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Inparadise
"좋은 브랜드는 생각보다 쉽게 우리 주변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유럽의 어느 유서 깊은 장인이 만든 제품이나 일본의 유명한 디자이너 브랜드만이 좋은 브랜드는 아닙니다. 언제나 웃는 얼굴로 일하시는 동네 세탁소 아저씨, 화학조미료를 넣지 않고도 맛있는 반찬을 만들어 판매하시는 집 앞의 반찬 가게 아주머니도 좋은 브랜드의 주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임태수 - 브랜드적인 삶
브랜드 기획자 임태수 선생님의 말처럼, 나 또한 매달 가는 미용실, 자주 가는 단골 카페 등 나의 일상 속에도 좋은 브랜드는 많이 존재하고 있는 것 같다고 느낀다. 이번 글은 내가 좋아하고 갈 때마다 늘 좋은 인상을 주는, 내가 살고 있는 동네의 작은 카페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서울대입구로 이사를 온 이후, 커피를 좋아하는 나는 커피 맛집을 찾아 다양한 카페를 들러보았는데, 인파라다이스의 커피를 마시고 단번에 커피 맛과 카페의 분위기에 매료되었다.
카페에 들어서면 이우환 작가의 작품이 보인다. 그리고 멋진 스트라이프 포인트를 가진 원목 가구들은 이우환 작가의 작품과 같은 결의 인상을 주는듯 하다. 가구들은 공간과 잘 어우어지며, 모두 자체 제작한 것처럼 보였다. 열 평 남짓해 보이는 공간은 카페 사장님의 세심한 취향과 고민의 노력들이 담겨져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인파라다이스에는 멋진 공간뿐만 아니라 소소한 재미를 주는 요소들이 있다. 카페에서 사용하는 작은 소품들이다. 커피와 함께 주시는 빨대는 스트라이프 모양으로 오목하게 들어가 있는 나무 용기에 주시는데, 빨대 하나를 놓기엔 과해(?) 보일 정도로 멋지다. 그리고 핸드드립을 내려주실 때 테이블에 놓아주시는 째깍째깍 소리 내며 움직이는 오뚝이 시계, 예쁜 유리잔들 사이에서 나 홀로 총 모양의 손잡이가 달린 머그컵, 뜬금없어 보이지만 묘하게 공간과 잘 어울리는 미키마우스 손바닥 장갑, 그리고 핼러윈과 크리스마스 시즌에 카페 공간 곳곳을 채우는 각종 희귀한 빈티지 소품들은 카페의 밀도를 채워주는 센스있고 재미있는 요소들이다.
또 카페 계산대 한편에 항상 우뚝 서있었던 얇은 나무 막대에 원통형 머리가 달려있는 오브제가 있었다. 어느 날 카페에 갔더니 사장님께서 서비스로 디저트를 주셨는데, 의아하게도 그 오브제를 함께 주셨다. 계산대에 전시돼있던 오브제는 알고 봤더니 스푼이였다.
인파라다이스는 마치 소품으로 손님에게 장난을 거는 듯한 인상을 준다. 마치 어릴 적 같은 반이 된 낯선 친구들이 친해지려고 조금씩 장난을 걸어오듯 말이다.
인파라다이스는 단순히 매출을 올리고자 많은 사람들에게 커피를 판매하는 것이 아닌 한 명 한 명의 사람에게 좋은 경험을 주고자 하는 마음을 느낄 수 있다.
아인슈페너를 시키면 항상 손님들의 얼굴을 크림 위로 귀엽게 그려주시는데, ”고객님을 그려보았습니다.”라는 말씀과 함께 어떻게 마셔야 크림 위의 얼굴이 덜 망가지게 먹을 수 있는지 방법까지 알려주신다. 그 과정 속에서 손님들은 잠시나마 웃게 되고 카페를 조금 더 편안하게 즐길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인파라다이스 사장님만의 아이스브레이킹(Ice breaking)이지 않을까. :)
그리고 카페 인파라다이스의 sns 계정을 팔로우하게 되면 인파라다이스는 모두 맞팔로우를 해주시는데, 손님들이 카페를 방문해서 sns 스토리를 올리면 항상 리스토리를 해주시곤 한다. 때로는 스토리를 통해 카페에 가지 않아도 오늘 인파라다이스의 분위기는 어떤지 알 수 있다.
또 손님들이 커피를 테이크아웃을 할 때에도, 사장님은 "안녕히가세요.", "감사합니다."라는 인사보다는 "주말 잘 보내세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 ”오늘도 방문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등의 인사를 해주시는데, 그러한 인사는 자신이 조금 더 특별한 손님처럼 느껴지게한다.
인파라다이스의 공간은 핼러윈, 크리스마스와 같은 시즌이 되면 모습을 바꾸게 된다.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사장님이 직접 선물을 하나하나 고르고 전부 포장해서 추첨을 통해 선물하시는데, 그 방식이 재밌다.
인파라다이스 쿠폰 도장 10개를 모으면 응모를 할 수가 있는데, 귀여운 스누피가 그려진 용지에 자신의 이름과 번호를 적고, 선물이 가득한 양말 모양의 도장을 사장님께서 찍어주시면 용지를 크리스마스 하우스처럼 생긴 통에 넣으면 된다. 응모를 하는 과정은 30초 남짓이지만, 미소가 절로 나오는 귀엽고 섬세한 과정들은 인파라다이스의 매력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그리고 추첨은 인파라다이스의 sns 라이브 방송을 통해 추첨을 하게 된다. 늦은 저녁 카페에서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셨는데, 나 또한 약 50여분의 인파라다이스 단골분들과 함께 라이브 방송을 시청했다. 조마조마 한 마음을 가지며 기다리고 있었는데, 내 이름이 호명되어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게 되었다. 준비한 선물 추첨이 모두 끝나자 사장님은 아쉬우셨는지, 카페에서 사용하는 컵, 카페에 늘 걸어두시던 찰리 인형가방 등을 추가로 추첨을 하셨다. 추첨은 라이브 방송을 보고 있는 손님들로만 한정해서 진행되었고, 방송을 보던 한 분께서 방송 도중 인파라다이스를 방문하시어, 개인 소장하시던 나이키 아트북까지 추가로 추첨 선물로 드리면서 따뜻하면서 재밌는 광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크리스마스 이벤트를 통해 시청하던 분들끼리 추첨된 분들을 서로 축하해주며, 손님이 추첨 선물을 추가로 드리기도 하고, 카페 인파라다이스에 대한 애정을 서로 공유하기도 했던 크리스마스 이벤트는 여느 카페에서는 절대 쉽게 경험할 수 없는, 인파라다이스만의 크리스마스를 보내는 방법이었다. 인파라다이스는 소소하지만 풍부하고, 재밌고, 따뜻한 경험을 제공해주는 곳이다.
카페 인파라다이스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커뮤니티'이지 않을까 싶다. 카페에 가면 늘 오순도순 손님들과 사장님이 대화를 나누고 계시고, 가끔은 밤에 Bar로 변신하여 작은 파티를 열기도 한다. OO복장을 입고 오면 50% 할인과 같은 작은 재미를 더한다.
인파라다이스는 2022 카타르 월드컵 시즌에도 손님분들과 함께 우리나라 경기를 관람했다. 나 또한 가장 짜릿하고 감동적이었던, 우리나라가 16강에 오른 포르투갈전을 다른 단골분들과 함께 인파라다이스에서 관람했다. 각자 치킨이나 과자 등 자유롭게 먹을 것을 가져와서, 밤에만 판매하는 간단한 인파라다이스의 위스키와 함께 같이 소리 지르며 응원하고, 월드컵을 즐겼다.
단골분들, 사장님과 서로 하이파이브를 치며 응원하고 같이 기뻐하는 경험을 통해 인파라다이스는 단순한 카페를 넘어, 다양한 콘텐츠와 행복, 즐거움을 나누는 봉천동의 커뮤니티가 되어가는 듯 느껴졌다. 인파라다이스는 단골분들에게 [인낙원]이라는 애칭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바쁜 일상을 피해 잠시나마 여유와 순수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카페 인파라다이스는 말 그대로 ’낙원‘처럼 느껴진다.
내가 늘 좋은 인상을 받았다고 느끼는 브랜드들의 공통점이 있다. 바로 업에 대한 ‘진심’이 느껴진다는 점이다. 커피, 공간, 그리고 사람에 대한 진심이 느껴지는 카페 인파라다이스에 제가 매료되고 팬이 되었듯이, 하고자 하는 일에 진심을 가지는 태도가 좋은 브랜드가 되어가는 첫 번째 발걸음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브랜드가 가진 진심을 가장 잘 표현하는 디자인이 함께할 때 가장 강력하게 소비자들의 공감을 얻게 되지 않을까 싶다. 시각언어를 만들어가는 디자이너로써 브랜드가 지닌 ‘진심’이 무엇인지 잘 파악하고, 다양한 경험 접점에서 적절한 형태의 디자인으로 진심을 주는 브랜드 경험을 만들어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