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M의 관점에서 BM 뜯어보기
요즘 프로덕트 매니저(이하 PM)로 일하면서, 고민하게 되는 문제 중 하나가 바로 과금 모델에 대한 고민입니다. 특히나 B2B 프로덕트를 다루면서, 프로덕트를 통한 수익화가 정말 어렵다는 것을 느낍니다. 예를 들어, 특정 제품에 계정 단위로 구독요금을 책정하는 비즈니스 모델과 구독 모델이 아닌 이용량에 따라 요금을 책정하는 모델은 투입되는 세일즈/프로모션 비용, 고객 세그먼트 등 다양한 부분에 대한 고려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최근 런칭한 토스뱅크의 '평생 수수료 무료'의 외환 서비스가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보통 은행에서 환전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에는 환전 스프레드라고 불리는 환전 수수료가 발생합니다.
은행연합회의 자료를 보면, 보통 1.75%의 환전 수수료가 적용됩니다. 환율 1300원/달러 기준으로, 1달러를 살 때는 1323원을 내고, 1달러를 다시 팔면 1277원 정도를 받게 됩니다. 그래서 우리가 해외여행 갈 때 '환전한 돈은 여행지에서 다 쓰고 오는 게 이득이다'라는 이야기를 듣는 이유입니다. 2016년 기사지만, 환전 수수료는 실제 은행에 적지 않은 수익을 가져다주는 수익원 중 하나입니다.
4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은행은 2118억 8900만 원의 환전수익을 올려 사상 최대 기록을 올렸다.
매년 늘어나는 은행 환전수익… 작년 2000억원 넘어 (2016.10.04, 세계일보, 안재성 기자)
환전 수수료는 사실상 모든 은행이 외환 거래에 부과하고 있다 보니, 환전 수수료를 일정 수준 부과했어도 이용자의 큰 거부감은 없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송금 수수료 무료라는 카드를 꺼낸 토스의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서 고민해 봤습니다. (실제 토스에서는 수익 모델에 대해 공개하지 않고 있다 보니, 뇌피셜 100%입니다.)
우선 환전 수수료를 무료로 하면서까지 '환전이 필요한 사용자'를 유인하려는 목적에 대해서 고민해 봤습니다. 그리고 왜 기존 은행은 환전 수수료를 무료로 할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개인이 환전을 하는 경우는 보통 떠올렸을 때는 '지불 목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서, 여행을 하거나, 유학을 하는 등 해외에 나가서 돈을 지불하기 위해서 환전을 하게 됩니다.
은행에게 고객은 너무 소중합니다. 그렇지만 환전을 처리하기 위해서 수신업무를 보는 직원 한 명이 시간을 뺏기고, 이 돈이 은행에 예치되는 것이 아닌 외부로 유출되는 돈이다 보니 환전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무조건 기쁜 일은 아닐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환전 수수료를 낮출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을 것 같습니다.
반면, 토스는 입장이 조금 다를 수 있습니다. 우선 온라인 기반이기 때문에, 환전을 처리하는 양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적은 운영 인력이 필요합니다. 그런 비용적인 이점도 있지만, 무엇보다 최근 환전을 하는 목적 중 '단순 지불'을 위한 비중이 많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위 그래프를 보면, 과거에는 엔화 환전을 고민하는 경우는 보통 여행에 대한 수요(일본 항공권)와 맞물려 움직인 경향이 크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엔화가 많이 떨어지던 2022년 초부터 엔화 투자에 대한 관심이 증가했습니다. 그래도 2022년 하반기, 2023년 상반기의 엔화환전은 투자보단 일본 여행 수요에 힘입어 관심이 증가했던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다 2023년 5월부터 엔화 예금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이 시점에 엔화투자, 엔화 환전에 대한 관심이 더욱 크게 증가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투자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점점 확산되면서, 국내 주식에서 해외주식, 해외주식에서 채권, 외환 등으로 관심이 크게 이동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최근의 환전은 단순한 지출의 목적뿐만 아니라, 자산관리의 측면에서 관심이 높아진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토스뱅크를 이용한 무료 환전을 진행하는 경우에는 토스뱅크의 계좌만 이용할 수 있습니다. 즉, 환전을 진행하는 사람들의 돈은 고스란히 토스뱅크에게 예치됩니다. 그러면 토스뱅크는 예금 규모를 키우는데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지금은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4~5% 수준이니, 사용자에게 3.5%(1.75% x2)의 수수료를 받지 않아도, 더 큰 이득을 볼 수 있다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이처럼 토스뱅크의 환전 수수료 무료는 최근 외화 예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또 토스뱅크만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토스가 이를 예금 규모를 키우는 좋은 수단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예금을 활용해 직접적으로 이윤을 만들 수 있고, 예금 규모를 키우는 것만으로도 토스가 향후 IPO를 진행할 때 좋은 Valuation을 받는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또한 토스에서는 은행 서비스뿐만 아니라, 증권 서비스 등 다른 금융서비스나 광고 상품으로도 연결이 Seamless 하게 이어집니다. 따라서 해외 주식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만큼, 토스 증권 등의 수수료 등으로 토스가 이윤을 창출할 수 있는 가능성은 다양합니다. 토스는 Cross Activation에 대한 성과를 잘 판단할 수 있다 보니, 이런 연계도 가능할 것 같습니다.
더 나아가, 기존에 없던 경험을 제공하는 것만으로 토스는 마케팅에 필요한 비용을 줄이고, 토스가 혁신적이고, 고객경험을 위해 집착하는 금융사라는 브랜드 이미지까지 가져올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처럼 토스뱅크는 기존 시장의 후발주자로 들어가면서, 우리가 관습처럼 생각하는 환전 수수료를 평생 무료로 제공했습니다.
PM으로 우리가 기존에 만들어가는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좋은 계기가 되었습니다. 토스가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응원해 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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