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연 May 29. 2022

함께하는 돌봄을 위한 장소, ㅋㅋ만화방

농촌의 마을공동체! 홍동마을의 'ㅋㅋ만화방'을 답사하다.

 마을공동체 재생의 사례이자 제3의 장소의 탐색을 위해 홍성을 방문하게 되었다. 3시간 가량을 달려 도착한 홍성의 모습은 흔히 떠올리는 '시골'의  심심하고 한적한 이미지와 달리 활력 있는 모습에 가까웠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기존 주민과 귀농한 새로운 주민들이 어우러져 협동조합을 운영하고, 서로에게 필요한 일을 해결하기 위해 함께 새로운 장소를 기획한다. 사람이 많은 도시에서도 어려운 주민간의 협력이 적은 인구 수를 가진 홍성(농촌)에서 가능했던 것은 '나에게도 필요한 일'이라는 당사자성과 지금 해결하지 않으면 쭉 불편을 겪어야 한다는 점에서 오는 시급성이 있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리고 그 결과로 홍동면에는 청소년을 위한 공동 돌봄 공간과 도서관, 여성 농민을 위한 지원센터, 마을 사람들이 모여 함께 술을 마실 수 있는 가게 등 '마을'의 문제 해결 혹은 생활의 편리함을 위해 조성된 공간이 여럿 존재하고 있었다.

 

 이번에는 그중에서도 마을 청소년을 위한 공동 돌봄공간의 역할을 하고 있는 'ㅋㅋ만화방'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ㅋㅋ만화방은 '돌봄'에 뜻을 가지고 조성된 장소라는 점에서 최근 답사를 다녀온 성미산마을의 동네책방 개똥이네책놀이터과 유사성을 가진다. 본 글에서는 동일한 가치 추구에서 시작된 두 장소의 비교를 통해 서로 어떤 유사점을 가지고 있는지, 또 차이는 무엇인지를 밝히고자 했다.

 


공간 분석

 먼저 두 공간은 '만화방'과 '서점'의 공간 구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ㅋㅋ만화방의 경우 벽면을 따라 책이 배치되어 있고, 그 외의 공간은 모두 방문객이 이용 가능한 테이블과 의자로 채워져 있다. 친구들과의 아지트가 되어 줄 수 있는 벙커형 휴게공간이 있고, 혼자 조용히 책을 읽을 수 있는 독서실형 테이블도 있다. 반면 개똥이네책놀이터의 경우 '서점'이라는 장소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1층 대부분의 공간이 책을 판매하기 위한 매대로 구성되어 있다. 1층의 한 켠에 아이들이 간식을 먹거나 아이를 데리러 온 부모님이 쉴 수 있는 작은 휴게 공간이 조성되어있기는 하지만 어쨌든 '책방'이 공간의 주요 속성이기 때문에 아이들을 위한 공간은 서점의 위, 아래층에 따로 위치해있어 전자의 경우보다는 분리된 공간 활용이 나타난다.

 

ㅋㅋ만화방 내부 전경

 

목적과 분위기

 공간을 이용하는 아이들의 태도와 비치된 책의 종류에서도 차이를 발견할 수 있었다. 개똥이네 책놀이터가 아이들을 위한 도서와 더불어 죽음, 인권 등 서점 이용객(동네 주민)을 위한 다양한 도서를 갖추고 있었다면 ㅋㅋ만화방의 경우 '아이들의 흥미'에 좀 더 초점을 두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대부분의 책이 만화책이고, 공간 한 켠에는 들여놓았으면 하는 만화책을 적는 메모판이 마련되어 있다. 전자의 경우가 아이와 부모가 함께 책을 읽는 문화 형성이라는 목표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나타나는 차이가 아닐까 싶다. 

장소를 이용하는 아이들의 태도, 분위기와 관련해서는 예상과 다른 모습을 관찰할 수 있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서점'의 특성을 가진 개똥이네 책놀이터가 더 정적이고 조용한 분위기일 것이라 예상했었으나, 의외로 ㅋㅋ만화방이 더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이용되고 있었다. 이용하는 아이들의 연령층도 ㅋㅋ만화방의 경우가 더 높을 것으로 예상되었다.

 

아이들이 원하는 책을 붙여둘 수 있는 메모판과 추천 서적


프로그램 및 운영

 두 장소가 유사하게 지니는 특성 역시 발견할 수 있었다. 두 장소 모두 아이들을 위한프로그램(행사 및 동아리 활동)이 진행되고 있었는데, 이를 위한 활동비와 경비, 그리고 공간 자체의 유지비용 마련을 위한 방법으로 '후원'의 방식을 채택하고 있었다. 해당 장소가 유지되기를 바라는 주민들을 대상으로 정기적인 후원금을 지원받고, 장소를 잘 운영하는 것으로 보답하는 것이다. 수익 창출을 주된 목표로 하면서, 주요 타겟층에게서 수익을 얻고자 하는 다른 서점, 만화방과 달리 아이들이 언제든 모여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간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이용자에게서 수익창출이 어려움) 후원을 통한 외부의 지원은 불가피한 선택이 아니었나 싶다.

 주요 타겟층 외의 집단에서 수익을 얻으려는 노력은 만화방 곳곳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는데, 아이들의 경우 입장료를 받지 않지만 성인은 3000원의 이용료를 내야한다. 입구쪽에 설치된 청소년 전용 콘돔 자판기의 경우에도 성인을 대상으로만 금액을 받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입장료 지불함과 청소년 전용 콘돔 자판기, 어른을 대상으로는 비용을 받고 있다




이렇듯 비슷한 성격의 두 공간일지라도 세부적인 타겟과 공간의 용도를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서 다른 공간 활용이 나타날 수 있다. 본문에서는 공동 돌봄 공간인 'ㅋㅋ만화방'에 대해서만 다루고 있지만 홍동에는 여성농업인지원센터, 밝맑도서관, 동네마실방 뜰 등 다양한 공동체 시설이 위치해 있다. 농촌 공동체를 경험하고, 제3의 장소의 가능성을 엿보고 싶다면 홍동면에 방문하는 것을 추천하며 이 글을 마친다. 

작가의 이전글 '마을'을 변화시키는 사람들과의 산책에 함께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