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파이, 에어비앤비로 살펴보는 프로덕트 전략
Personalization Engineering 조직과 함께 일하면서 자연스럽게 ‘개인화된 경험’과 ‘개인화 마케팅’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개인화는 여러 관점에서 정의할 수 있지만, 제가 생각하는 개인화는 프로덕트가 사용자의 맥락을 이해하고, 그에 맞는 경험을 설계하는 기술적 총합입니다. 즉, 사용자의 클릭, 구매, 선호 데이터를 기반으로 개별 사용자에게 그들이 관심 가질 만한 것들을 예측해서 보여주는 것입니다.
많은 기업들이 넷플릭스, 에어비앤비, 스포티파이 같은 서비스를 벤치마킹하며, 더 정교한 추천 시스템을 구축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기업들이 최근 들어 단순한 개인화를 넘어 ‘관계 설계’를 위한 업데이트를 선보이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에어비앤비와 스포티파이의 최근 업데이트를 통해, 왜 글로벌 기업들이 관계를 설계하려 하는지, 그리고 프로덕트가 관계를 설계하는 전략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에어비앤비는 지난 10월 21일, 사용자가 다른 여행객들과 자연스럽게 소통할 수 있도록 돕는 새로운 소셜 기능들을 출시했습니다.
대표적으로, ‘경험(Experiences)’ 상품을 예약할 때 함께 참여하는 사람들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으며, 활동이 끝난 후에는 앱 내 채팅을 통해 사진을 주고받거나 후속 약속을 잡을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합니다. 또한 새롭게 신설된 ‘Connections’ 탭에서는 여행 중 만난 사람들을 관리할 수 있으며, 프로필 공개 여부나 차단·신고 등 프라이버시 제어 기능도 함께 강화했습니다.
에어비앤비의 이번 업데이트는 이러한 심리적 장벽을 완화하며, 사용자가 보다 안전하고 자연스럽게 여행 이후의 관계를 이어갈 수 있도록 설계된 기능입니다. 이로 인해 여행을 매개로 한 앱 내 대화와 커뮤니티성 상호작용이 증가하고, 그 과정에서 형성된 긍정적 경험은 플랫폼 재방문율과 경험 상품 예약률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에어비앤비의 이번 변화는 단순한 기능 업데이트를 넘어, 플랫폼의 정체성이 ‘숙박 예약 서비스’에서 ‘여행 관계 플랫폼’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제 에어비앤비는 ‘어디에서 잘까’보다 ‘누구와 어떤 경험을 함께할까’를 설계하는 단계로 진입했습니다. 즉, 여행이라는 물리적 경험에 사회적 연결과 감정적 지속성을 부여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는 것입니다.
에어비앤비가 여행이라는 물리적 경험에 ‘관계’를 입혔다면, 스포티파이는 디지털 콘텐츠 소비 경험에 관계를 더하고 있습니다.
스포티파이는 오랫동안 사용자의 취향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개인화 추천 서비스로 이름을 알려왔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음악을 듣는 행위를 ‘혼자만의 감상’이 아닌, ‘함께 듣고 이야기하는 사회적 경험’으로 확장하려는 시도를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지난 10월, Spotify는 앱 내 메시징 기능을 새롭게 도입했습니다. 이제 사용자는 이전에 플레이리스트를 함께 만든 사람이나, Jam·Blend 기능을 통해 음악을 공유한 친구에게 직접 대화를 걸 수 있습니다. 대화창에서는 음악 링크를 주고받고, 메시지에 이모지로 반응하며 감정을 표현할 수 있으며, 공유된 콘텐츠는 대화 히스토리 형태로 남아 ‘누구와 무엇을 들었는가’를 추억처럼 다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앱 내 체류 시간을 늘리고, 사용자 간 상호작용을 통해 자연스러운 재방문율과 바이럴 유입을 높이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이와 같은 단순한 지표를 개선하는 정도의 기능 추가로 볼 수 없습니다. 스포티파이는 단순히 콘텐츠 소비를 늘리는 대신, 음악 감상을 ‘함께 듣는 경험’으로 확장하고 있습니다. 사용자의 감상 경험 속에 ‘관계적 맥락을 더함으로써, 음악을 매개로 한 지속적인 대화와 감정적 교류를 만들어내려는 전략적 진화라 할 수 있습니다.
에어비앤비와 스포티파이는 서로 다른 산업에 속해 있지만, 개인화된 경험을 ‘관계적 경험’으로 확장하는 과정에서 매우 유사한 구조를 보여줍니다. 두 기업은 모두 “사용자와 콘텐츠의 상호작용”을 넘어서 “사용자와 사용자 간의 상호작용”이 자연스럽게 발생하도록 설계하고 있습니다. 즉, 관계를 인위적으로 ‘만드는 기능’을 추가한 것이 아니라, 관계가 자연스럽게 생기고 유지될 수 있는 환경을 설계한 것입니다.
1. 관계의 맥락 만들기 (Contextual Triggger)
관계를 의도적으로 강제할 수는 없습니다. 프로덕트는 사용자가 같은 맥락을 공유하는 연결이 자연스럽게 발생하도록 설계해야 합니다.
에어비앤비는 ‘같은 체험’에 참여한 사람들 간 연결이 이 맥락을 만듭니다. 여행이라는 한정된 공간과 시간 안에서의 공동 경험은 자연스러운 대화의 계기를 제공하며, 사용자는 앱 내에서 이를 확장했습니다.
스포티파이 역시 Jam이나 Blend처럼 ‘함께 듣는 경험’을 만드는 기능을 통해 맥락을 설계합니다.
펠로톤(Peloton)은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갑니다. 사용자가 동일한 목표를 가지고, 동일한 시간, 장소, 활동을 했다는 인식을 갖도록 설계해서 공유된 경험의 밀도를 더욱 높였습니다.
이처럼 우리의 서비스가 카카오톡, 디스코드처럼 이미 생성된 관계를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면, 관계의 시작은 ‘누구와 함께 어떤 경험을 하고 있는가’라는 맥락 설계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이런 맥락은 경험의 밀도가 높고, 자연스럽게 반복할 수 있으며, 자연스러운 진입점을 형성해 줄 때 더욱 효과적입니다.
2. 감정적 교류를 위한 언어 제공 (Emotional Expression)
관계가 유지되려면, 그 안에서 감정이 표현될 수 있는 언어적·시각적 인터페이스, 즉 매개요소를 고려해야 합니다. 이 때 단순히 감정만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들간 맥락이 연결될 수 있는 콘텐츠를 함께 활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스포티파이의 메시징 기능은 단순한 텍스트 교환이 아니라, 두 사용자의 취향이 담긴 플레이리스트에서 이모지 반응과 음악 공유를 통해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장치로 설계했습니다.
듀오링고는 목표한 학습을 완료한 동료와 함께 친구 스티커, 하이파이브 등을 통해 사용자들 간 교류가 더욱 쉽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설계합니다.
참고로, 이런 교류 수단을 활성화 하는 것은 커뮤니티의 활성화 측면에서도 좋지만, 추천 시스템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옵니다. 이미 잘 알려진 페이스북 역시, 좋아요 버튼 하나를 통해서 콘텐츠 추천 및 광고 성과를 높인 것은 잘 알려진 사례입니다.
3. 관계 지속을 위한 루프 설계 (Continuity Loop)
관계를 지속시키는 핵심은 ‘좋은 기억’이 다시 호출되는 구조를 만드는 것입니다.
스포티파이는 사용자와의 메시지 히스토리를 보존하거나, 과거 공유 콘텐츠 리스트 등을 제공해서 사용자들이 이전에 함께 들은 플레이리스트 등을 다시 꺼내볼 수 있는 구조를 설계했습니다.
에어비앤비는 여행 후 사진 교환이나 후속 약속 및 대화를 할 수 있도록 재접속 포인트를 만들었습니다. 특히, 우리가 일 년에 여행하는 횟수가 그리 많지 않다는 점과 여행을 계획할 때가 아니면 에어비앤비를 접속할 일이 적다는 점을 생각해 볼 때, 이런 지속적인 관계와 방문을 유도할 수 있는 기능은 잘 정착할 경우 비즈니스적인 가치도 매우 높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 서비스는 사용자가 다시 관계에 대해서 알 수 있도록 주기적인 알림이나 업데이트 등 새로운 상호작용 기회를 제시하거나, 다시 대화하기, 다음 목표 같이 하기처럼 관계가 유지될 수 있는 길을 지속적으로 알려줘야 합니다.
에어비앤비와 스포티파이의 사례를 통해, 관계를 설계하는 프로덕트는 단순히 소셜미디어 기능을 더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사용자의 감정·맥락을 모두 아우르는 정교한 경험 디자인을 필요로 한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개인화된 경험 제공은 여전히 중요하지만, AI의 발전으로 모든 서비스가 비슷한 수준의 개인화를 구현할 수 있는 시대에는, 장기적인 리텐션과 충성도를 결정짓는 요인이 점점 ‘사람과 사람의 연결’, 즉 커뮤니티적 관계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결국 프로덕트의 경쟁력은 더 이상 사용자를 얼마나 ‘정확히 이해하느냐’가 아니라, 그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연결하도록 얼마나 설계되어 있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우리 프로덕트는 어떻게 '사람 냄새'나는 서비스로 만들 수 있을지, 고민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