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정치 모델의 사상적 근본이 된 계몽시대 합리적 정치시스템은 더 이상 현대 정치시스템에 더 이상 영향을 주지 못하는 것 같음
삼권분립, 균형과 견제, 자유로운 토론과 합리적 의사결정 등을 장기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계몽시대에 구상했던 정치시스템은 그 정신만큼은 완전히 소실되었음
요컨대 토대나 형식은 그 시대의 구상을 그대로 이전하였지만 그것을 구상했던 그 시대의 시대정신과 합리성이 현대 정치시스템에선 보이지 않음
예를 들자면 정부의 삼권 분립이 정작 정당 내부에는 적용되지 않아 정부의 인사권을 담당하는 정당에선 삼권 분립이 되지 않는다든가, 계몽시대 이후 민주주의 등장과 대중들의 출현. 가면 갈수록 시민들의 집단지성보단 군중들의 군중심리로 극단화되는 경향들이 사실상 과거와 현재의 시대정신이 완전히 단절되었음을 보여줌. 종교가 선지자의 정신과 현재가 완전히 단절된 것처엄
그 시대정신의 소실은 현대가 더욱 정치를 종교적 지지로 변이되었다는 것으로 보여줌
대중들은 사상이라는 정치적 지향점을 기준으로 정치적 성향을 결정하는데, 이것이 종교의 교리와 놀라울 정도로 유사한 특징을 갖고 있음. 위대한 사상가들의 논리가 과거 위대한 선지자들이 교리를 통해 신도들에게 전파했던 것처럼 사상이 대중에게 전도되고 이끌어짐.
대중들은 이것을 더더욱 단순화시켜 받아들이고 자신의 색깔을 결정하는 데에 부각되는 특징을 굉장히 대단한 정체성으로 받아들임 예컨대 우파는 더더욱 자유지상주의자가 된다거나 시장자유를 유독 강조한다던가 마찬가지로 좌파는 국가에 대한 옹호가 점차 극단화되고 중요해진다는 거임 실제 고대 종교를 보면 대중들에게 널리 전파되기 위해 대중 교리는 지극히 단순해졌음 나무관세음보살을 외면 천당간다던가
가장 무서운 것은 개인이 스스로사고하고 판단하는 게 아니라 사상에 맞춰 자신을 개조하고 행동하는 것. 광신도는 현대에도 존재한다.
사상은 세상을 널리 이롭게 하기 위해 위대한 사상가들의 고민과 문제의식을 총망라하어 담아낸 것이지만
놀랍게도 사람들이 사상을 따르는 것이 군중의 영역으로 넓게 본다면 사상은 세상을 이롭게 하기 때문에 받드는 것이 아니라 단지 정치적 이데올로기로써 군중이 지지하는 정당의 영향력 확대를 위한 선전 도구정도로밖에 취급되지 않음 이 이데올로기는 곧 수많은 정치행위들을 정당화하는 데에 사용되고 대개는 세상을 이롭게하기보단 정치집단의 이익을 위해 이용되는 것 같음 그래서 중세 교황의 세속화는 필연적인 것이라고 생각함
십자군 전쟁이 기독교세력의 성역 탈환을 명분으로 갖는 것과 민주국가가 독재국가를 민주화시켜야한다는 강박증을 갖는 것이 과연 다를까? 그리고 왜 그런 동기를 갖게 만드는 갓인가를 생각해보면 결국 교리의 문제가 아닐까 더구나 종교와 정치가 뭐가 다를까 대중들은 과거 시대에 종교에 영속되고 종교활동을 했던 것처럼 마찬가지로 똑같은 방식으로 정치에 영속되고 정치활동을 하는 거임
사상은 교리와 성질상 같은 거임 다시 말하면 사상은 정치적 교리임 단지 고대시대엔 지식과 학문수준이 발전하질 못해서 교리를 통해서 종교라는 형태로 사회를 통합시킬 수밖에 없었던 거고 현대의 사상과 똑같은 역할을 했을 것 같음. 차이점이라면 교리는 선지자들의 깨달음이지만 사상은 학문적, 과학적 토대 아래에 쌓여진 것이라는 점. 사상이 교리보다 세련되고 더욱 고차원적인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단지 사상이 기저에 쌓아올려진 학문적 토대가 탄탄하기 때문임 결국은 같은 것
정리하면 현대 정치시스템는 형식적으론 굉장히 합리적이고 잘 짜여진 것처럼 보이지만 내막은 사상이라는 정치적 교리가 군중들의 사고방식을 지배하고 맹목적인 집단 형성에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과거 종교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2021년 9월 3일의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