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파페치
이제는 로켓배송으로 Louis Vuitton, Gucci, Cartier 등 다양한 명품을 받아볼 날이 그다지 멀지 않은 것 같습니다.
What Happened?
쿠팡은 지난 23년 12월 공시를 통해서 영국 기반 글로벌 명품 쇼핑 플랫폼 운영업체인 farfetch를 인수한다고 말했습니다.
Does it matter?
쿠팡의 farfetch가 중요한 이유는 이번 딜을 통해 쿠팡의 현주소 및 미래지향점을 되짚어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업계 관심 없는 주변 사람들은 대부분 쿠팡을 아직도 적자회사라고 알고 계시더라구요.
쿠팡은 이미 ‘22년 2분기부터 상각전영업이익이 흑자로 돌아선 흑자회사입니다.
(물론 현금 지출이 없는 비용인 상각비 제외하면 적자일 수 있으나, 그것은 회계 기준 이익에 따라 관점이 다르기 때문에 논외로 하겠습니다)
매출 또한 매년 두자리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23년은 아직 사업보고서가 나오지 않았기에, ‘22년 기준 연매출 약 27조원, 상각전영업이익 약 0.3조원을 기록하고 있으며, 3개월에 한 번이라도 쿠팡에 접속한 사람의 수가 약 2천만명 정도 된다고 합니다.
2천만명이면 대한민국 경제활동인구가 약 2500만명정도 수준이고, 쿠팡 특성상 가구당 1계정만 이용하면 되기에, 실제적으로 주변 사람들 모두가 쿠팡을 쓰고 있다고 보면 될 정도입니다.
또한 한 유저당 3개월 동안의 평균 지출 금액이 약 30만원 정도된다고 하니, 유저당 한 달에 적어도 평균 10만원은 쓴다고 볼 수 있겠네요.
저는 한 달에 5만원도 안 쓰는 것 같은데, 15~20만원을 쓰시는 분들도 계신 것 같습니다.
또한 일명 ‘쿠세권’이라고, 쿠팡은 물류 창고를 전국에 걸쳐 투자하였고, 이를 통해 물류창고 중심으로 일자리 및 상권이 활성화된다고하니, 정말 좋은 소식 같습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암울한 시기를 지나 떡상하고 있는 쿠팡이 인수했다는 ‘그 회사’는 어떤지 알아볼까요?
해외 명품 직구를 해보신 분이라면, 굉장히 익숙할 그 이름 farfetch, 심지어 친절하게도 한글 사이트 및 국내배송까지 해주어 한국인들에게는 더욱 더 익숙할 수 있는 회사입니다.
farfetch는 2007년에 포르투갈 사업가 호세 네베스 형님이 영국에서 창업한 영국회사 입니다. 패션회사 창업자라 그런가 뭔가 외모부터 존잘이네요.
farfetch에는 정말 없는 물건이 없을 정도입니다.
글로벌 명품 브랜드 약 1,400개가 입점해있으며, 미국/중국/인도 등 약 190개 국가에 진출을 할 정도로 글로벌 입지가 뛰어난 회사입니다.
그렇다면 farfetch는 어떻게 이렇게 큰 회사가 될 수 있었을까요?
그 비결은 바로 구매자와 판매자를 연결시켜주는 연결고리 역할을 굉장히 충실히 해왔기 때문입니다.
farfetch의 초창기 비즈니스 모델은 유럽 각지에 난립한 명품 편집샵, 일명 boutique들이 물건을 상점에서만 파는 것으로 부족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명품 쇼핑 플랫폼 farfetch를 만듭니다.
명품 쇼핑하다보면 꼭 내가 원하는 아이템은 내 주변 샵에 가면 없고, 3–5일 걸리는 곳에 딱 한 점있고 또 3–5일 뒤에 가면 방금 나갔다그러고. 이런 경우 많으시죠?
수요자나 판매자나 골치가 아픕니다. farfetch는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하여 farfetch 사이트를 통해 수요자와 판매자를 연결시켜주고 판매대금의 30%를 수취하는 모델로 시작하였습니다.
즉 자기 제품이 없이도 중개수수료만으로 먹고 살았죠. 30%가 너무 큰 것 아니냐고요? 크죠. 근데 썩히는 것보단 나으니까 판매자들이 farfetch를 통해 물건을 판 것 같아요.
아무튼. 그렇게 성공가도를 달리던 farfetch는 네타포르테 및 까르띠에 등을 소유한 유명 패션그룹 리치몬트 및 알리바바 등 굵직한 곳으로부터 투자유치를 받습니다.
그리고 결국에는 뉴욕 상장이라는 꿈까지 이루게 됩니다. 그것이 모든 악몽의 시작일 줄은 그 누구도 모른채로…
farfetch 창업자 호세 형님은 뉴욕 상장 기존 투자금, 주식시장 상장을 통해 받은 투자금 등으로 따발총에 총알이 가득가득 담겼습니다.
평소에도 공격적인 성격인 호세 형님은 이제 이 따발총을 어디다가 쓰면 좋을지 짱구를 굴렸죠.
“이 현금들을 어떻게 쓰면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을까?”
호세 형님이 생각한 방법은 더 이상 상품 판매 중개에 매달리지 말고, 내가 직접 물건을 사와서 고객한테 팔아서 더 큰 마진을 남기자. 그리고 그것을 넘어 명품 브랜드까지 직접 운영해보자! 였습니다.
결론은요?
폭망했습니다.
송충이가 맞는 표현일지는 모르겠지만, 송충이는 솔잎을 먹어야 오래 사는데, 우리 호세 형님은 충전된 따발총으로 직접 브랜드 인수에 나섭니다.
상장 다음 해인 ‘19년 호세 형님은 그새를 못참고 우리가 아는 힙한 브랜드 Off-white, AMBUSH, Palm Angels 등을 보유한 New Guards Group을 약 9000억원을 주고 인수하는 Flex를 보여줍니다.
이어서, ‘22년에 미국 유명 백화점 브랜드인 Bergdorf Goodman 등을 거느린 백화점 브랜드 Neiman Marcus (니먼마커스)에 약 2,500억원어치의 지분을 매입하는 또 다른 Flex를 해버립니다.
마지막으로 투자자 중 하나인 리치몬트 그룹이 보유한 YNAP (Yoox Net A Porter) 플랫폼까지 샀죠. 얘는 현금이 아닌 farfetch 주식을 주고 사와서 그나마 현금 지출은 아꼈습니다.
아무튼! 호세 형님은 투자자들로부터 받은 돈을 마구잡이(?)로 써댔던 거죠.
그렇게 호세 형님이 투자한 포트폴리오들이 효자들이었으면 모르겠지만, 또 그게 아니었어요.
글로벌 경기 침체로 주요 명품 매출 국가인 미국과 중국 등에서 수요가 부진하였고, 이는 곧 farfetch 실적에 직격탄을 맞게 되었죠.
그렇다보니 회사에 적자는 쌓이고, 결국 주가는 고점 대비 무려 99%가 빠져버렸죠.
동시에 브랜드 인수 등으로 현금까지 부족한 farfetch는 결국 부도위기를 맞게 됩니다.
당장 7000억원을 마련하지 않으면 부도를 낼 수 있는 상황까지 왔어요.
모두가 farfetch가 망한다고 할 때, 쿠팡은 farfetch의 부도위기를 기회로 보았습니다.
부도위기의 회사는 문제가 많지만, 그 문제를 해결만 할 수 있다면 싸게 살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요.
그렇다면 쿠팡이 farfetch를 인수하게 된 배경, 그리고 앞으로의 행보에 대해 말해보죠.
먼저, 쿠팡은 farfetch를 왜 인수하였을까요? 정말 뜬금없잖아요? 생필품 회사가 외국 명품 사이트를?
그 배경을 알기 위해서는 우선 쿠팡이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를 알아야 합니다.
쿠팡은 Bom Kim 창업자가 100% 자기 돈으로 여기까지 온 회사가 아닙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소프트뱅크 비전펀드, 그린오크PE 등 여기저기서 ‘투자’를 받아서 물류센터도 짓고, 쿠팡맨도 고용하고하였죠.
그렇다면 투자를 받은 회사는 투자를 해준 투자자들이 이익을 볼 수 있게 해주어야 합니다.
쿠팡은 뉴욕 상장 당시 약 100조원까지 찍을 정도로 매서운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러나 떡락에 떡락을 거듭하여 현재는 약 30조원 수준까지 떨어졌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더 눈여겨 보아야 할 점은 22년 중순부터 24년 현재까지 주가의 변동이 없다는 것입니다.
투자자들은 투자금을 회수해야하는데, 주가가 박스권에 갇혀있으니, 답답한 것이죠.
그래서 투자자들은 쿠팡에게 “야 니네 새로운 것좀 시도해서 기업가치좀 띄워봐, 언제까지 저 모양이니?”라고 말하면서 빨리 투자자들의 exit 수단을 확보해달라고 갈구는 것이죠.
쿠팡이 기업가치를 띄우려면 무엇을 해야할까요? 쿠팡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시죠.
i) 더 많은 고객 확보
앞서 언급하였듯이, 지금도 쿠팡 안 쓸 사람들은 앞으로도 안 쓸 겁니다. 이미 2천만의 활성화 유저를 가지고 있어요.
그럼 외국가면 되잖아?
맞는 말인데, 이미 일본은 2년 전에 철수했고, 현재 대만에 가 있습니다만, 투자가 더 필요한 상황입니다.
ii) 고객당 더 많은 매출 확보 (ARPU; Average Revenue Per User)
쿠팡의 유저들은 평균 매월 약 13만원씩을 소비하는데요, 쿠팡이 더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고객들이 매월 13만원 이상씩을 써준다면, 쿠팡은 성장하고 있다고 투자자들에게 말 할 수 있겠네요.
쿠팡의 결론은 고객이 더 많은 돈을 쓰게 하는 것 입니다.
쿠팡하면 떠오르는게 뭐죠? 맞습니다. 기저귀, 칫솔, 떼밀이, 깔창, 물, 폰케이스.
공통점이 뭐죠?
1–2만원 따리라는 겁니다.
물론 저 1–2만원 따리들 팔아서 온라인 커머스 왕좌 업체까지 도약했지만, 왕좌 달성을 넘어서 왕좌를 지키기 위해서는 1–2만원 따리 잡템 팔아서는 유지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쿠팡은 생각합니다. 우리가 생필품 팔아서 여기까지 왔잖아, 그럼 다른거 팔껀 뭐있을까?
쿠팡이라는 공룡이 들어가기에 충분히 큰 시장은 단 3개입니다.
의/식/주
대한민국 온/오프라인 망라한 총 유통시장 규모는 약 700조원 정도로 집계됩니다.
그 중 온라인 유통시장 규모는 약 250조원 정도로 추정되죠.
250조원 온라인 유통시장 중 50%는 서비스이고, 나머지 50% 생활용품, 식품, 의류 등으로 나뉩니다.
그 중에서 생활용품은 그 규모가 낮은 아이들 중에 하나입니다.
그렇다면 쿠팡은 생활용품에 더 나아가 식품, 의류 시장까지 개척해야하는 미션이 있는 것이죠.
- 주(住): 사는 것
이미 생필품 시장은 뚫을 때까지 뚫어놔서 더 이상 뚫을 곳도 없습니다. 쿠팡이 점령했어요.
- 식(食): 먹는 것
쿠팡이 떡볶이를 만들어 팔 것도 아니고, 먹는 사업은 쿠팡이츠를 통해서 간접적으로 시도 중이에요.
- 의(衣): 입는 것
쿠팡은 실제로 의류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엥? 근데 진짜 쿠팡 옷 파는거 본 것 같은데?”
맞습니다. 근데 본 것 같지 사진 않았죠?
똥망했으니까요.
쿠팡은 ‘20년 야심차게 준비한 C.애비뉴라는 카테고리를 통해 의류 시장에 진출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야심차게 준비한 결과물은 아래와 같습니다.
위 목록은 쿠팡 C.애비뉴 입점 브랜드 중 일부를 추린 것인데요, 뭔가 좀 ‘올드’해 보인달까?
저도 패션에 관심이 많다보니 요즘 ‘핫’한 브랜드가 없어서 굳이 쿠팡에 들어가서 옷을 사야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더라구요.
온라인 패션 사업은 브랜드와 큐레이션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아무리 좋은 브랜드를 가지고 온다고 하더라도, 그걸 살만한 성별/연령대를 “잘 골라서 잘 보여줘야” 합니다. 이걸 큐레이션이라고 합니다.
이걸 잘하는 회사가 무신사인데, 무신사처럼 큐레이션을 잘 하려면 뭐가 중요할까요?
데이터
무신사는 무신사를 주로 찾는 젊은 남성 고객들의 쇼핑 Behavior에 대한 데이터를 무궁무진하게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고객이 무신사앱을 사용할 때, 마치 장사 잘하는 백화점처럼 “고객님 체형에는 이 옷이 맞으세요~, 고객님 나이대에는 이 옷이 잘 팔려요~”하는 등의 추천 기능이 기가 맥힌 것이죠.
또 고객들의 니즈를 정확히 알고 있어서 최신 힙한 브랜드들은 가장 먼저 들여옵니다.
이것이 바로 수년간 고객들을 대하면서 ‘남성옷’이라는 카테고리 하나만 파서 깨달은 그들만의 노하우인 것이죠.
쿠팡이 무신사나 에이블리처럼 특정 연령대의 패션 취향 등을 알만한 데이터가 있을까요? 아예 없죠.
상황이 이러하다보니, 쿠팡이 직접 패션쪽을 건들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그러던 찰나, farfetch가 부도위기라는 말을 듣고 아차 싶었던거죠.
“이거다!”
23년 12월 쿠팡이 farfetch를 인수하기로 결정되기 전, farfetch는 7천억원이 없으면 바로 부도가 나는 상황이었습니다.
이 때를 놓치지 않고 쿠팡은 farfetch에게 인수 의사를 표시하죠.
“내가 6천억 빌려줄테니까, 경영권 내놔”
그렇게 farfetch는 산전수전을 다 겪으면서, 결국 쿠팡의 품으로 안기게 된 것이죠.
쿠팡 단독 인수는 아닙니다.
인수대금 7천억 중 80%는 쿠팡이, 나머지 20%는 쿠팡의 오랜 투자자이자 사모펀드 회사인 GreenOak 가 대기로 합니다.
그리고 쿠팡과 GreenOak가 합자해서 신설한 Athena Topco라는 새로운 회사에 돈을 부은다음, 이 회사와 farfetch간의 금전거래를 통해서 farfetch를 인수하게 되죠.
“근데 pre-pack 절차가 뭐에요?”
설명충 모드로 몇 자 더 적자면, farfetch는 영국법인이고, 영국 법원에 pre-packaged plan 전형(?)으로 회생신청을 하게 될 거에요.
“아니 무슨 소리냐 쿠팡이 돈주고 사면 되는거 아니냐”
맞는데, 이게 farfetch가 영국법인이다 보니까 또 관련 절차가 있어요.
pre-packaged plan이란 기업이 돈을 제때 갚지 못해 부도가 나고, 법원 아래로 들어가 회생할지, 청산할지 정하는 절차 중에서 ‘회생’ 하는 방법 중 하나 입니다.
원래 회생 절차대로라면 돈 못 받은 사람 다 줄 세운 다음에 우선순위 정하고, 빚 어느 정도 깎고 하는 일련의 과정들을 거쳐야 하지만, 쿠팡이 나타나서 빚을 깔끔하게 다 갚아준다고 해버린 것이죠.
“법원아, 나 돈 못 갚아서 부도나서 너네한테 관리 받으러 왔는데, 쿠팡이 다 갚아준대. 그러니까 빨리 회생 시켜줘”
맞습니다. 법정관리 들어가기 전에 이미 쿠팡과 farfetch가 회생계획을 다 짜 두고, 들어가자마자 계획 제출 해서 빨리빨리 법원 승인 받는 일명 “짜고치는” 회생방법입니다.
쿠팡입장에서는 “살려는 드릴게” 대신 “farfetch 경영권 내놔”이고, farfetch 입장에서는 “회사만 살려다오” 느낌인 것이죠.
일간에서는 22년 영업적자만 1조원인 회사를 쿠팡이 가지고와서 뭐 어쩌겠다는 것이냐, 쿠팡 본체도 망할 일 있냐고 하는 의견도 보이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쿠팡도 바보는 아닙니다. 계산기를 두들겨 보고 이런 중대사를 결정했겠지요.
쿠팡은 ‘23년부터 상각전영업이익 약 1조원 이상을 벌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만큼, 일단 쿠팡 본체에서 번 돈으로 어떻게든 커버가 될 것이라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또한 쿠팡이 잘하는게 뭡니까? 바로 쪼는 거에요.
쿠팡 입점 업체들한테 엄청 쪼아서 엄청 잘 받아내는 만큼, farfetch도 쿠팡의 비용통제 한 스푼 들어가면 당장은 아닐지라도 쿠팡의 성장 스토리를 투자자들에게 보여주기에는 이만한 딜도 없다고 생각됩니다.
자, 그러면 언젠가는 당일배송으로 루이비똥을 받는 그 날이 오기를 기대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