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에게 해주고 싶은 요리에 대하여
어렸을 적
감기 몸살을 앓는 날이면
엄마가 꼭 해주는 음식이 있었다.
어린 날엔 왜 그리도 그게 맛이 없었고,
아픈 것도 서러운데 왜 이런 걸 해주는지
도통 이해가 되지 않았다.
어떤 날엔 왜 자꾸 이걸 해주냐고
엄마에게 대놓고 투정을 부린 날도 있던 것 같다.
아픈날에도, 아프지 않은 날에도
내게 그다지 좋은 기억이 없던 그 음식.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불현듯 그 음식이 생각난다.
150km가 떨어진 곳에 시집을 와 살면서
그리운 엄마 음식이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그중에도 가장 첫 번째로 늘 생각나는
꼭- 아픈 날 먹었던
그놈에 '시금치 된장국'이 말이다.
순하면서도 간간하던 그 따듯한 국에
콩밥도, 현미밥도, 잡곡밥도
다 싫다는 딸을 위해
갓 지은 흰쌀밥을 말고
짭조름한 조미김을 얹어 한 숟갈씩 천천히.
속이
더부룩하지 않고,
죽보다 든든하고,
몸 깊은 곳부터 뜨끈해지던.
아프면 그리도 칭얼거리는 나를
어거지로 식탁에 앉힌 뒤 마주 앉아
한 그릇 다 비울 때까지
이런저런 투정에도 오냐오냐.
약까지 야무지게 먹인 뒤
열감에 뜨거운 몸 식혀야 한다며
곧 있음 교복도 벗을 나이인 다 큰 딸을
아기처럼 곁에 눕혀주고
잠들 때까지 젖은 수건으로
몇 번이고 온몸을 정성스럽게
닦아주던 우리 엄마.
별것도 아닌 것 같던 그 음식이
다 크고 난 지금 왜 그렇게 생각나는지.
몸이 으슬해지는 추운 계절이 오면 생각나고
아픈 날엔 서럽도록 그 음식이 먹고 싶다.
사실은
그 국을 끓여 먹이고
아픈 날 종일 옆에 있어주는 엄마와
그 시간이 그리운 걸지도 모르겠다.
엄마.
이제 나 또한 엄마가 몸져누우면
그리 해줄 수 있는 딸이 되었는데,
어느새 멀리 떨어져
아팠었다는 전화를 받으면
병원은! 약은! 왜 미련하게에-
를 외치기만 하는 못난 딸이네.
아프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