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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윤재 Oct 11. 2022

디자이너의 자세

사토다쿠의 [삶은 읽는 사고]

미술을 공부하고 디자인과로 진학해 신입생이 되었던 나는 당시 '미술'이라는 개념과 '디자인'이라는 개념을 동일하게 생각하고 둘의 차이점을 자각하지 못했다.


'작가적인 사고'와 '디자인적인 사고'를 구분하지 못했던 나에게 디자인이란 무엇인지, 디자이너로서의 자세는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한 많은 깨달음을 주었던 책이 있다. 일본의 그래픽 디자이너 사토다쿠의 [삶을 읽는 사고]이다.


현재 브랜드 디자이너로 일을 하고 있는 나는 [삶을 읽는 사고]를 다시 읽으며 디자이너로서의 마음가짐을 재정비하고,  브랜드 디자이너의 관점으로 책의 내용을 요약하고 공유해보고자 한다.




소성적인 사고


"소성적인건 최대한 객관적으로 상황을 받아들이고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는 유연한 상태에 자신을 놓아두는 것이다."


저자는 외부의 힘에 의해 바뀐 형태가 원래대로 돌아가는 탄성의 반대로 외부의 힘에 의해 변한 형태를 그대로 유지하는 소성에 디자인적인 사고를 비유한다.


도로표지판 디자인을 예시로 들었는데, 도로표지판에서 디자이너의 자아(취향)는 얼마나 필요할까? 모두가 신속하게 보고 판단할 수 있어야 하는 도로표지판은 언어, 가치관, 글자크기 등 모든 면에서 보편성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도로표지판이 디자이너의 주관에 따라 특이하고 개성 강한 스타일로 디자인되어 있다면 빠르게 달리는 차 안에서 빠르게 식별하기 힘듦은 물론, 경우에 따라 사고로까지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즉 소성과도 같은 디자인적 사고는 객관적으로 내용을 파악하고 그에 맞게 적절한 형태로 디자인하는 것. 디자인에 정답은 존재하지 않지만, 맥락을 파악하지 않고 디자이너의 개인 취향에 따라 디자인이 진행된다면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얻기 힘들 것이다.




디자인은 감성적인 일인가


"디자인은 특수한 기능이 아니라 일상적인 감각을 살리는 일이다."


대학생 시절 나는 당시에 AI가 디자인을 한다는 뉴스를 보고 "AI가 다른 직종과는 달리 디자이너라는 직업을 대체할 수는 없을 거야. AI가 인간의 감성적인 일을 따라 할 순 없으니까."라고 생각했다.(24년도 3월 현재, Ai는 이미 감성의 영역인 예술계까지 확장했다.)스스로 디자인을 '특별한 직업'이라고 생각했던 것. 디자인은 '특별한 무언가'일까? 저자는 디자인은 특별함보다는 일상적인 것에 가깝다고 이야기한다.


사실 당장 우리 주위를 둘러보면 디자인이 안되어있는 것을 찾기 어렵다. 우리의 하루를 생각해보면, 아침에 눈을 뜨는 침대나 이불, 배게, 씻을 때 사용하는 세면대, 거울, 칫솔, 치약 입고 나가는 옷, 아침마다 손질하는 머리 역시 헤어디자이너의 '디자인된 커트' 일 것이고, 밖으로 나가 만나게 되는 보도블록, 가로등 모두 디자인이다. 그래서 저자는 디자인이란 모든 물건과 일의 진정한 가치를 우리의 일상과 연결하는 '물'과 같은 것이라고 말한다. 결국 디자이너란 일상적인 것을 만드는 사람들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감성이 필요하지 않은 일은 없고 감성이 없는 사람도 없다. 디자이너 역시 감성적인 일을 하는 '특별한 직업, 존재'로 계몽적인 태도를 가져서는 안 될 것이다.




중앙과 주변


"포스터 한 장이 직접적으로 사람의 생명을 빼앗을 수는 없는 반면에 의자 다리가 부러지면 사람은 머리에 부상을 입고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그래픽 디자인은 이런 현실적 제약으로부터 자유롭기 때문에 기발하고 두드러진 디자인이 가능하다. 바로 이런 점에 그래픽 디자인의 우수성과 무책임이 병존한다."


근본적으로 좋은 디자인, 우수한 디자인이란 무엇일까? 독특함으로 주목을 끌거나 깔끔하고 세련된 디자인이 '좋은', 또는 '우수한'디자인일까? 저자는 누구도 시도하지 않은 재미있는 그래픽 표현을 지향하는 현상 때문에 평범한 디자인이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하는 그래픽 디자인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책에서 등장했던 저자의 비유를 인용하자면, 지금 브런치에서 우리가 읽고 있는 글자체 역시 디자인이다. 그리고 글자의 크기, 행간, 자간 등 모두 편하게 읽기 위해 만들어지고 조정된, 즉 디자인된 것이다. 이렇듯 쉽게 자각하지 못하고 당연하게 넘어갔던 것들 모두 누군가에 의해 디자인된 것이다. 모든 서체 디자이너가 쉽게 주목을 끌 수 있고 독특한 개성을 가진 글자만을 디자인한다면 우리는 눈에 피로하지 않게 Sns나, 메신저 등을 이용하기 힘들 것이고 책을 읽는 것 또한 매우 힘들 것이다. 평범함(중앙)이 있기 때문에 특별함(주변)이 존재할 수 있다.


결국 좋은 디자인이란 상황에 맞게 중앙과 주변이 적절하게 존재하는 디자인이지 않을까, 디자이너로서 중앙과 주변을 잘 운용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대중요법과 체질개선


"디자인의 위험성은 표면을 아름답게 꾸미는 것에 있다"


우리가 감기에 걸리거나 아플 때는 병원을 찾고 약을 처방받는다. 그리고 대게 약을 먹고 잘 쉬면 낫게 된다. 이러한 대중요법은 서양의학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반면 왜 아픈 것인지 이유를 찾아 식습관을 개선하거나 운동을 하는 등 근본적인 원인을 찾고 조금씩 체질개선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동양의학에서 유래한 원인 요법이다. 바쁜 현대사회에서는 대중요법에 의지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런 방법으로는 신체의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것이다.


저자는 이를 브랜딩에 비유한다. 종종 브랜드에서  자신들의 제품이 잘 팔리지 않는 경우에 로고나 패키지 디자인을 리뉴얼하곤 하는데, 멋지고 세련되게 디자인을 하면 사람들이 많이 구매를 할 것이라 믿는 것이다. 팔리지 않은 본질적인 원인을 찾는 것이 아니라 눈에 띄는 표면적인 부분을 탓하는 것. '일단' 예쁘게 보이도록 만든 디자인은 소비자들에게 뭔가 나아졌다는 인상을 줄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진실은 결국 들통나기 마련이다.


요즘에는 예전과는 달리 '인스타 감성'이라는 말이 부정적인 의미로 쓰이고는 한다. 무조건 남들과 달라 보이거나 예쁨만을 쫓아 본질을 놓치고 소비자들에게 불편함을 주는 의미로 말이다. 풍자되는 대표적인 예로 '인스타 감성 카페'가 있는데, 허리를 숙여야 집을 수 있는 테이블, 먼지가 날 것처럼 공사가 덜 된 듯한 내부, 잔 밖으로 넘쳐흐르는 커피 등 이러한 불편함들은 커피와 공간이라는 카페의 본질을 놓치고 다름과 예쁨만을 쫓은 결과물이라고 생각이 든다. 그리고 대중들은 이제 예쁨만을 쫓지 않는다.


막연하게 예쁘게 보이도록 '일단' 디자인하는 게 아니라, 근본적인 문제를 분명하게 파악한 후 디자인을 진행해야 한다. 디자인은 표면을 아름답게 꾸미는 것이 아닌 문제를 파악하고 그리고 해결하는 것. 대중요법을 처방하는 디자이너가 아닌, 원인 요법으로 근본적인 문제를 찾아 해결해나가는 디자이너가 되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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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서는 본질적으로 디자인이란 무엇인가? 에 대한 내용을 말하고 있다. 저자는 디자인은 물과 같이 일상적인 것이며 특별하고 고상한 무언가가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그래서 화려하거나 장식적이어야만 디자인된 것이라고 오해를 사는 세상에서 오히려 우리 주변에 다양하고 당연하게 존재하는 평범한 디자인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책을 읽고 나서 나는 유명하고 멋지고 화려한 브랜드보다 묵묵하고 오래, 항상 내 일상을 함께하는 크고 작은 브랜드들을 되돌아보게 되었다.


나 또한 마찬가지로 좋아하는 그래픽스타일, 취향이 있다. 하지만 디자이너로서 책에서 말하는 바와 같이 소성적인사고를 통해 나의 자아를 최소화하고 다양한 업종, 각각 다른 미션과 가치를 지니고 있는 브랜드를 객관적으로 알맞게 파악하고 각각의 고유한 브랜드 다움이 내재된 비주얼을 적용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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