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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연 Jun 02. 2022

유동적 공동체의 발견, 곤지암 리버마켓

리버마켓의 친구들!

곤지암 리버마켓이 열린 도자공원 / 입체 구조물로 된 현수막이 인상적이다.

 햇볕이 따뜻한 5월 21일, 곤지암에서 열리는 리버마켓을 찾아가 보았다. 리버마켓이 열리는 장소인 곤지암 도자공원까지 가는 도중에는 '과연 여기까지 사람들이 올까?' 하는 의문이 들었는데, 막상 도착하고 나니 아침부터 꽤나 많은 사람과 동물로 붐비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도착과 동시에 리버마켓에서 감독을 맡고 있는 안암배 감독님의 짧은 강의가 있었다.


리버마켓

  마을 사람들이 심심해서, 서로 어울릴 곳(행사)을 만든 것이 리버마켓의 시초라고 한다. 강연 때 들은 내용을 되새기며 리버마켓을 둘러보는 시간을 가졌다.


 먼저 언급하고 넘어가자면 리버마켓의 사람들끼리는 서로를 '위버'라고 부른다고 한다. 본 글에서도 판매자, 셀러라는 말 대신 작가이자 친구(공동체) 임을 의미하는 단어인 '위버'라는 표현을 사용하고자 했다.

리버마켓을 즐기는 사람들

 부스 배치에 신경을 썼다는 말대로 '위버'의 부스 유형별 특성을 고려한 공간 구성이 돋보였다. 식음료, 공방, 참여형 프로그램 등 큰 분류에 따라 공간이 배치된 것으로 보였는데, 그 안에서도 서로 유사한 품목은 조금 떨어뜨려 배치한 듯 싶었다. 이때 특이했던 점은 '음식'을 파는 부스가 거의 없었다는 점이었는데, 야시장, 플리마켓마다 보이던 그 흔한 푸드트럭의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었다는 부분이 다른 마켓과의 가장 큰 차이가 아닐까 싶다.


 추후 들은 이야기에 따르면 이는 작가들의 '작품'에 집중하게 하기 위한 방안이라고 한다. 음식이 '메인'이 되는 순간 마켓 안에서의 위계가 생기게 되고, 다른 작품들은 그저 지나가며 보는 즐길 거리로 전락하게 될 우려가 있어 이와 같은 방침을 가지고 있다고 하는데, 확실히 다른 마켓을 즐기던 필자의 모습을 떠올려 보았을 때에도 비슷하게 행동한 경험이 있었던 듯싶어 정말 좋은 해결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농수산물과 식음료를 파는 부스를 주차장과 가까이 배치했다는 이야기도 함께 들었는데 단순히 수익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위버' 한 명 한 명의 사정을 배려하려 노력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아이들을 위한 놀이기구 / 방문객 누구나 쉬어갈 수 있는 테이블

아이의 손을 놓아도 안전한 공간, 그리고 반려동물에 대한 환대

 리버마켓은 아이들이 마음껏 돌아다녀도 안전한 공간을 추구한다. 위치를 선정할 때, 길게 뻗은 길이 있는 곳을 고르는 것 역시 이를 위한 노력이라고...

이곳에서는 반려동물도 환영을 받는다. 어른과 아이, 동물 할 것 없이 마켓 곳곳에 놓인 테이블과 의자에 앉아 마음껏 시간을 보낼 수 있다. 테이블은 주민들이 직접 가져온다고 한다.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모습에서 그들이 이 마켓을 준비하며 느꼈을 즐거움이 전해지는 듯했다.


리버마켓의 캐릭터인 병아리, 매 회차 돌아가며 제작한다고 한다 / 위버들이 직접 꾸미는 간판을 보는 재미도 있다.

 간판도 정해진 디자인이 없이 작가들이 직접 만든다. 제각기 다른 특색을 지닌 간판을 구경하는 재미도 있었다. 또 서로(다른 위버) 작품으로 꾸민 매대 역시 흥미로웠다. 서로가 작품의 판매자(작가)이자 구매자가 되어주는 것이다. 이 과정을 통해 서로 돈독한 정을 쌓는 듯싶었다.

서로에 대한 존중과 나눔의 '정'이 리버마켓이 계속될 수 있던 비결이 아닐까 한다.


리버마켓에서 본 강아지 친구

 리버마켓에는 조직이 없다고 한다. 먼저 말을 꺼내긴 이전에는 서로의 신상에 대해 묻지도 않는다고.(감독님은 그런 행위를 폭력으로 설명했다.) 운영을 위한 비용은 각자가 자율적으로 리버마켓 어딘가에 비치된 모이통을 찾아 넣는 것으로 마련한다.


자율성은 곧 참여의 저조와 연결되어있다고 생각해왔는데 이들을 보니 꼭 그렇지만은 않은가 보다.


 이쯤 되니 이전에 답사했던 성미산마을과 비교를 해보고 싶어졌다. 아마 제3의 장소로서 가지는 가장 큰 차이점은 물리적 공간의 유무, 장소의 유동성(비고정)이 아닐까? 물론 성미산마을도 확실한 경계를 가지는 것은 아니라고 알고 있다. 관계망의 형태로 존재한다고...


하지만 이는 이용자의 범위 측면에서의 이야기이지 사실 성미산마을 '일대'라는 공간 자체는 고정되어있는 편이다. 이와 달리 리버마켓은 작가들이 사는 마을을 떠나 비고정적으로 이곳저곳에서 열린다는 차이를 지닌다.

전자가 정치적 역할을 하고, 대화를 통해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듯이 리버마켓도 자신들의 활동을 통해 주변의 소외된 지역을 활성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그것이 의도한 것이던 아니던! 그렇다면 '리버 마켓'이라는 행사적 성격의 일시적 공간도 제3의 장소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이번 리버마켓 답사는 유동적인 공동체, 비고정적 제3의 장소의 가능성을 탐색해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고 평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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