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쉬와 공급망 리스크 분석
본 글은 주식에 대한 매수/매도 추천 글이 아닙니다.
우리가 새해마다 세우는 목표 중 하나는 바로 '다이어트'입니다. '전 국민의 새해목표'라 할 정도로 다이어트는 전 세계, 전 국민의 관심사입니다. 그러다 보니 2023년에 등장한 '위고비', '젭바운드'와 같은 다이어트 약물은 등장과 동시에 큰 주목을 받았고, 관련 기업의 주가를 크게 상승시켰습니다.
그런데 이런 '다이어트 약'이 등장하면서, 소위 '살찌는 음식'을 파는 회사들의 주가가 역으로 떨어지는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다이어트 약의 매커니즘이 식욕을 줄이고, 포만감을 주는 것이기 때문에 이런 회사들에 대한 소비가 줄어들 것이라는 점이 그 이유였습니다.
맥도날드, 코카콜라, 그리고 허쉬가 대표적입니다. 특히 허쉬는 작년 최고가 대비 30% 이상 주가가 하락했습니다. 이번 아티클에서는 초콜릿으로 우리에게 친숙한 기업, 허쉬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허쉬는 1894년 창립자 밀턴 허쉬가 '허쉬 코코아'를 대중들에게 선보이면서 처음 등장했습니다. 초콜릿 회사답게 '누구나 행복해야한다'는 철학으로 기업을 운영하고 있으며, 실제 비영리재단 등을 운영하며 행복을 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허쉬뿐만 아니라, 우리에게 잘 알려진 '키세스', '리세스', '아이스브레이커스' 등 다양한 브랜드를 출시했습니다. 더 나아가, 양호한 현금흐름을 바탕으로 무설탕 초콜릿 브랜드인 '릴리', 스낵 기업인 '도츠프레첼' 등을 인수하면서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구성했습니다.
이와 같은 노력으로 허쉬는 130년 동안 대중들에게 사랑받는 브랜드로 자리 잡았습니다. Statista에서 제공한 2021년 미국의 주요 초콜렛 기업 시장 점유율 통계를 보면, Hershey는 33.5%로 가장 높은 점유율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또한 미국 내 초콜렛/제과 시장 연 성장률(CAGR)이 4.8%로 꾸준히 성장하는 시장이라, 이런 시장에서 1등 사업자라는 점은 주목할 부분입니다.
미국 시장에서 3분의 1 이상 점유율을 차지한 허쉬는 재무실적도 놀랍습니다. 지난 분기 기준으로 약 1조 원에 가까운 영업이익을 만들며, 영업이익률 24%라는 매우 높은 실적을 보여주었습니다. 현금흐름과 부채비율도 모두 좋은 흐름을 만들어냈습니다. 2022년 기준 1년동안 16억 2,500만 달러 수준의 잉여 현금 흐름이 발생했기 때문에, 현금흐름도 매우 양호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허쉬의 2023년 3분기 주요 지표]
매출 : 30억 3,000만 달러 (약 4조 1,100억 원, YoY 11%)
영업이익 : 7억 3,595만 달러 (약 9,700억 원, YoY 32%)
EPS : 2.52 달러 (YoY 23%)
하지만 재고자산의 규모가 지속적으로 커졌으며, 그 결과 재고자산 회전율이 감소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럼에도 허쉬의 재고자산 회전율은 0.9~1.5 수준으로, 워런 버핏이 투자한 크래프트 하인즈의 재고자산 회전율이 5~6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식품 기업 수준에서도 양호한 지표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이처럼 미국인들에게 오랫동안 사랑받는 브랜드로 오랜 시간 탄탄한 경영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정말 많은 사람들이 우려하던 것처럼 '다이어트 약'의 등장이 이런 허쉬의 미래를 어둡게 하는 것일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런 우려와 함께 떨어졌던 맥도날드, 코카콜라는 바로 원래의 주가로 돌아왔습니다. 또한 허쉬는 그 사건이 있기 전부터 조금씩 하락추세에 있었기 때문에, 지금 주가하락은 다이어트 약에 대한 우려는 아니라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허쉬의 주가가 떨어진 이유는 무엇일까요? 단기적으로는 컨슈머 리포트를 통해, 일부 제품에서 나온 중금속 등의 이슈가 있겠지만, 그보다 결정적인 이유는 공급망 문제와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우선 허쉬의 3분기 실적이 개선된 배경에는 이들의 가격 인상이 있었습니다. 허쉬처럼 브랜드 파워가 있는 기업은 동종업계의 다른 브랜드와 비교할 때, 가격결정권을 가져갈 수 있습니다. 따라서 허쉬도 공급망 대란 때 가격을 인상할 수 있었고, 그것이 마진 성장의 동력디 되었습니다. 다만, 경기침체가 우려되는 상황에서는 소비자들은 가격적인 요인을 크게 고려하게 됩니다. 그러다 보니 가격을 올리는 것이 여의치 않습니다.
더 나아가, 10년 만에 최고치가 되었다는 코코아 콩의 원가 상승도 문제입니다. 코코아가 주로 생산되는 서아프리카에서 이상 기후가 나타나면서, 생산량이 급감했기 때문입니다. 허쉬 제품의 주원료인 코코아의 가격이 오르면, 자연스럽게 마진이 감소할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코코아 생산이 코트디부아르, 가나와 같은 국가에서 거의 대부분을 생산하고 있다보니, 원가 절감을 위해 공급망을 다변화하는 것에도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 밖에 글로벌 인플루언서인 MrBeast가 초콜렛 사업을 시작하는 등 요소도 허쉬에게 그렇게 좋은 상황은 아니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이유에서 허쉬의 경영진들은 이후 가이던스에 대해서 조심스러운 의견을 표시했으며, 이런 이유에서 허쉬의 주식은 어닝 서프라이즈를 보여줬음에도 주가가 연일 하락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이처럼 허쉬는 지속적인 이익창출과 안정적인 사업 운영에도 불구하고, 이상기후에 의한 공급망 문제 등으로 주가에 제동이 걸린 상태입니다. 그럼에도 원재료의 가격이 오르고, 경쟁사의 제품들도 모두 가격을 올리는 상황이 된다면 허쉬가 1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지켜온 브랜드 가치와 꾸준히 다각화시킨 포트폴리오가 빛을 발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과연 초콜렛 명가 허쉬가 지금의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