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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칠오이
Oct 04. 2024
Ways of writersⅠ. 추억
기억 속 가장 첫 번째 추억에 대하여
36년 인생의 기억 속에 남아있는 가장 첫 번째 추억은
30년도 더 전으로 돌아간다.
그 추억이 어떻게 지금까지도 내 머릿속에 기억되어 있는지..
부모님이 전해주신 이솝우화 같은 이야기가
머릿속에 남아
그것을 기억이고 추억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아직도 그날이 떠오를 때면 곰곰이 생각해 보곤 한다.
여섯 살 터울 남동생이 태어나기도 훨씬 전.
아빠 엄마와 함께 점심을 먹으러 간 식당에서 있었던 일이다.
정확한 장소는 기억나지 않는다.
그저 층을 올라가 신을 벗고 좌식으로 앉아 식사할 수 있는 장소.
건물은 마치 논밭 한가운데나 시골 마을에서 볼 법한 팔각정처럼 생겼고
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우거진 나무들 넘어
모래사장과 바다가 있었다는 것.
그날의 점심 메뉴는 냉면이 있던 것 같다.
으레 아이가 그렇듯 역시나 식사 시간을 얌전히 버티지 못했고,
30년도 더 전에는 아이에 대한 시선이 심히 관대했으며
손님이 그렇게 많지도 않았던 것 같다.
대충 식사를 마친 나는 식당을 돌아다니기 시작했고,
밖의 바닷물이 반짝반짝 빛나는 것을 보며 들떠있었다.
바깥 풍경에 들뜬 나는
더 가까이에서 보고 싶은 마음에
발을 통통 뛰어가며 구경하기 시작했고,
일은 순식간에 벌어졌다.
여기까지가 내 기억의 끝이다.
지금부터는 부모님의 이야기로 이루어진 후일담이다.
내가 놀던 자리를 틈틈이 살피며 밥을 먹던 엄마는 아빠를 소리쳐 불렀고,
너무 놀란 아빠는 내가 떨어진 밖으로 뛰어들려 했다 한다.
겨우 진정하고 내가 떨어진 곳으로 달려왔을 땐,
놀란 토끼처럼 눈만 동그랗게 뜨고 있는 내가 있었다고 한다.
엄마는 아직도 그날을 생각하면 끔찍하다고 하면서
천만 다행히도 바닥이 푹신한 잔디였고,
크게 다친 것 없이 풀에 베인 생채기만 있었다고 한다.
그렇게 본인도 놀라 얼어있다가
달려오는 아빠 엄마를 발견하곤 그제야 울음이 터졌고,
서럽게 운 뒤엔 배가 고팠는지 다시 식당으로 올라가
아무렇지도 않게 밥을 먹고 무사히 집에 왔다는 이야기다.
지금까지 내 인생에 천운이라고 생각하는 일이 두 가지가 있는데
그중 하나가 그날이다.
이것이 내 인생, 내 기억의 첫 번째 추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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