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제 이혼 얘기가 아닌 다른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합니다…
제게는 두 중학교 동창이 있습니다… ’그 둘은 썸 타고, 연애하다, 사랑에 빠져(?), 결혼해서 가정을 꾸리고 알콩달콩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라고만 한다면 너무 뻔한 이야기였을까요? 그래서 어느 날 제 친구는 ‘나도 너처럼 암에 걸렸어’라는 문자를 보내는 일이 생긴 걸까요? 인생은 살면 살수록 더 알 수가 없네요.
제가 이혼으로 힘들어할 때 엄마가 문자를 보내주셨어요. ‘모든 터널은 끝이 있단다’라고. 그 얘긴 힘들던 제게 나름 도움이 되었지만, 살면서 새삼 깨닫게 된 건 그 어두운 터널을 통과하고 잘 가다 보면 또 다른 터널이 우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었죠.
어쨌든, 친구의 암소식에 전 바로 전화를 했습니다. “이게 뭔 일이래? 수술날짜는 언제야? “라고 물었더니 친구는 “너 내 문자 다 안 읽었구나. 나 수술도 못하는 폐암 4기야.”라는 폭탄선언을 별일 아닌 듯 툭 내뱉었습니다. 암의 1기, 2기가 뭘 뜻하는지도 제대로 몰랐던 저는, 그때서야 4기가 암이 몸의 다른 부위로 전이가 되어 수술이 불가능한 상태라는 걸 알게 되었답니다. 술, 담배도 안 하고 애들만 열심히 키워온 친구가 폐암, 그것도 4기라니…. 그래도 친구의 남편은 의사였고 암치료 신약이 많이 나온 걸 아는 우리는 ‘힘내자’라는 말로 위로하며 담담히 현실을 받아들였습니다.
그게 벌써 3년 전의 일입니다. 친구는 남편의 헌신적인 간호와 최신약의 치료로 잘 견뎌내고 있었는데, 어제 병문안을 갔다가 처음으로 진통제 약효가 떨어져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그런 장면이 나왔다면 전 보는 내내 펑펑 울었겠지만, 전 친구의 손을 꼭 잡고 극심한 고통 때문에 바르르 떨고 있는 어깨를 쓰다듬으면서 속으로 ‘조금만 있으면 안 아플 거야. 다 좋아질 거야.’를 되뇌고 또 되뇌었습니다… 별 일도 아닌 일에 잘 우는 저인데 울지 않았어요. 친구 앞에서만은 울 수가 없었습니다.
우리는 모든 사람들이 태어나서 결국 ‘죽음’이라는 한 결승점을 향해 걸어가고 있다는 걸 다 압니다. 어리고 젊을 땐 마치 젊음이 영원할 것처럼 느껴지지만 부모님이 연로해 지시기 시작하면 우리도 ‘생로병사’를 피할 수 없다는 걸 상기하게 됩니다. 어제 새삼 ‘인생은 마라톤이고 그 끝까지 못 가고 중도하차하는 사람들도 많고, 천천히 가는 사람도 있으며, 제 친구처럼 달려가려 하는 사람들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전 그런 생각을 하며 제 친구의 손을 꼭 잡고 ‘친구야, 이렇게 손잡고, 같이 조금만 천천히 걷자.’라고 속삭였습니다.
네, 저도 암환자였어요. 하지만, 전 항암치료도 안 받는 0기였죠. 하지만, ‘암’에 걸리고 나서 인생을 보는 관점이 180도 바뀌었답니다. 이젠 먼 미래를 계획하기보다는 하루하루에 집중하고, 코앞의 미래만 생각합니다. 제가 친구에게 말했어요. ‘내가 너랑 하고픈 건 그저 예쁜 카페에 가서 편하게 앉아 30분쯤 수다를 떠는 거야.’ 그럴 수만 있다면, 그 후에 또 같이 할 일을 생각해 보면 되는 거지. 그렇게 작은 것부터 하다 보면 날이 좋은 어느 날엔 함께 여행을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래요. 살다 보면 우울한 날도 있고, 소리 지르고 싶은 만큼 기쁜 순간도 있겠죠. 하지만, 오늘 이 아침에 침대에서 일어나 두 발로 잘 걸을 수 있다면 그럴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해 한번쯤 감사하게 생각해 보는 건 어떨까요? 솔직히 말하면, 제가 오늘 기분이 엄청 다운모드라 저 자신에게 힘내라는 말을 돌려서 이렇게 글적거려봤습니다. 오늘 저처럼 마음이 힘든 분들이 계시다면, 같이 힘내 기로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