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호호 Jul 08. 2022

국민의 수준이 정치 수준을 결정한다.

나는 정치 유튜브를 보는 사람이 아니다. 지지층들이 듣기 좋아하는 말만 찾아서 들으러 가는 정치 유튜브를 굉장히 싫어한다. 그런데 우연찮게 유튜브 쇼츠에 알고리즘에 떠서 변희재 영상을 봤는데 이 내용이 굉장히 심상치가 않더라.


청와대의 실세는 영부인이고, 대통령은 바지사장이고, 이준석은 대통령에게 팽 당해서 살기 위해선 김건희 치맛자락을 잡아야 한다.


뭐 이런 얘기를 하던데 뭔 이야기를 하나 듣다보니 끝까지 다보게 되었다. 마치 자기가 소설의 전지적 관찰자 시점으로 모든 것을 전부 통찰했다는 양 확신에 찬 목소리로 자신의 뇌피셜을 사실인 것처럼 말했다.


그런데 솔직히 말해서 그러한 이야기들은 꽤 재미있었다. 겉으로 나타나지 않은 정치계의 궁중암투를 듣고있자니 꽤 흥미진진한 것이었다.


국민들은 정치에 관해서 이러한 이야기와 해석들을 굉장히 좋아한다. 그러한 권력관계에서 발생하는 암중의 이야기들을 상상의 나래에서 해석하고 궁금중을 해소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이야기들은 들어보면 재미있지만 객관적으로 따져보면 그냥 후진국형 정치문화의 전형적인 이야기들이다.


현대 사회는 이성과 합리의 식견으로 공공이 자유로운 토론과 검증을 통해 공공을 위한 최선의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합리적인 의사결정 방식의 표준으로 정하고 있다. 이것은 현실에선 그렇지 않더라도 최선의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마땅히 따라야할 교과서적인 행동양식이다.


반면에 변희재가 묘사하는 정치계의 속사정과 전말들은 기껏해야 삼국지 같은 이야기에서 나올 법한 더러운 모략과 암투들이 난무하는 비합리적이고 불공정한 권력게임이다.


국민들은 그러한 이야기들을 즐기다 못해 모든 정치적 이벤트에 관해서 그런 후진적인 정치문화의 색안경으로 정치를 해석한다. 만약 어떤 정치인이 국가와 공공을 위해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문제해결 방식을 제안해와도 진의를 알아보기는 커녕 비틀어버리고 왜곡시키고 적과 아를 구분해서 맹공을 가한다.


당신이 보는 시선이 곧 현실이다. 당신이 정치를 뒷공작 음모술수의 장으로 본다면 그렇게 될 것이고 당신이 정치를 합리적인 이성과 합의의 장으로 본다면 그렇게 될 것이다.


국민들은 합리적인 의사결정 방식으로 정치를 바라보기 보다는 그냥 정치인들이 패거리 정치를 하고, 거기서 벌어지는 권력의 패싸움 등과 같은 후진국적 정치문화를 즐기는 것이 더 익숙하다. 합리와 이성에 기대는 현대자유주의국가의 교과서적인 대안이 제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본질적으로 현실 정치가 그렇게 흘러가는 이유는 국민들이 그러한 정치문화를 즐기고 원하고있기 때문이다. 현실 정치는 국민들이 바라는 형태의 생태계로 형성되고 또 유지된다.


정치 유권자들이 사실에 근거하지 않고 합리적이지도 않고, 이성적이지도 않으며 그저 음모론과 확증편향으로 자신의 무지와 궁금중을 해소하길 좋아한다면 그것이 현실 정치에 그대로 반영된다. 한국 정치가 엉망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국민 대다수의 기대와 염원이 정치가 후진적이길 간절히 바라고있기 때문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보수 진보 차이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