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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대로 Jun 16. 2022

영국 석사 (내가 아는 한에서)
A to Z - (2)

장점

영국 석사의 장점과 단점을 짧게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장점 

1)    짧다. 

2)    우리나라에서 배울 수 없는 공부를 할 수 있다. 진화생물학이라던가…

3)    지원이 비교적 쉽고 박사과정까지 매끄럽게 이어진다. 

4)     UCL의 경우 학생회관에 박제된 창립자가 앉아 있다. 


단점

1)    비싸다.

2)    마이너하다.  

3)    짧은 대신 힘들다. 


장점부터 알아보자. 나는 해당하는 장점이 많은 편이다. 나이가 많아서 과정이 짧은 편이 좋았다. 영국의 석사는 한국과 달리 1 년 만에 학위를 취득할 수 있다. 3 학기로 나뉘는데 코스에 따라 1, 2 학기 수업을 듣고 3 학기에 논문을 쓰거나 1 학기만 수업을 듣고 두 개의 논문을 쓸 수 있다. 보통 전자를 MSc라고 부른다. MRes 코스의 경우 후자에 해당한다. 박사과정도 (워낙 사람 따라 전공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다른 곳에 비해 조금 짧은 편이라고 들었다.  

UCL의 창립자 중 한 명인 제레미 벤담의 미라. 학교에 미라 있다고 하면 대부분의 학교를 이겨먹을 수 있다. 참고로 이렇게 해달라는 것이 그의 유언이었다.

또한 나 같은 경우 이 공부를 하기에 이곳보다 나은 곳이 없었다. 코스의 절반을 차지하는 진화생물학 자체가 영국이 종주국이다 (다윈이 영국 사람이니까). 잘 찾아보면 이외에도 영국이 강세이거나 영국에서 공부하기 좋은 학문들이 제법 있다. 


지원이 쉽다. 유학원을 찾았을 당시 미국 유학에 대해서도 넌지시 물어보았으나 지금부터 시작하면 준비에만 최소 1년이 걸린다는 대답을 들었다. 반면 영국의 경우 석사과정을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을 학부 졸업증, 몇 주면 준비할 수 있는 자소서, 이력서 그리고 영어 성적과 비자 정도만 있으면 되니 상당히 간편하다.  


영국 석사는 특이하게도 학위와 별도로 성적을 받는다. 100점 만점에 50점을 넘기면 PASS (즉, 이 밑으로 점수를 받으면 학위 취득에 실패하는 것이다). 60점을 넘기면 MERIT, 70점을 넘기면 DISTINCTION이다. 최고 등급의 기준이 70점이라는 것은 우리에겐 낯선 일이다. 취직을 할 생각이라면 성적이 큰 상관이 없으나 박사과정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DISTINCTION을 받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수업 성적, 논문 성적을 합산해서 최종 성적을 산출하는데 짧은 레포트 하나도 70점을 넘기기가 힘든 편이고 80, 90점은 요행에 가까운 수준이다. 특이한 점은 모든 채점을 (최소한 우리 코스의 경우) 절대평가로 한다는 점이다. 도대체 71점을 받은 레포트와 72점을 받은 레포트를 어떻게 구분한다는 말인가 싶었지만 몇 달간 지켜봐 온 결과 채점의 정확도가 의외로 높다. 두 명 이상의 사람이 같은 결과물을 채점하면 거진 비슷한 점수를 준다. 어떻게 이게 가능한 건지는 아직도 모르겠다. 


장점을 한 가지 더 언급하자면 사람들이 좋다. 교수들은, 비록 때때로 무능하거나 답답한 모습을 보여주기는 하지만, 어떤 경우에도 학생들을 함부로 대하거나 아랫사람 취급하지 않는다 (대학원생끼리도 마찬가지다). 우리 학부 모 교수가 분명 빵만 사 오라고 시켰는데 우유까지 사 왔다고 벽에 우유를 집어던졌던 일화를 생각하면 놀라운 일이다. 어쩌면 이곳에 와서 내가 만난 교수들이 다 덕후 같은 과목을 다루는 사람들이라 그런지도 모르겠다. 한국의 교수들도 생태 쪽을 하시는 분들이 (본인 왈, 자기는 취미 생활하는데 돈 준다는 분이 계셨을 정도로) 전반적으로 사람들이 여유롭고 평온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는 다른 생물학 전공자들도 상당히 동의한 부분이다. 우유 던진 사람은 분자생물학을 가르쳤다). 애초에 출세와 관계없는 학문을 하는 사람들이라 속이 편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정확한 원인은 모르겠으나 아주 큰 힘이 되는 것은 분명하다. 만리타향에서 의지할 곳도 얼마 없는데 만약 교수가 우유를 집어던지는 사람이었다면 견디기 힘들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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