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하는 말
가끔 그럴 때가 있습니다. 저 자신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다 보면 무언가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 때. 바쁜 하루를 보내고 돌아와 쉴 때, 휴일에 의자에 앉아 조용히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면 오늘 저녁은 뭘 먹을지 같은 사소한 고민부터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내가 하고 있는 것이 과연 맞는가 하는 큼직큼직한 고민들이 찾아옵니다. 아마 제 또래의 친구들 모두가 비슷한 고민을 할 것이고, 우리의 부모님과 다른 어른들도 지금의 삶을 살기까지 그런 고민들을 수없이 했을 것입니다. 그런 고민을 하다 보면 무엇이라도 해야 될 것 같고, 나 자신에게 뭐라고 해 주고 싶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도무지 모르겠습니다.
난 내가 꿈꾸던 나의 모습에 가까워졌나. 어쩌면 나의 꿈은 이룰 수가 없는 것이 아닐까. 사실 꿈과 어른이 되는 것에 대한 좋은 이야기는 너무도 많습니다. 각자 자신이 살아오며 느낀 것에서 빛나는 조각들을 차곡차곡 모아, 자신과 같은 길을 걸어오고 있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되고 이정표가 될 수 있길 바라는 마음에서 나온 그 좋은 말들은 하나하나가 소중하고 아름답습니다. 멋진 대사들과 노래 가사들에 담긴 이야기는 저에게도 깊은 울림으로 다가왔습니다. 우리의 고민들을 해결해 주는 건 전혀 아니지만, 그런 고민들을 마주할 때 가만히 옆에 같이 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주저앉지 않고 꿋꿋이 맞설 이유가 되어 주니 이 시기에 그런 말들을 접할 수 있는 것이 참 다행이란 생각이 듭니다.
사실 공부하라는 부모님의 잔소리처럼 정작 이야기를 듣는 사람에게는 전혀 와닿지 않는 이야기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도 중고등학생 때를 생각해 보면 참 말을 안 듣는 학생이었습니다. 그때는 한 번 밖에 없는 시절을 공부만 하다 끝내는 건 너무 칙칙하고 안타깝게 느껴졌고, 잔소리를 하는 것이 나 잘 되라고 하는 말인 건 알고 있었지만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았고, 왜들 이리 난리인지 모르겠고 그저 자신의 후회를 나로 푸는 것 밖에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지나고 나면 참 죄송하고 감사하다 생각이 들지만, 그때 그 이야기를 받아들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고 우리가 나이를 먹으면 비슷한 말을 하고 듣는 이는 비슷하게 받아들이겠지요.
그래서 저는 시간이 지나기 전에, 저도 20대에 다른 20대들도 할 법한 그런 고민들을 겪고 있을 때 이 글을 쓰려합니다. 다른 어른들보다 겪은 것도 모자라고, 이룬 것도 없어 여러분에게 줄 것 하나 없지마는 그저 함께 각자의 길을 걸으며 좀 더 가까이에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힘든 길을 걸어가고 있을 때 잠시 앉아 걸을 땐 느껴지지 않았던 잔잔한 바람을 맞으며, 보이지 않던 주변 풍경과 주변 사람들의 모습도 찬찬히 살펴보며 "많이 왔네요." 같은 말 한마디 건네듯이. 저도 저에게 해줄 말을 조심조심 모아 저에게, 이 시절을 지나왔고 지나갈 이들에게 전할 편지를 써 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