한, 그의 음악은 특유의 비유적인 가사를 해석하는 게 또 하나의 매력으로 작용되는데 ‘風神(fujin)’에서도 그의 시적인 작법이 담긴 메시지가 돋보인다. '상처 속에서도 따뜻함이 있다'는 메시지를 바람에 비유한 이번 곡은 관계 속에서 느껴지는 아픔과 그 안에서 발견되는 따뜻함을 세련된 방식으로 전달하며, 듣는 이에게 위로와 감정적 몰입을 이끌어내는 성숙한 메시지를 전한다. 가상의 자아와 진짜 자아 사이에서 혼란을 겪고, 자신을 복제된 이미지에 맞추며 살아가는 현대인의 모습을 그려낸 곡이었던 정규 앨범 [replica]를 기점으로 사회에 대한 비판적 시선과 개인의 자유에 대한 갈망을 표현했던 직전 싱글 ‘GORILLA SHIBAI’ 까지 Vaundy의 가사가 날이 갈수록 추상적이고 난해해지고 있지만 이런 모호한 표현이 오히려 곡의 해석에 다양한 여지를 남긴다고 생각한다. 가사에 대한 명확한 답을 찾지는 못해도, 난해한 가사를 통해 듣는 이가 각자의 경험을 투영할 수 있도록 여백의 공간을 남긴다는 점이 Vaundy 음악의 매력이 아닐까 싶다. 절제와 여백을 통해 깊은 여운을 남기며, 감각적이면서도 깊이 있는 매력을 동시에 발산하는 점에서 J-POP을 좋아하는 이들이 Vaundy의 음악을 찾는 이유이지 않을까.


올 한 해 2장의 싱글과 2장의 정규 앨범을 발매하며 허슬러의 면모를 보여준 Vaundy는, 매 앨범마다 새로운 시도와 다양한 장르적 실험을 통해 끊임없이 J-POP의 경계를 확장하며 자신만의 독창적인 스타일을 확립해가고 있다. 단순한 대중적 성공을 넘어, 예술가로서의 성장을 목표로 하는듯한 Vaundy가 음악적 성숙을 꾸준히 추구하며 앞으로도 한층 더 깊어진 음악을 선보이지 않을까. 이러한 끊임없는 도전이 곡을 통해 나타나 특별한 감정적 울림을 전달하며, J-POP의 새로운 가능성을 선보인다고 생각한다.





※ '쑴', '카니'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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