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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근 Jun 14. 2024

케익의 평화

이상한 공감 그런  거 없이 날 살살 녹여와

이 노래를 처움 추천받고, 말랑말랑한 분위기가 마음에 들어 듣게 되었습니다. 저는 보통 노래를 들을 때 가사를 한 번에 모두 이해하진 못하는 편인데, 도입부의 가사가 들리기 시작했을 때 가슴 깊이 박히는 가사에 꽤나 놀랐습니다. 편안하고 잔잔하며 말랑말랑한 멜로디에 그런 가사가 붙어 있으니 더욱 그랬던 것 같습니다.


잘못 선택한 방금 그 단어 하나 때문에 더는 널 못 볼 것 같다라는 가사가 그랬습니다. 무슨 말인지도 알 것 같고, 이토록 잔인한 말이 또 있을까 싶습니다. 실수로 내뱉은 말이어도 그랬겠지만, 나름의 고민과 고민을 거쳐 내놓은 말 한마디에 저런 반응이 돌아오는 걸 상상해 본다면 참 무섭습니다. 어떻게 보면 고작 단어 하나임에도 딱 잘라 더는 못 볼 것 같다는 매몰찬 반응이 저에게는 이런저런 생각이 들게 만들 것 같습니다.


그 뒤엔 딸기 케익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저는 다른 어느 가사보다도 이 구절에서 이 노래에 꽂혔습니다. 누구보다 내 맘을 아는, 이상한 공감 없이 마음을 살살 녹인다는 딸기 케익은 도대체 어떻게 "나"의 마음에 그렇게 와닿는 걸까요? 사실 딸기 케익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잡아먹혔을 뿐인데 말입니다. 때로는 달달하고 부드러운 딸기 케익에 마음이 풀리기도 하겠지만, 제가 느끼기에 제 마음을 알아 주진 않는 것 같습니다. 제가 고민 끝에 내놓은 말은 우리의 관계를 끝낼 수도 있는데, 케익이 얼마나 잘났으면 이렇게 말해 주지 하는 오기도 들어 왜 이런 가사를 썼을까 고민해 보았습니다.


그러다 생각이 든 것이, 사실 딸기 케익은 제가 아니었을까요? 누구보다 제 맘을 아는 건 저에게 많은 고민 끝에 나온 말을 해 주는 좋은 친구도, 달고 부드러운 딸기 케익도 아닌 제 자신일 테니 말입니다. 그러나 다른 사람을 바라보듯이 제 자신을 바라보는 것은 너무도 힘든 일입니다. 사람인 만큼 자신에게 더 엄격한 부분도, 느슨한 부분도, 때론 무디거나 섬세한 부분도 분명 있으니까요.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나 싶을 때도 괜히 만족이 되지 않고 말입니다. 다른 사람도 아닌 내 자신이기에 더욱 함부로 대하거나 덮어 놓고 넘긴 부분이 저는 분명히 있는 것 같습니다. 어떻게 보면 다른 사람도 아닌 내 자신이기에 누구보다 배려하고 힘이 되어 줘야 할 것 같은데, 저에겐 그게 참 어렵습니다.


남에게는 이런 걸 기대하기 어려울 겁니다. 결국 나의 마음을 모두 알지 못하는 남이기에 아무리 깊고 좋은 말이라 한들 받아들이기에 따라 이상한 공감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동안 많은 사람에게 나름 진심을 담아 전했던 말이 이상한 공감이 될 수도 있단 생각은 부끄럽고 미안하지만, 사실 그런 이야기는 아닙니다. 제 생각의 요지는 타인의 공감은 이상하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나 자신의 마음을 내가 직접, 누구보다 더 잘 알아 줄 수 있다는 이야기니까요. 물론 다른 사람에게 마음을 전할 때 더 조심스러워질 수 있겠지만, 그건 항상 필요한 것이니까요.


너무 이상한 구절에 꽂혀 생뚱맞은 이야기를 했나 싶기도 하지만, 결국 좋은 방향으로 흘러간 것 같으니 괜찮지 않을까요? 이 글을 읽으시는 분이 있다면 당신도 딸기 케익 한 조각 어떠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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