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대화 속에는 이따금 더 많은 것이 숨어있었다.
내가 만난 한 세일즈맨은 뭔가 뜬구름 잡는 것 같은 이야기들을 많이 했다. 전혀 엉뚱한 얘길 하다가 갑자기 다른 맥락의 일에서 결론을 도출하곤 했다. 다른 영역에서의 취약성도 제법 있었기에 당시엔 그 말을 그렇게 주의깊게 듣거나 고민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결론이 상당 부분 맞다는 걸 시간이 한참 흐르고 난 뒤 뒤돌아보고 나서야 알았다. 좀 더 그의 생각 안으로 들어가 볼 시간을 내볼 걸, 그럼 그 안에 온갖 보물이 있었을텐데 하는 생각을 한참 뒤에야 하게 되었다.
대체로 커뮤니케이션 역량은 실제 그 사람의 업무 역량과 상당한 상관관계가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일반적인 경향에도 불구하고 이따금 예외가 존재한다. 감각적으로 정보를 처리하고 이해하는 사람들이 종종 이러한 예외에 해당한다. 이들의 경우 논리적 서술 구조를 따라 설명하기보다 그 감각이나 느낌의 흐름을 말하고자 하는 욕구가 더 앞서는 것 같은 모습을 보인다. 그러다 보니 이야기가 종종 비약하거나 횡설수설 한다는 느낌을 주고, 이러 인해 다른 사람들이 화자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사람들은 종종 뛰어난 예측력을 보여준다. 복잡한 정보에서도 패턴을 빠르게 찾아내고, 무의식적으로 즉각적인 판단을 하며, 미묘한 환경적 단서를 포착하여 이를 기반으로 결과를 예측한다. 가끔 과잉 예측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적은 양의 신호만으로 그 결과를 예측하는 능력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래서 이런 사람들과 처음 얘길 나눌 땐 “너무 넘겨짚는 거 아냐?” 라던가 “너무 일찍 단정짓는 거 아냐?” 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이들이 예측하는 영역이그 예측이 맞았는지를 빠르게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는 분야라면, 섣불리 넘겨짚는 걸로 단정짓기보다는 시간을 두고 관찰해볼 가치가 있다. 이렇게 빠르게 피드백을 얻기 좋은 분야에서는 오랜 경험을 쌓는 동안 예단과 편향이라는 과잉 예측의 부정적 측면이 다듬어지고 날카로운 예측력만 벼려졌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만약 관찰 결과 그 사람이 예측은 정확하게 하지만 설명을 쉽게 하지 못하는 것이라면, 인내심을 가지고 인터뷰를 하며 그 판단의 근간을 찾아 들어갈 수 있다. 그들의 강점을 잘 살려줄 수만 있다면, 이들은 조직의 매우 예민한 감각기관이 되어준다. 생각보다 많은 조직이 빈약한 감각적 인지로 인해 구멍투성이 그림 조각을 가졌음에도 그걸 인지하지 못하고 어떻게든 논리적으로 그 조각들을 꿰어 그럴싸한 스토리를 만드는데만 집중한다. 감각적으로 정보를 처리하는 사람은 논리의 늪에서 허우적거리기 쉬운 조직에서 매우 보석같은 능력을 제공해줄 수 있다.
비슷한 시기에 다른 경험이 하나 더 있었다. 경력이 많고 매우 뛰어난 업적을 가진 병리사와 일했는데, 나는 그의 설명을 이해하기 어려워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품 개발의 기초 원리들이 서로 복잡하게 영향을 주는 양상을 잘 예측한다고 느꼈고, 그 예측의 근간을 이해하기 위해 무던히도 많은 질문을 했다. 그런 시간이 누적되고 나서야 중요한 팩터와 그렇지 않은 팩터를 구분할 수 있게 되었고, 그리고 나서야 본질적인 변화의 실마리를 잡을 수 있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