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리아스케이크룸 대표, 줄리아
안녕하세요, 인터뷰 장인 헬렌과 사진 천재 민카페스토리입니다. 어제 날이 따뜻했는데요, 경의선 숲길 걸어보셨나요? 저희는 그 길가에 있는 줄리아스케이크룸에 다녀왔어요. 사장님이신 줄리아님 인터뷰를 하고 왔습니다.
어쩌다 일잘러 줄리아님이 비건 미니 까눌레를 판매하게 되셨을까요?
어떻게 비건 빵을 알게 되셨어요?
중국 주재원으로 일하다가 코로나 때 한국에 들어왔어요. 그런데 한국인들이 저 빼고 전부 날씬한 거예요. 그래서 살을 빼려고 PT 10회를 끊었다가, 끝을 보고 싶어서 바디 프로필까지 찍었어요. ‘다이어트 빵’을 검색하니까 ‘비건 빵’이 상위 연관검색어에 떴어요. 이때 존재를 처음 알았어요.
제 옆에 있는 장은 어디서 가져오셨어요?
이전 주인이 쓰던 거예요. 장 안에 있는 그릇은 도자기 클래스에서 직접 만들었어요. 나머지는 남대문 시장 가서 샀어요. 온라인과 다르게, 그릇 가게 사장님하고 협상할 수 있는 게 좋아요. “사장님, 지금 큰 마음 먹고 사는 건데 이러시면 안 되죠.” 하면 깎아주세요.
까눌레 종류가 5개나 있네요. 까눌레를 계속 사가는 손님이 있으세요?
앞에 있는 대학교 중국인 유학생분이 매일 미니 까눌레를 사 드세요. 한 입에 빼먹기 먹기 편하거든요. 한국말을 잘 못하셔서 이야기는 나눠보지 못했어요. 저는 외향적이라 손님들한테 말은 다 걸거든요.
“우리나라에서는 손님한테 말 걸면 다시는 안 온다.”라는 주장에 찬성하세요?
네. 그래서 진짜로 함부로 말 걸면 안 돼요. 눈치 봐야 해요.
반대로 진상 손님은요?
아기 엄마가 매장에 전화해서 주재료 물어보고 “우리 애가 당근을 싫어하는데.”라고 하셨어요. 그래서 아이가 뭘 좋아하는지 여쭤보고 컵케이크를 추천드렸는데, 다시 전화로 “우리 애가 컵케이크는 싫다는대요.”라고 하셨어요. 12시 오픈인데 다음 날 10시부터 연락 와서, 아침 먹고 있을 때 컵케이크 말고 초코바나나 케이크 포장해서 드렸어요.
비슷한 일이 있었나요?
어떤 할머니는 “어유 비싸, 먹고 싶은 게 없어.”라며 매장에 없는 것만 찾으세요. 제가 해외영업을 6년 했기 때문에 화나진 않았어요. 불만 많은 사람들한테는 똑같이 말하면 되거든요. “아유, 비싸요~? 없어요~?” 끝말을 반복하면 돼요. 그런데 어느 날부터 안 오시니까 편찮으신 건가 걱정됐어요. 나중에 뵈었는데, 몸이 좀 불편해 보이셨어요.
영업해보셨던 게 손님 다루는 데 큰 도움이 되었네요.
네, 그래서 사람에 크게 스트레스 받지 않아요. 프랑스 바이어랑 6년 같이 일하는 내내, 계약 조건을 안 지켰어요. 발주 넣은 뒤에 뭘 바꾸려고 했어요. 바이어가 “줄리아, 이제라도 말해서 다행인 거 아니야?”라고 밀어붙여서, “그래, 그러면 발주된 거 내년에 쓸 거야? 아니면 돈 다 내놔.”라면서 계속 얘기했어요.
그런데 퇴사할 때 이 회사 CEO한테 메일 하나를 받고 6년의 고통이 싹 사라졌어요. “줄리아, 우리가 진상인 거 알고 있었어. 네가 유일하게 우리를 잘 알고 있었는데 떠나는구나. 혹시라도 회사를 나갔다가 다시 일 하고 싶으면 연락 줘. 기다릴게.”라고 왔어요.
바이어도 줄리아의 공을 알고 있었네요. 협상할 때 어떤 식으로 말해야 해요?
“네가 원하는 게 뭐야? 5개야? 그러면 네가 꼭 원하는 걸 하나 골라봐. 내가 그건 어떻게든 해줄게. 그런데 나머지 4개는 조율을 해야 해.”라고 하면 돼요.
직장 생활 잘하셨을 거 같은데, 다른 일화도 있나요?
부장님이 “줄리아, 금요일 저녁에 회식할까?” 이러셨을 땐, “부장님, 저는 20대고 부장님은 50대인데 저의 황금 같은 금요일을 돼지고기로 할 수는 없죠. 소고기나 참치는 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3년 전부터 하셨어야죠. 회식은 점심에만 가능해요.”라면서 능글맞게 다녔어요.
상사분께서 잘 받아주셨네요. 그런 분이 거의 없거든요.
“쟤는 또라이구나” 하면서 받아주신 거예요. 오후 2-3시에는 졸리잖아요. 그래서 주마다 팀별 부장님께 가서 “축하드립니다, 당첨되셨습니다. 무료한 오후에 모두에게 맛있는 아이스크림을 쏘실 수 있는 기회입니다. 거절하시는 건가요? 지금 이 많은 분들이 다 보고 계신데요? 양심 있게 2+1로 고를게요.”라고 했어요. 이렇게 활발했던 사람이 혼자 일하니까 회사 다녔을 때에 비해 기운이 떨어진 거 같아요.
이전엔 주재원을 하셨군요. 그런데 월요일을 좋아하세요?
네, 이렇게 되려고 세뇌시켰어요. 월요일 새벽 6시 반에 회의가 있었거든요. 이걸 계속 싫어하면 일을 오래 못할 거 같아서 ‘월요일이 되면 초기화돼. 난 새롭게 시작할 수 있어.’라면서 설득했어요.
이게 돼요?
네, 1년 하면 돼요.
여유를 즐기고 싶다? 하지 마세요. 전부 스스로 해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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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렌: 줄리아님을 보면서 과거의 경험이 현재의 모습에 쏟아져 나오는 사람이라는 인상을 받았어요. 특히, 강조할 때 양손을 펼치며 몸을 앞으로 젖히는 행동에서 거짓 없는 깨끗한 모습을 볼 수 있었어요. 이번에 처음으로 인터뷰를 시도해 봤는데요, 제가 문장에서 단어 하나를 꼭 집어 질문하길 좋아한다는 걸 깨달았어요.
민카페스토리: 줄리아스 케이크룸 사장님은 항상 에너지가 밝고 좋은 영향을 주셨는데, 회사를 다니셨을 때 스토리도 에너지가 넘치고 활기차서 듣는 내내 너무 좋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