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WICE - [STRATEGY]
3세대 대표 걸그룹으로서 음악방송 1위 기록 걸그룹 1위·총 스트리밍 30억 돌파·누적 판매 음반 2,000만 장 돌파 등과 같은 이력을 이어왔던 트와이스는 전작에서 첫 초동 첫 밀리언셀러를 달성하고 최근 월드 투어를 통해 150만 명 관객을 동원하는 등 아직도 식지 않는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수많은 아이돌이 등장한 이 시점에도 어떻게 이러한 인기를 유지할 수 있을까?
걸그룹 명가 JYP에서 출시한 새로운 걸그룹 트와이스의 색깔은 “상큼함”이었다. 이를 잘 살린 데에는 블랙아이드필승의 트렌디한 편곡이 큰 기여를 했다고 볼 수 있다. 데뷔 싱글 ‘OOH-AHH하게’의 상큼함을 살린 틴 팝 사운드로 많은 대중의 주목을 이끌었고, 2016년에 발매했던 ‘CHEER UP’과 ‘TT’는 퍼펙트 올킬·역대 걸그룹 음반 초동판매 1위와 같은 음원 분야에서의 막강한 기록을 달성하며 트와이스는 3세대 대표 아이돌이라는 타이틀을 가져가기에 이견이 없는 행보를 이어갔다.
그렇게 ‘What Is Love?’ 까지 그 컬러를 이어오다가, 스페셜 2집 [Summer Night]을 이후로 음악적 변화를 꾀하기 시작한다. 그 이유는 틴 팝 사운드 남용에 따른 이미지 소비와 자기 복제에서 탈피하기 위한 시도가 아니었을까. 결국 이전과는 다른 색깔을 담아낸 ‘FANCY’를 통해 이미지 변신에 성공했으며,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성과를 이끈 주역은 ‘LIKEY’ 이후 다시 제작에 참여한 블랙아이드필승이었다. 도발적인 가사와 신비로운 신스 리프, 세련된 후렴구를 탁월하게 담아내며 걸그룹 최초 초동 15만 장을 기록하는 등 성과에 힘입어 이러한 변화 시도는 ‘Feel Spcial’ 까지 이어진다.
그러나 2020년 리퍼블릭 레코드와의 파트너십 체결로 북미 진출의 길이 열리며 승승장구할 것처럼 보였던 이들에게도 결국 시련이 찾아오고 만다. 트로피컬 하우스 장르의 ‘MORE & MORE’는 성적 면에서는 나쁘지 않았지만, 뮤직비디오 조형물 표절 논란에 이어 무대 가창력 논란과 리드 보컬 정연의 건강 문제까지 터지며 성공 가도 이래 가장 큰 타격을 입게 되었다. 그럼에도 보사노바와 힙합 사운드를 결합해낸 ‘Alcohol-Free’에서의 재기, 무대와 투어를 통한 실력 재증명, 강렬한 댄스 팝 사운드로의 성공적인 이동을 해내며 결국 트와이스는 무너지지 않고 굳건히 제자리를 유지해냈다. 이 와중에 영어 풀 싱글 ‘The Feels’과 ‘MOONLIGHT SUNRISE’를 통해 빌보드 HOT 100에서 각각 83위, 84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해내며 글로벌 시장에서의 가치를 어느정도 증명해내기도 했다.
이토록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음에도 그녀들은 아직 배고프다. 빌보드 HOT 100 진입도 물론 훌륭한 성과이지만, 자사의 Stray Kids(이하 스키즈)나 타사의 아티스트에 비해서는 순위 경쟁에서 다소 밀려난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으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9년이라는 시간이 만들어낸 탄탄한 팬층, 리퍼블릭 레코드라는 든든한 발판, 월드 투어의 성공적인 마무리, 이제는 팝 시장에서 큰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음악만 나온다면 충분히 앞지를 수 있다고 그녀들도 생각하고 있지 않을까.
10개월 만에 선보이는 [STRATEGY]는 이러한 야망을 여실히 보여주는 앨범과도 같다. 시작을 알리는 1, 2번 트랙은 온전히 영어 가사로 구성되어 있으며, 기존 트와이스가 보여주던 음악 색채와도 거리감이 있는 팝 트랙이다. 타이틀 ‘Strategy (feat. Megan Thee Stallion)’는 리드미컬한 퍼커션 활용·특유의 신스 활용과 같은 2000년대 초반 The Neptunes가 보여줬던 작법 위에, 카우벨과 복고풍의 탐탐 사운드를 배치함으로써 활력을 부여해낸 트랙이다. 달콤하고 캐치한 탑라인은 트와이스가 가지고 있던 상큼한 매력을 전달하기 충분하지만, 메간 더 스탤리언의 기여는 곡 내내 아쉬웠던 에너제틱을 확실히 더해주는 탁월한 선택처럼 느껴진다. 캠코더를 활용한 Lo-Fi 감성, 비디오 콜라주, 컬러풀한 색감과 영미권 도시를 배경으로 한 로케이션이 담긴 뮤직비디오도 팝스러움을 한층 강화시킨다. 그 이후에도 통통 튀는 베이스가 담긴 신스팝 트랙 ‘Kiss My Troubles Away’, 경쾌한 베이스 진행이 담긴 드럼 앤 베이스 트랙 ‘Like It Like It’, 감성적인 선율의 애틀랜타 베이스 트랙 ‘Keeper’와 같이 복고적인 느낌과 팝 시장에서 소구력을 얻을 수 있는 장르 사운드를 채워 넣으려는 시도를 확인할 수 있었다.
물론 음악적인 아쉬움은 있다. ‘Sweetest Obsession’에서는 스트링과 글라이드 신스 리프로 신비롭고 몽환적인 느낌을 연출해냈지만 탑라인의 힘이 부실해 심심하게 느껴진다는 점, 80년대 향수를 자아내는 멜로디가 담긴 ‘Magical’은 드라이빙 베이스가 가미된 캐럴이라는 시도를 제외하면 특별히 기억에 남지 않는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들의 목표가 팝 시장에서의 확실한 어필인 것만큼, 아쉬움을 제쳐놓더라도 기존 가지고 있던 상큼한 에너지 위에 팝 작법을 매끄럽게 엮어내는 것만으로도 성공이 아닐까.
음악 외적으로 프로모션에서도 글로벌 시장에서의 야망을 확인할 수 있었다. 10월에 열렸던 9주년 팬미팅부터 프로모션을 시작하여 국내 더현대와 미국 로스앤젤레스 COMPLEX에서 팝업을 개최하는 것은 물론, 아마존 뮤직 라이브와 액세스 할리우드 출연, 로블록스 팬미팅, 리스닝 파티 등 다양한 방면에서 그들을 알리려는 시도를 펼쳐나가고 있다.
상큼한 컬러를 바탕으로 한 틴 팝에서 음악적 색채를 확장해 나가는 데 성공한 것은 물론, 소녀에서 벗어나 어느덧 성숙한 여성 아티스트의 이미지로 자리매김한 트와이스의 지난 행보에 대해서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이번 앨범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의 야망을 보여준 만큼, 그녀들에겐 앞으로 향해갈 길에 대한 고찰과 이에 따른 전략만이 필요할 뿐이다.
이를 위해서는 자신들을 어떤 아티스트로 재정의할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에너제틱하고 때로는 세련된 팝 음악을 선보이는 것은 여느 아티스트라도 할 수 있기에, 트와이스만의 고유한 음악적 색채와 매력을 확실히 보여줄 수 있는 필살기가 필요하다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다. 이를테면 스키즈에겐 셀프 프로듀싱을 통한 EDM 기반의 강렬한 트랙 사운드를 기대할 수 있고, 블랙핑크에겐 멤버들의 뚜렷한 개성과 YG 특유의 후킹한 걸스 힙합·댄스 팝 사운드를 기대할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이를 위해 제작 본부의 노력도 필요하겠지만, 개개인의 매력이 빛나기 위한 멤버들의 노력도 필요하다. 트와이스는 그동안 하나의 아티스트로서 큰 주목을 받아왔기에, 각 멤버들의 고유한 매력이 더욱 빛난다면 팝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한층 강화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녀들이 향해갈 길에 대해서는 두렵지 않다. 그룹에 가려져 보여주지 못했던 모습을 솔로 활동을 통해 보여주려는 시도들이 있었고, 돌이켜보면 항상 익숙한 듯 새로운 시도들을 보여왔던 트와이스의 길이 앞으로의 도전을 보증하기 때문이다. 2015년 화려한 데뷔, 2020년 변화에 따른 시련과 재기, 이제는 “10년”이라는 타이틀과 함께 새로운 변화를 맞이하게 될 2025년을 앞두고 있지만 결국 트와이스는 답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랬듯이.
by. 윈스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