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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멘트 Nov 27. 2024

고지식한 놈들의 음악 트집잡기
(24년 11월 3주)

G-DRAGON, 극동아시아타이거즈, 진, Buck-Tick 외


"GD라는 집을 바라보는 세입자와 방문객의 온도 차이."


1. G-DRAGON – ‘HOME SWEET HOME’

윈스턴 : 지난 10월 G-DRAGON의 복귀 싱글 ‘POWER’는 그야말로 K-POP의 뜨거운 감자였다. 그간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빅뱅의 존속 여부는 물론, 마약 투약 누명 사건을 겪으며 대중에게 치명적인 인상을 남겼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그를 다시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많은 이들은 크게 환호했고, 이에 부응하듯 1달도 되지 않아 새로운 싱글을 공개했다. 세 개의 하얀 건반과 두 개의 검은 건반이 그려진 앨범 아트, 그리고 '즐거운 내 집'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곡 제목은 별다른 설명 없이도 어떤 마음으로 이 트랙을 썼는지 느낄 수 있게끔 한다.


우선 참여진이 돋보인다. 빅뱅의 현 멤버 태양과 대성의 참여는 물론, 그들의 전성기를 함께 했던 작가진인 TEDDY·CHOICE37 등의 이름을 확인할 수 있으니 말이다. 때문에 타 작가진이 참여했던 전곡과 비교했을 때, 보다 안정적인 그의 플로우와 특유의 작법을 확인할 수 있었다. 허나, 신스웨이브 트랙 속 음악적인 대담함이나 임팩트는 확인하기 어려웠다. 목적 자체가 그를 그리워하는 특정 리스너들을 향해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G-DRAGON과 빅뱅의 음악에 대해 잘 알고 있지 않은 젊은 층에게는 다소 시시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K-POP 솔로 아티스트 중에서도 가장 아이코닉한 존재로 여겨졌고, 이에 대한 기대감 또한 많았을 테니 말이다. 아무래도 집에 살았던 이와 기대감을 안고 구경하러 온 방문객의 입장 차이는 당연히 존재하기 마련이다.


정리하자면 ‘HOME SWEET HOME’은 베일에 가려진 정규 앨범의 선공개 트랙으로 팬들의 기대감을 충족시켜주지만, 역으로 대중에게는 아우라를 떨어뜨리는 아쉬움을 초래하는 싱글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그의 새로운 정규 발매에 앞서 가장 필요했던 건 바로 무대였을 것이다. 별도의 부가 설명이 없더라도 홀로 무대를 휘젓는 그의 모습은 단번에 그의 존재를 각인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니까. 때문에 2024 MAMA 출연은 그를 기억하고 있는, 새로 알아가는 이들 모두에게 긍정적인 영향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아쉬움으로 남는 건, "7년 만에 발매하는 솔로 앨범에 음악적인 시도를 더 가미했더라면"이라는 선택에 대한 아쉬움이다. 모든 트랙이 베일에 가려져 있긴 하지만, 지금까지의 상황을 고려했을 때 그의 화려한 복귀가 될 수 있을지는 아직 확언할 수 없겠다.





"펑크의 역사는 흐른다"


2. 극동아시아타이거즈 - [몽유호원]

도라 : 극동아시아타이거즈는 2019년에 결성한 펑크(Punk) 기반 밴드이다. 밴드 결성 후 첫 오디션부터 첫 공연 등 과거 활동이 유튜브 채널에 아카이브 되어있어, 약 5년이라는 시간을 따라가다 보면 '우당탕탕 음악으로 추억을 노래하는 밴드'라는 그들의 슬로건이 얼마나 잘 녹아있는지를 느낄 수 있다! 결성 이래 거의 비는 주말 없이 꾸준히 공연을 이어오고 있으며 '2024 인천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의 슈퍼 루키로 선정되어 무대를 빛냈다. ‘몽유호원’은 그런 극동아시아타이거즈의 첫 번째 정규 앨범 되시겠다.


이번 음반은 더블 타이틀로 구성되어있는데, 그중 6번 트랙 ‘면목중학교’는 극동아시아타이거즈가 무대를 위해 첫 오디션에 선보인 곡이자 첫 싱글 발매 곡으로 그들의 '시작'과도 같은 곡이다. 소중한 줄 모르고 지나쳤던 소중한 순간들을 노래한 곡답게 한 발자국 뒤에 있는 백킹 기타 사운드로 시작되는데, 힘차게 내달리는 드럼과 보컬의 음색이 '그때 재미있었는데'라며 잊혔던 기억을 떠올리게 만든다. 과거를 향한 향수를 못 느낀대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왜? 신나니까! 대한민국 대표 펑크 ‘말달리자’의 장점이 무엇이던가. 곡이 시작되면 누구나 하나 되어서 방방 뛰고 하나가 된다는 점 아니었던가. 그 장점들을 고스란히 이어받은 반가운 펑크 음반이었다. 다만, 마지막 트랙 ‘흐려질거야’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트랙이 비슷한 무드로 구성되다 보니, 물 흐르듯 흘러가 버리는 점이 한 가지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럼에도 원초적인 흥겨움에 얹어진 노스탤지어가 매력적인 음반임은 분명하다. '펑크'라는 장르를 들었을 때 모히칸 머리와 뾰족한 가죽 재킷을 막연하게 떠올리던 이들에게 '펑크의 즐거움'을 누구보다 쉽게 전하고 있으니. 근심걱정일랑 잊고 앞으로 나아가고 싶을 때, 그리고 어딘가 몽글몽글해지는 추억 여행을 떠나고 싶을 때 극동아시아타이거즈의 곡에 흠뻑 빠져보는 건 어떨까!





"슈퍼 참치 잡고 해피로 돌아온 진, 하지만 흐릿한 행복"


3. 진 - [Happy]

리유 : 방탄소년단 진의 첫 솔로 미니 앨범 [Happy]는 단기적인 유행을 의도한 전작 ‘슈퍼 참치’ 싱글과는 달리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밴드 노래로 '행복'메시지를 전한다. 물론, 두 앨범 사이 닮아 있는 부분 또한 존재한다. ‘슈퍼 참치’는 실제로 낚시 스케줄이 안 맞아 참치에 대한 곡을 만든 것이라면, [Happy]는 단순히 '행복하자'의 가치관에서 시작된 곡으로, 진이 추구하는 음악의 방향성에는 소박한 일상이 묻어난다. 하지만 감성적인 접근을 한 것에 비해 음악에서 ‘Happy’를 온전히 느끼기엔 아쉬운 점이 존재한다.  


이번 타이틀 ‘Running Wild’는 90년대 대표 영국 밴드 중 하나인 Take That의 Gary Barlow 가 프로듀싱을 맡은 만큼, 브리티쉬 록과 현대적인 팝 록이 조화된 밸런스를 보이나 하나의 어색한 부분이 있다. 바로 후렴구에 가성을 활용한 창법인데 얇은 보컬은 고조되는 사운드에 분리되어 묻혀졌다. "We’ll be running wild" 가사에 맞춰 에너지를 힘껏 느끼고 싶은 리스너로서, 대조적인 요소를 한데 담은 의도적인 이유에 대해 궁금증을 가지게 된다. 그런 이유로 앨범의 핵심인 '밝은 행복'이 가장 잘 드러난 트랙은 오히려 타이틀이 아닌 3번 트랙 ‘I'll Be There’로 느껴진다. 한국 정서를 담는 트로트의 분위기도 가진 진의 목소리는 로커빌리 장르의 ‘I'll Be There’에서 꾸밈없는 노래로 돋보이며, 말 그대로 "그저 웃으면 돼"하며 즐기는 감정이 전달된다. 하지만 분위기 전환을 의도한 ‘Another Level’ 이후 마이너한 흐름은 물론, 성장을 다짐하는 마음, 짝사랑, 그리움 등 여러 복합적인 감정을 담은 [Happy]는 ‘happy’가 아닌 다른 제목이 더 좋지 않았을까?


물론 다른 방탄소년단 멤버들이 보이는 아티스트 역량 위주의 팝, 힙합과 달리, 진은 주로 록, 밴드사운드를 통해 단순한 음악을 보이는 것은 눈에 띈다. 이러한 음악적 방향성에 대해, 시간이 지나 방탄소년단 '진'의 이름 타이틀 없이도 장기적으로 차트에 남을 만한 곡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는 아직 명확히 알 수 없다. 하지만 진이 추구하는 '일상과 음악의 연결'의 주제에 국내 정서가 담겨 있는 것은 맞으며, 다음 어떤 소재가 음악에 활용될 것인가는 주목할 만하다.





"안정적인 실험정신과 숙련된 조교"


4. Buck-Tick - ‘雷神 風神 - レゾナンス’ (뇌신 풍신 레조넌스)

도라 : 애니메이션 이외에 가장 잘 알려진 일본 문화가 무엇인가? 를 묻는다면, 단연코 '비주얼 록'을 꼽을 수 있다. 지금이야 잊혀졌지만, '닛폰삘 패션'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던 그룹 X-Japan의 인기를 그 누가 부정할 수 있을까. 글램 록이 일본 내에서 특수한 형태로 고착된 장르가 바로 비주얼 록인데, 그 비주얼 록의 형태를 정립시킨 그룹 중 하나가 바로 Buck-Tick(벅틱) 되시겠다. 물론, 현재까지 비주얼 록의 계보를 이어온 건 아니지만 곧 결성 40주기를 바라보는 현재까지도 익스페리멘탈한 시도를 아낌없이 보여주고 있다.


데뷔 때부터 쉽기만 한 음악을 하지 않았던 벅틱답게 실험적인 사운드가 가득 차 있는 싱글이었다. 드럼 비트 사이를 메우는 클랩 사운드가 90년대 록 밴드 느낌을 살리면서도 사이키델릭한 신스 사운드가 광활하게 펼쳐져 대비를 이룬다. '폭죽(=바쿠치쿠, Buck-Tick의 일어 발음과 동일)'이라는 언어유희를 사용한 그룹답게 이번 싱글에서도 일/영 발음 장난이 부드럽게 이어진다. 뇌신(=라이진)과 Rising. 이후 이어지는 단순한 가사가 반복되며 고조되는 밴드 사운드에 자연히 집중하게 만든다. 군더더기 없는 실험정신이랄까. 벅틱의 음악에서는 숙련된 실험자의 느낌이 난다. 병으로 먼저 세상을 떠난 '사쿠라이 아츠시'를 제외하고 40여 년간 멤버 변동 없이 꾸준히 합을 맞춰온 팀워크가 만들어내는 안정감이야말로 '벅틱의 색깔'이 아닐 수 없겠다.





"보컬 하모니가 주는 R&B의 세련된 매력"


5. FLO - [Access All Areas]

리유 : 팝 그룹이 약화된 영미권 음악 시장에서, 솔로가 아닌 걸그룹 'FLO'의 이름으로 90-00년대 컨템포러리 R&B를 잇는 첫 정규 앨범, [Access All Areas]이 발매되었다. 현재 KPOP을 제외한 그룹 음악은 줄어든 상황이기에, 2022년 활동을 종료한 Little Mix 이후 FLO의 활동은 더욱 주목받고 있다. 


선공개 싱글 ‘Walk Like This’, ‘Caught Up’, ‘Check’로 긍정적 반응을 보인 것과 같이 [Access All Areas]의 16개의 트랙 모두 역시 기대를 만족하는데, 한 명만이 아닌 3명이 지닌 보컬 역량이 전체 퀄리티를 높이고 있다. 물론 매년 단위로 유망한 신인을 뽑는 'BBC Sound of’ 2023'에서의 1위 수상으로 멤버들의 역량은 이미 입증되어 있지만, [Access All Areas]는 '보컬 하모니'가 주는 감미로운 청각 경험을 확실히 선사한다. 특히 백코러스, 하모니가 주는 깊이는 과거 TLC, Destiny's Child가 연상되면서도, 12번 ‘IWH2BMX’, 14번 ‘Shoulda Woulda Coulda’ 트랙과 같이 이른바 00년대 R&B, 힙합 감성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음악적 스타일은 FLO만의 개성을 더한다. 또한 따라 하기 쉬운 후렴구가 특징적인 데뷔 싱글 ‘Cardboard Box’에 이어 타이틀 ‘In My Bag’은 반복적인 가사와 함께 쌓이는 화음으로 풍부한 스펙트럼을 강조한 점이 두드러진다. 


하지만 2022년 데뷔 이후 계속해서 모두 같은 R&B, 댄스 팝, 힙합 스타일의 곡으로 주목받아왔기에, 색다른 장르적 임팩트가 없는 점은 다소 아쉽다. 물론 [Access All Areas] 앨범은 FLO의 첫 정규 앨범인 만큼 앨범의 통일성을 통해 그룹 색깔을 명확히 보여준 것은 좋았으나, 다음 앨범 역시 동일한 스타일의 트랙으로 러닝 타임을 채울 경우 분명 지루함을 느낄 가능성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보여준 멤버들의 R&B 역량은 대중의 기대를 충분히 충족시키며, 적어도 영미권 그룹 시장에 새로운 변화를 부를 수 있는가에 대한 답변은 긍정적이다.





"라디오헤드 식 감정적 공명은 다시는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6. Panchiko – ‘Ginkgo’

윈스턴 : 로스트웨이브는 출처가 기록되지 않은 음원을 뜻하는 언어로 서양 문화권 내 커뮤니티(Reddit, 4chan 등) 사이에서 큰 관심거리 중 하나이다. 음악 안에서 가장 유명한 사례로는 The Most Mysterious Song On the Internet’으로 알려졌던 정보 미상의 곡이, 최근 11월 원작자가 밝혀지게 되며 18년 동안의 수소문이 끝났던 사건이다. 이토록 정보 미상의 곡들에 대한 궁금증을 토대로 모인 집단지성의 노력은 해외에서 꽤 큰데, 영국 밴드 Panchiko 또한 그 노력의 결실 중 하나이다.


2000년에 발매했던 [D>E>A>T>H>M>E>T>A>L]이 16년 뒤에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되며 수소문 되기 시작했고, 결국 2020년 그들의 추종자들은 멤버들을 찾아내며 밴드의 재결합을 이뤄냈다. 그들은 팬들의 호응 속에 20년 만의 라이브 공연을 펼치기도 하고, 지난해에는 첫 정규 앨범을 발매하기도 하며 왕성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초기 앨범은 드림 팝 사운드를 기반으로 한 라디오헤드의 작풍을, 정규 1집은 보다 다양한 장르적 활로를 두는 듯하였다면, 그들의 이번 신보는 보다 은유적인 가사를 펼쳐내려는 노력이 보인다. 여전히 라디오헤드의 영향이 느껴지는 작법은 물론, 몽환적인 분위기 속에서 환각제에 관한 이야기를 은행의 독성에 빗댄 은유적인 가사로 풀어내는 점이 인상적이다. 


전작에서 보여줬던 사운드의 다채로움이나 뛰어난 노이즈 팝의 경향은 덜하더라도, Panchiko가 가지고 있는 감정선이나 아름다운 사운드만큼은 여전히 간직하고 있는 싱글이다. 2년 만에 돌아오는 앨범을 알리는 선공개 싱글로 팬들의 기대감을 끌어올리기 매우 적절한 트랙이지 않을까. 다만, 여전히 라디오헤드와 비슷한 결로 인지되고 있는 만큼, 곧 발매될 새로운 앨범에서는 더 다른 음악적인 시도들이 나와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무엇이 됐든 20년이라는 긴 무명 생활을 딛고 일어설 수 있게 만든 로스트웨이브의 선한 영향력이 새삼 놀랍다. 늦게 피는 꽃이 아름답듯, Panchiko의 감정적 공명이 록 음악 씬 안에서 빛을 발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 '도라', '윈스턴', '리유'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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