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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헬렌 Apr 29. 2024

해외영업 7년 차, 퇴사 후 비건 미니 까눌레 판매

줄리아스케이크룸 대표, 줄리아

안녕하세요, 인터뷰 장인 헬렌과 사진 천재 민카페스토리입니다. 어제 날이 따뜻했는데요, 경의선 숲길 걸어보셨나요? 저희는 그 길가에 있는 줄리아스케이크룸에 다녀왔어요. 사장님이신 줄리아님 인터뷰를 하고 왔습니다.


어쩌다 일잘러 줄리아님이 비건 미니 까눌레를 판매하게 되셨을까요?


바디 프로필 찍다가 2급 채식 자격증 취득

어떻게 비건 빵을 알게 되셨어요?

중국 주재원으로 일하다가 코로나 때 한국에 들어왔어요. 그런데 한국인들이 저 빼고 전부 날씬한 거예요. 그래서 살을 빼려고 PT 10회를 끊었다가, 끝을 보고 싶어서 바디 프로필까지 찍었어요. ‘다이어트 빵’을 검색하니까 ‘비건 빵’이 상위 연관검색어에 떴어요. 이때 존재를 처음 알았어요.


제 옆에 있는 장은 어디서 가져오셨어요?

이전 주인이 쓰던 거예요. 장 안에 있는 그릇은 도자기 클래스에서 직접 만들었어요. 나머지는 남대문 시장 가서 샀어요. 온라인과 다르게, 그릇 가게 사장님하고 협상할 수 있는 게 좋아요. “사장님, 지금 큰 마음 먹고 사는 건데 이러시면 안 되죠.” 하면 깎아주세요.



없는 것만 찾는 사람도 손님이다

까눌레 종류가 5개나 있네요. 까눌레를 계속 사가는 손님이 있으세요?

앞에 있는 대학교 중국인 유학생분이 매일 미니 까눌레를 사 드세요. 한 입에 빼먹기 먹기 편하거든요. 한국말을 잘 못하셔서 이야기는 나눠보지 못했어요. 저는 외향적이라 손님들한테 말은 다 걸거든요.


“우리나라에서는 손님한테 말 걸면 다시는 안 온다.”라는 주장에 찬성하세요?

네. 그래서 진짜로 함부로 말 걸면 안 돼요. 눈치 봐야 해요.


반대로 진상 손님은요?

아기 엄마가 매장에 전화해서 주재료 물어보고 “우리 애가 당근을 싫어하는데.”라고 하셨어요. 그래서 아이가 뭘 좋아하는지 여쭤보고 컵케이크를 추천드렸는데, 다시 전화로 “우리 애가 컵케이크는 싫다는대요.”라고 하셨어요. 12시 오픈인데 다음 날 10시부터 연락 와서, 아침 먹고 있을 때 컵케이크 말고 초코바나나 케이크 포장해서 드렸어요.


비슷한 일이 있었나요?

어떤 할머니는 “어유 비싸, 먹고 싶은 게 없어.”라며 매장에 없는 것만 찾으세요. 제가 해외영업을 6년 했기 때문에 화나진 않았어요. 불만 많은 사람들한테는 똑같이 말하면 되거든요. “아유, 비싸요~? 없어요~?” 끝말을 반복하면 돼요. 그런데 어느 날부터 안 오시니까 편찮으신 건가 걱정됐어요. 나중에 뵈었는데, 몸이 좀 불편해 보이셨어요.



프랑스 회사 CEO도 반한 줄리아

영업해보셨던 게 손님 다루는 데 큰 도움이 되었네요.

네, 그래서 사람에 크게 스트레스 받지 않아요. 프랑스 바이어랑 6년 같이 일하는 내내, 계약 조건을 안 지켰어요. 발주 넣은 뒤에 뭘 바꾸려고 했어요. 바이어가 “줄리아, 이제라도 말해서 다행인 거 아니야?”라고 밀어붙여서, “그래, 그러면 발주된 거 내년에 쓸 거야? 아니면 돈 다 내놔.”라면서 계속 얘기했어요.


그런데 퇴사할 때 이 회사 CEO한테 메일 하나를 받고 6년의 고통이 싹 사라졌어요. “줄리아, 우리가 진상인 거 알고 있었어. 네가 유일하게 우리를 잘 알고 있었는데 떠나는구나. 혹시라도 회사를 나갔다가 다시 일 하고 싶으면 연락 줘. 기다릴게.”라고 왔어요.


바이어도 줄리아의 공을 알고 있었네요. 협상할 때 어떤 식으로 말해야 해요?

“네가 원하는 게 뭐야? 5개야? 그러면 네가 꼭 원하는 걸 하나 골라봐. 내가 그건 어떻게든 해줄게. 그런데 나머지 4개는 조율을 해야 해.”라고 하면 돼요.


직장 생활 잘하셨을 거 같은데, 다른 일화도 있나요?

부장님이 “줄리아, 금요일 저녁에 회식할까?” 이러셨을 땐, “부장님, 저는 20대고 부장님은 50대인데 저의 황금 같은 금요일을 돼지고기로 할 수는 없죠. 소고기나 참치는 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3년 전부터 하셨어야죠. 회식은 점심에만 가능해요.”라면서 능글맞게 다녔어요.


상사분께서 잘 받아주셨네요. 그런 분이 거의 없거든요.

“쟤는 또라이구나” 하면서 받아주신 거예요. 오후 2-3시에는 졸리잖아요. 그래서 주마다 팀별 부장님께 가서 “축하드립니다, 당첨되셨습니다. 무료한 오후에 모두에게 맛있는 아이스크림을 쏘실 수 있는 기회입니다. 거절하시는 건가요? 지금 이 많은 분들이 다 보고 계신데요? 양심 있게 2+1로 고를게요.”라고 했어요. 이렇게 활발했던 사람이 혼자 일하니까 회사 다녔을 때에 비해 기운이 떨어진 거 같아요.



중국 주재원의 새벽 회의

이전엔 주재원을 하셨군요. 그런데 월요일을 좋아하세요?

네, 이렇게 되려고 세뇌시켰어요. 월요일 새벽 6시 반에 회의가 있었거든요. 이걸 계속 싫어하면 일을 오래 못할 거 같아서 ‘월요일이 되면 초기화돼. 난 새롭게 시작할 수 있어.’라면서 설득했어요.


이게 돼요?

네, 1년 하면 돼요.



긍정왕 줄리아가 카페 예비 창업자에게 전하는 한 마디

여유를 즐기고 싶다? 하지 마세요. 전부 스스로 해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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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렌: 줄리아님을 보면서 과거의 경험이 현재의 모습에 쏟아져 나오는 사람이라는 인상을 받았어요. 특히, 강조할 때 양손을 펼치며 몸을 앞으로 젖히는 행동에서 거짓 없는 깨끗한 모습을 볼 수 있었어요. 이번에 처음으로 인터뷰를 시도해 봤는데요, 제가 문장에서 단어 하나를 꼭 집어 질문하길 좋아한다는 걸 깨달았어요.


민카페스토리: 줄리아스 케이크룸 사장님은 항상 에너지가 밝고 좋은 영향을 주셨는데, 회사를 다니셨을 때 스토리도 에너지가 넘치고 활기차서 듣는 내내 너무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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