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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문학 큐레이터 Nov 24. 2022

방황의 역사

Chaper 1. 3대 연예기획사의 오디션을 보다

새로운 에세이로 나의 방황의 역사를 회고해 보고자 한다. 어릴 때부터 꿈이 많던 나는 한 때 가수를 꿈꿨다. 아마 나의 동년배들을 기억할 것이다. 'BoA'라는 어린 여자 솔로 가수가 일본에서 'No 1'을 부르며 한국과 일본에서 'No 1'이 되었다는 사실을. 



대형 공연장에서 라이브하고 춤을 추는 보아를 보고 나도 꿈을 꿨었다. 가수가 되고 싶다며, 나도 가수가 돼서 전 세계를 누비고 싶다고 



꽤 오랜 시간 가수의 꿈을 간직했었다. 내가 오디션 보는 당시는 지금처럼 유튜브나 영상 오디션이 체계화되어 있지 않아 무려 데모 테이프를 보내야 했던 시절이었다. 나는 문구점에서 공테이프를 하나 사서 작은 카세트에 테이프를 넣고 나만의 데모 테이프를 만들기도 했다. 



한때 그 데모 테이프를 친오빠에게 발각(?)되어 밤새 이불 킥을 찼던 기억이 있다. '야 이거 너 목소리야?', '아니, 친구....' 그게 뭐 그리 부끄러웠는지 가수가 되겠다면서 항상 숨고만 싶었다. 



그렇게 데모 테이프를 만들고 친히 우편으로 그 테이프를 보냈다. 볼펜을 끼적이며 나의 당찬 포부와 함께 자기소개서를 동봉했는데 아직까지도 연락이 없는 걸 보니 진작 광탈했을 것이다. 나를 왜 떨어뜨렸을까 Y 소속사는...



다행히 그 당시엔 나의 가수 지망생 동지들이 있었다! 같은 반 친구였던 A 양과 B 양. 방과 후 B양의 집에서 춤 연습을 했었다. 그때 솔로 가수들의 전성시대 이후로 여자그룹 전성기가 시작되었는데, 원더걸스와 소녀시대를 중심축으로 하여 많은 가수들이 데뷔하였다. 그 그룹들의 'Irony'와 'GEE'를 연습했었고, 우리는 서로의 실력을 칭찬해주며 연습을 했다.



오디션을 준비하던 사람들에게 암묵적으로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들이 있다. 1. 학생인데 학생 같아 보이지 않으면 떨어진다. 2. 그 소속사 가수의 노래를 준비하면 무조건 떨어진다. 3. 노래방 Top 10 노래를 준비하면 무조건 떨어진다. 



난 이 점을 염두에 두고 해당 소속사 가수들의 노래와 춤을 교묘히 피해서 오디션을 준비했었다.



그리고 얼마 후, S사의 공개 오디션을 보기 위해 압구정으로 향했다. 다들 내 나이 또래로 보였다. 대기실에 옹기종기 보여 목을 풀었다. 하얗게 탈색을 한 남자아이를 보며 쟤는 무조건 떨어진다 생각했고, 사실 눈에 띄는 지원자는 없었다. '오 이거 할만하겠는데?'라는 생각을 했다. 거의 근자감의 끝판왕이다.



S사의 오디션 방식은 이랬다. 10명 정도 되는 지원자들에게 각자 준비해온 노래를 시킨다. 도저히 못 들어주겠다 싶으면 '네 다음' 이렇게 끊는다. 잘한다 싶으면 다른 노래도 더 시켜본다. 노래가 끝난 후 카메라 테스트 시간을 가진다. 아무 곡이나 랜덤으로 틀어주며 각자 광란의 댄스 신공을 펼친다. 



나는 T의 '시간이 흐른 뒤'를 준비해 갔는데 정확히 1분도 안돼서 '네 수고하셨어요'를 들은 것 같다... 내 옆에 있던 남자아이가 더 레이의 '청소'라는 곡을 준비했는데, 아마 나와 같은 생각들을 했을 것이다. 타고난 음색과 노래 실력으로 모든 사람을 집중시켰다. 이 아이가 바로 무조건 떨어질 거라고 생각했던 하얀 탈색 머리 소년이었다. 



아무리 학생 같지 않은 지원자들을 떨어뜨린다고 해도 이 친구는 언젠가 가수 데뷔할 것 같았다. 아마 다들 '청소'를 듣고 이번 오디션은 망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나처럼.



아쉬움이 남는 보컬 테스트 시간이 지나 카메라 테스트. 난 그동안 연마해온 춤 실력을 뽐내고 싶었다. 장기자랑시간에 빠지지 않고 무대에 올랐고, 학교에서는 나름 춤으로 유명했다. (당시 나에게 춤을 배우고 싶어 하는 여자 친구들이 많았고, 다른 반에서도 내 이름을 알 만큼 꽤 유명인사였다. 착각 아니고 팩트이다!)



그렇게 카메라를 중심으로 외국 팝송이 흘러나왔고, 다들 각자의 몸을 흔들기 시작했다. 나도 심호흡을 하고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카메라가 정확히 나를 응시하고 있었다! 그 10명 중에 내가 그나마 제일 춤 실력이 나았던 것이다. 아마 끝까지 췄으면 결과가 달라졌을까? 난 카메라가 나를 응시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긴장한 나머지 이사돈의 회오리춤을 시전 하였다. 급 형편없어진 춤 실력으로 인하여 카메라 테스트가 급하게 종료되었고, 나의 오디션도 종료되었다.

나도 아쉬움에 24시간 돌아버리는 줄 알았다


남은 J사는 어떻게 됐냐고? 이곳은 보컬파트, 비주얼 파트, 댄스 파트를 나눠서 오디션을 진행했는데 난 댄스 파트에 응시했다. 당시 보아의 'MY NAME'을 완곡을 출 정도로 실력자라고 생각했지만, 역시나 1절 시작되고 10초도 안돼서 '네 수고하셨습니다'를 들었다. 


그렇게 난 가수의 꿈을 접었다. 종종 나에게 미래에는 '가수'가 되어 있을 거 같다며 짐짓 예상한 친구들과 지인들이 종종 있었지만, 난 총 세 번의 오디션만에 포기했다. 포기하지 않았다면 현재 가수가 되어 활동하고 있을까?


지금도 생각해보면 겁도 없고 꿈이 충만한 귀여운 가수 지망생이었다. 여전히 노래와 춤에 대한 꿈을 놓을 수 없으니 가끔 배우러 가야겠다. 그래도 아직 실력이 죽지 않았다고! 


아 그리고 A양 B양도 가수의 꿈을 접고 평범한 회사원의 길을 가고 있다! 내 주변에 연예인이 된 사람은 아무도 없다. 


예술가가 되는 것은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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