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니어디자이너의 성장포인트 7가지
2022년 1월, 나는 브랜드 디자이너로 첫 커리어를 시작했다. 다사다난했던 많은 프로젝트들을 수행하고 어느덧 1년이 지나 2023년을 맞이하게 되었다. 시간은 참 빠르게 느껴진다. 디자인 스튜디오에서의 지난 1년을 되돌아보며, 디자이너로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준 부분들을 7가지로 정리하고 공유해보고자 한다.
부캐육성이란? 부캐는 원래 게임에서 사용하는 용어인데 다른 자아를 가진 나로 통용되기도 한다. 예능 놀면 뭐 하니에서 유재석의 유산슬, 한 때 이슈였던 래퍼 매드클라운의 마미손을 예로 들 수 있겠다. 부모님 앞에서의 나, 친구 앞에서의 나, 그리고 연인 앞에서의 내가 다르듯이 직장에서의 ‘나’란 어떤 캐릭터를 가져야 할까?
디자이너는 감도 높은 디자인을 선보이는 능력뿐만 아니라 논리적으로 본인의 작업에 대해 설명하고, 상대방을 설득하는 능력 또한 중요하다고 여겨진다. 이 과정에서는 본인의 작업을 설득력 있고 자신 있게 설명하는 태도가 중요한데, 내향적인 편인 나에게는 다소 어렵게 느껴졌었다.
나는 내향적인 편인 나의 성격자체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회사에서는 다른 자아를 가진 캐릭터가 되어보자.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평소의 나라면 말없이 넘어가거나 굳이 나서지 않을 상황들도 회사 내에서는 한 마디라도 더 의견을 표현하고, 조금 더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행동하려하고있다.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태도는 직원으로서 좋은 인상을 남길 수 있고, 업무적인 성과로도 이어질 수 있음을 느끼고 있다.
나는 브랜드를 만들어가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그중 시각적인 부분을 담당해서 디자인을 하고 있는데, 로고디자인을 하기도 하고 패키지, 아이콘, 그래픽모티프, 패턴 등 브랜드에 필요한 다양한 부분들을 만들어나가고 있다.
프로젝트를 들어가기에 앞서, 프로젝트에 대한 킥 오프 브리프를 받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가끔 머릿속에 바로바로 로고디자인이나 시각적인 이미지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폭넓은 리서치, 브랜드에 대한 본질적인 이해 등 다양한 데이터를 베이스로 하지 않고 감각적으로 디자인을 떠올리게 되는 것.
나는 이런 현상을 경계한다. 디자이너는 마우스부터 잡고 감각적으로 디자인을 하기보다, 펜을 먼저 잡고 디자인을 위한 맥락과 이야기를 먼저 써 내려가야 한다고 스튜디오 대표님께서 말씀하시곤 했다. 로고에 점을 하나 찍고 선을 하나 긋더라도, 왜 점이 찍히고 선이 그였는지, 어떤 과정을 돌고 돌아서 점이 찍힌 건지 그 이유가 중요하다고 늘 말씀하셨다.
디자인에 정답이란 없다. 하지만 단순히 예쁜 디자인보다 맥락과 이유가 명확하게 존재하는 디자인이 강한 설득력과 탄탄한 완성도를 가진다고 생각한다.
스튜디오 대표님께서는 종종 핀터레스트가 디자이너들의 크리에이티브를 전부 잡아먹고 있다며 핀터레스트를 법적으로 금지시켜야 한다는 농담을 하시곤 했다. 핀터레스트에는 수많은 사진, 멋진 디자인 결과물 등 참고할 수 있는 정보의 양이 무궁무진하게 존재한다. 나 또한 대학생 시절 작업하는데 많은 도움을 얻었다.
하지만 핀터레스트에는 그만큼 문제점이 있디. 디자인 레퍼런스들이 방대한 썸네일로 제공되는 핀터레스트는 디자인에 대한 고찰, 디자인에 대한 이해와 스토리를 파악하고 작품을 보는 것이 아닌 시각적으로 매력적인 결과물만 쫒게 될 수 있다. 핀터레스트에만 너무 의지를 하게 된다면, 디자인에 대한 맥락과 이유가 결여되어 있는 겉보기에 ‘예쁜 디자인’만을 쫒는 디자이너가 될 위험이 있다.
사실 우리 스튜디오에서도 핀터레스트를 많이 이용한다. 우리가 만든 디자인 결과물을 클라이언트가 조금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프레젠테이션을 위한 PPT제작을 위해 작은 소스나 사진이미지들을 찾는 용도로 핀터레스트를 활용하곤 한다. 물론 디자인을 위한 레퍼런스도 참고하고 있지만, 늘 맥락을 잃지 않고 이유있는 레퍼런스를 수집하려고 노력한다.
또 유사성을 피할 목적으로도 활용하기도 한다. 가령 A라는 이니셜을 활용한 심벌을 만든다고 가정했을 때, 핀터레스트에서 검색해 보면 이미 수많은 A 이니셜을 활용한 심벌을 볼 수 있다. 세상에 없는 A 이니셜 심벌을 만들기란 아주 어렵지만, 최대한 유사하지 않은 방향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디자이너에게 핀터레스트란 가장 많은 도움을 주면서 동시에 늘 경계해야 하는 대상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스튜디오 입사 전에 개인사업자를 내고 프리랜서로 간단한 외주작업들을 진행했던 경험이 있다. 늘 혼자 고민하고 작업을 해왔는데, 입사 후 가장 크게 바뀌었던 점은 이제 혼자가 아닌 ‘팀’으로 움직인다는 것이었다.
일하는 방식이 달라진 것인다. 평소라면 내가 만든 디자인이라고 생각을 하며 작업을 하지만, 지금은 우리가 만드는 디자인이라는 마음을 가진다. 디자이너라면 누구나 내가 만든 조형적인 무언가가 채택되고, (로고, 패키지, 아이콘 등..) 내가 제안한 것이 실제 결과물로 산출되었으면 하는 욕심을 가질 수 있다. 실제로 그런 부분들이 회사 내에서 성과로 인정받기도 한다.
하지만 자신이 만든 것이 결과물로 나와야 한다는 개인적인 욕심만을 가진다면 팀으로써 움직이기 어렵다. 노를 따로 저으면 배가 앞으로 나아가지 않고, 다른 방향으로 비틀어지는 것처럼,
아이디어는 좋지만 조형적인 스킬이 부족한 부분은 조형을 잘 다루는 팀원이 토스받아서 풀어보기도 하고, 누군가가 낸 좋은 아이디어를 모두에게 공유하고 서로 다른 방식으로 풀어보기도 하고,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줌으로써 같은 목표를 가진 팀으로서의 시너지가 만들어질 수 있다.
물론 자신의 작업에 욕심을 가지고 높은 퀄리티의 결과물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팀 프로젝트로서 개인의 목표보다는 모두의 목표를 위해 나아간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대학생시절 타이포그래피 수업을 지도하신 교수님께서는 ‘디자인’의 개념을 ‘속도와 재배치’라고 표현하시곤 했다. 데드라인이 정해져 있는 실무의 세계에서 빠르게 기존의 것을 재해석하고 재배치를 통해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의미로 말씀하셨던 걸로 기억한다.
디자인을 잘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크리에이티브도 중요하지만, [새로운 것]을 만들기 위한 [기존의 것]을 많이 알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기존의 것이란 좋은 디자인 사례뿐 아니라 영감을 줄 수 있는 다양한 문화 예술이나 사회적 이슈도 포함한다.
나의 경우에는 주로 SNS를 이용하면서 다양한 국/내외 디자인 스튜디오나 작가, 시사 이슈를 전해주는 플랫폼, 영감을 주는 다양한 브랜드를 팔로우하고 매일 서치하고 있다. 또 쉬는 날에는 다양한 팝업스토어나 인상 깊게 보았던 브랜드들의 공간을 찾아가 보곤 하는데, 직접 경험해 보면서 좋은 패키지나 제작물이 있으면 구매하여 다양한 샘플을 모으기도 하고, 잘 설계된 좋은 경험들은 개인 sns에 기록하고 있다. 다양한 것을 많이 경험해 보고 백과사전처럼 아카이브 하여 모아둔다면 실제 프로젝트에 임하면서 많은 도움을 주게 된다. “저번에 인상 깊어 사두었던 패키지의 지기구조를 이번 프로젝트에 접목할 수 있겠다.”처럼,
또 다양한 사회 이슈에도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려고 노력한다. 사회적 이슈는 디자인과도 직결되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사회적으로 부정적인 의미를 가지는 조형이나 상징물을 그 의미를 모른 채 프로젝트에 사용한다면 사회적으로 큰 파장이 생길 수 있다. 그 예로 많은 논란을 낳았었던 유명 편의점 포스터 사건과 뉴스에 사용된 극우사이트의 상징물 사건이 있겠다.
요리사가 요리를 하려면 레시피뿐만 아니라 다양한 식재료에 대한 정보를 알고 있어야 하는 것처럼, 디자이너 역시 디자인뿐만 아니라 브랜드, 문화 예술, 시사 이슈 등 다양한 정보를 관심 있게 지켜보아야 할 필요성을 느낀다.
디자이너라면 크리에이티브를 가지고 완성도 높은 시각적인 결과물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제가 느꼈던 또 하나의 중요한 점은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이었다.
일을 하다 보면, 컴퓨터 앞에서 시안 작업을 하는 것뿐만 아니라 다양한 말과 글로 커뮤니케이션하는 일이 많다. 회의에서 나의 작업을 설명할 때, 새로 전달받은 내용을 팀원들에게 공유할 때, 클라이언트와 카톡으로 소통할 때처럼 말이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핵심적인 내용을 빠르게 요약하고 전달해야 한다는 점. 이 부분은 나에게도 아직 어려운 부분이라 많이 노력하고 있다. 브런치에서 글을 쓰는 이유도, 정리되고 논리적인 글쓰기를 배우면서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잘하기 위함이다.
또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은 말과 글에서뿐만 아니라 지면에서도 나타나게 된다. 회의할 때면 A4지면에 정리된 수많은 자료들이 오가는데, 나는 팀원들에게 공유하기 전 자료들을 카테고리화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예를 들어 다양하게 작업한 시안을 공유할 때, 가장 단순한 것부터 복잡하게 변화하는 순으로 배치하거나, 같은 컨셉, 또는 비슷한 조형을 띄는 작업은 각각 그룹화시키고 공유하고 있다. 말로 설명하기 전 이미지만 보고도 대략적인 내용을 유추할 수 있도록 말이다. 이런 노력들은 팀원들이 빠르게 이해하고,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하는데 큰 도움을 준다.
디지털 시대인 요즘에는 손쉽게 SNS나 온라인에서 다양한 정보들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꾸준히 책을 읽고 있는 저는 책 속에는 온라인과는 비교할 수 없는 양질의 자료들이 존재하고 있다고 느꼈다.
나는 책을 한 달에 최소 한 권 이상은 읽고 있다. 주로 디자인, 브랜드 관련 서적이나 서체에 관련된 책 등 평소에 내가 궁금하거나 부족하다고 느끼는 부분에 관한 책들을 읽고 있다. 책을 통해 얻은 지식들은 나의 업무와 작업을 고도화시키는데 아주 많은 도움을 주고 있음을 느낀다.
그리고 디자인 외에도, 자기 계발이나 다른 분야의 책도 읽고 있다. 다양한 사람들의 삶이나 생각이 담긴 책들은 나만의 가치관이나 미래 계획과 같은 생각들을 정리하는 데에도 많은 도움을 준다. 나는 주로 출퇴근시간에 지하철에서 주로 책을 읽는다.(피곤한 날에는 많이 졸기도하지만..) 짬짬이 틈을 내서 읽는 것만으로도 한 달에 한 권 이상은 충분히 읽을 수 있었다.
책을 쓴 저자의 지식과 생각이 담긴 책을 읽으며, 그 사람의 노하우를 엿보고, 그대로 흡수할 수 있다는 건 엄청난 메리트이지 않을까? 독서만큼 가성비가 좋은 성장법은 없다는 생각이 든다.
지난 2022년은 스펀지처럼 많은 것들을 흡수한 한 해였던 것 같다. 올해도 많은 것들을 흡수하고, 다양한 분야를 공부해서 내년에도 성장한 나를 돌아보며 글로 남겨야겠다고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