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경민 Dec 22. 2023

와이즐리, 이커머스가 보여준 서비스형 구독 모델

TL:DR

1. 와이즐리는 독특한 비즈니스 모델을 갖고 있습니다. 제로마진멤버십은 상품판매로 돈을 버는 것이 아닌, 멤버십 구독료 기반으로 이익이 결정됩니다. 넷플릭스와 비슷한 형태입니다.

2. 이런 시도가 가능했던 배경에는 와이즐리의 생활용품 카테고리가 이전보다 다양해졌다는 점, 강력한 경쟁사인 다이소가 감성소구의 영역인 뷰티까지 확장한 점, 마지막으로 높아지는 마케팅 비용이 작용했을 것 같습니다.

3. 와이즐리는 D2C 기반의 온라인 멤버십이기에 이후 상품군이 확장된다면, 필연적으로 재고/물류/공급망 관련 이슈가 중요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이커머스 판에서 새로운 시도를 보여준 와이즐리를 응원하며 지켜보게 됩니다.



구독은 서비스 기업이 아니면

불리한 사업 모델?


연말에 많은 기업들이 연간 단위의 정기구독 또는 멤버십을 가입시키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습니다. 연말이 다가오면 그동안 지출했던 현황을 되돌아보고, 내년의 지출을 계획하며 지출의 예측가능성을 높이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또한 연간 구독을 할인해서 팔더라도, 기업 입장에서는내년 현금 흐름의 안정성과 예측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측면 때문에 이를 시도하게 됩니다.


하지만, 보통 이런 구독 모델은 서비스 회사의 전유물처럼 보입니다. 우리는 특정 서비스에 대해 이용빈도가 높다고 느낄 때, 구독료를 지불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합니다. 예를 들면, 유튜브를 자주 이용하는 사람들은 광고를 안 보기 위해서 이를 지불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커머스는 식음료가 아니면 소비자의 정기적인 구매를 유도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습니다. 또한 지속적인 현금흐름의 창출보다는 지출과 로열티가 높은 고객으로부터 더 많은 매출을 창출하는 것이 이득이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보통 상품을 제조해서 판매하는 브랜드사는 정기적인 현금흐름을 창출하는 구독 모델보다, 이용 실적에 따라서 혜택을 제공하는 멤버십을 선호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런 고정 관념을 뒤집고, 조금 신박한 구독 모델을 제공하는 이커머스 기업이 있습니다. 바로 와이즐리입니다.




와이즐리,

생활용품계의 넷플릭스



(사진 - 와이즐리 홈페이지)


와이즐리는 생활용품을 판매하는 이커머스 기업입니다. 초기에는 '정말 저렴한 면도날'이라는 포인트로 인지도를 넓혔고, 이후에는 영양제, 스킨케어 등 다양한 생활용품으로 제품군을 확장하면서 고객군을 확장했습니다. 그러다 경영상황이 악화된 이후, 개발팀을 줄이고 카페24 기반의 인프라로 변경하는 등 긴축 경영을 통해 실적이 개선되면서, 최근 흑자 전환을 눈앞에 두고 있었습니다.


그런 와이즐리에서 최근 새로운 시도를 진행했습니다. 바로 제로마진 멤버십입니다. 판매되는 상품의 원가를 모두 공개하면서, 멤버십 고객들한테는 제품의 원가(제조/물류 포함)로 판매하는 방식입니다. 즉, 와이즐리는 멤버십 매출을 통해서 이익을 남기겠다는 전략입니다. 즉, 커머스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비즈니스 모델은 구독자에 비례해 매출이 증가하는 넷플릭스와 같은 구독 기반 비즈니스에 가깝다고 볼 수 있습니다.




와이즐리가 구독 모델을

선택한 이유 3가지


와이즐리가 이런 멤버십을 선택할 수 있던 이유는 크게 3가지라고 보고 있습니다.


우선 첫째는 구독에 적합한 상품군입니다. 구독 모델의 사용자가 지속적으로 이용하기 위해서는, 주기적으로 구매하는 상품군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서, 구매주기가 긴 가전제품이라면 정말 대다수의 고객이 체리피커로 1회성 구매 후 이탈할 가능성이 높을 것입니다. 따라서 기업은 소비자에게 주기적으로 구매할 수 있는 다양한 상품을 제공해야 합니다.


와이즐리의 인기 검색어를 보면 영양제, 면도기, 샴푸, 아이크림, 생리대처럼 비교적 주기적으로 제품을 교체하는 상품군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면도기 이후 지속적으로 확대한 상품 카테고리가 있기 때문에, 이런 형태의 멤버십을 시도할 수 있었습니다.

 

반응은 뜨거웠다. 와이즐리는 지난해 기준 면도기 시장 점유율이 9.3%로 4위에 올랐다. 기존에 질레트 등 상위 3개 업체가 점유율 98%를 차지했던 걸 감안하면 괄목할 만한 성과다. 와이즐리는 이 밖에도 누적 고객 100만 명, 재구매율 93% 등 성과를 달성했다.

- 와이즐리 `5분의 1 값` 면도기 돌풍…생리대·치약 가격 거품도 걷어낸다 (2022.04.04)



두 번째 이유는 치열해지는 경쟁 상황입니다. 고객이 특정 브랜드를 선택할 때는 크게 이성적인 근거, 혹은 감성적인 근거를 토대로 구매합니다. 감성적인 근거는 굿즈, 캐릭터 상품을 구매할 때가 대표적으로 누군가는 돈낭비라 하더라도, 내가 너무 좋다면 그게 구매 이유가 되는 것들입니다. 


반면, 이성적인 근거는 이게 왜 저것보다 좋은지 비교적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는 브랜드입니다. 대표적으로 노트북을 구매할 때, 구매가능한 가격대에서 좋은 성능을 내는 제품을 찾는 것이 대표적입니다. 모든 구매과정에서 고객은 적당한 감성적 근거와 이성적 근거의 스펙트럼 사이에 존재하며, 고객은 이를 근거로 의사결정을 하게 됩니다.


여기서 이성적 근거는 특징이 있습니다. 판단을 하기 비교적 명확하기 때문에, 'Winner takes All'이 될 수 있습니다. 만약 냉장고와 같은 가전제품을 구매하는 사람들에게 디자인이 중요하지 않고, 상품 스펙도 동일하게 나온다면 1,000원이라도 싸게 파는 곳에서 거의 모든 구매가 발생할 것입니다. 따라서 합리적인 가격이라는 이성적 근거를 제공하는 와이즐리는 만약 와이즐리와 같은 제품을 제공하는데 더 저렴한 곳이 생긴다면, 어려움이 생길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사진 - 다이소몰


여러분이 '저렴한 가격'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떠오르는 기업이 하나 있으실 겁니다. 바로 다이소입니다. 다이소는 여러 가지 생활용품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고 있습니다. 최근 다이소는 뷰티제품까지 잘 팔리며 많은 사람들에게 주목받았습니다. 특히 2024년에 경기침체와 함께 불황형 소비가 뜰 것이라는 전망을 고려할 때, 지금이 사람들의 인식 속에 자리 잡을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와이즐리는 이런 대외적 환경 때문에 지금이 멤버십을 출시할 적시로 판단한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는 마케팅 비용의 문제입니다. 최근 다양한 소셜네트워크 역시, 구독료를 내면 광고를 제공하지 않는 비즈니스 모델을 도입하는 추세입니다. 만약 이런 모델이 확산된다면, 플랫폼이 타겟팅 효율화를 도와준다 하더라도, 광고를 보는 모수 자체가 줄어들기 때문에 기업이 고객에게 도달하기 위해 지불하는 마케팅 비용은 상승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제일 좋은 것은 Referral을 활용한 자연유입을 늘리는 것입니다. 즉, 사용자의 입소문 등을 활용해서 추천이 발생한다면 더욱 효과적으로 마케팅비를 절감할 수 있습니다. 와이즐리가 원가 공개라는 비교적 파격적인 방식을 시도한 것 역시, 이런 바이럴을 노린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끝으로


실제 와이즐리는 이런 멤버십을 도입하면서, 체리피커나 어뷰징이 발생하더라도 괜찮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경험할 수 있다면, 오히려 좋다는 입장으로 마치 게정 공유는 사랑이라고 말하던 넷플릭스를 보는 것 같습니다. 


서비스와 다르게 제품 커머스는 제품군이 확대된다면, 고객의 선택지는 늘어나겠지만 재고, 물류 및 공급망과 관련된 이슈 등의 리스크는 커질 수 있습니다. 또한 다이소가 수많은 매장과 다이소몰을 바탕으로 브랜드사 및 공급업체에 대한 협상력이 높았던 것과 비교한다면, 와이즐리에게 어려움도 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새로운 구독 모델을 시도하는 와이즐리가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고, 불황이 예상되는 소비시장에서 새로운 성공 사례를 남길 수 있을지 주목해봐야 할 것입니다.


재미있게 읽으셨다면 좋아요 부탁드립니다. :)
브런치 채널을 구독해 주시면, 매주 금요일마다 비즈니스 콘텐츠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