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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저씨 Apr 10. 2024

[Day 52] 곰씨의 관찰일기

[Re-사랑?] 이혼남이 바라보는 다시 사랑, 그리고 결혼

"결혼은 미친 짓이다. 그런데 그 미친 짓을 다시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걸 보면, 내가 미쳐도 단단히 미친 게 틀림없는 거시여..."


지난주에 변신네모 작가님을 뵐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작가님을 뵙고 간단한 브런치를 먹으면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그중 우리가 관심 있게 나눴던 화두 중 하나가 "사랑"에 관한 주제였다. 변신작가님과 난 사랑에 대해 사뭇 다른 가치관을 가지고 있었고, 그 다름이 나에게 흥미롭게 다가왔다. 변신작가님과의 만남을 뒤로하고, 다음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이동을 하면서, 난 사랑에 대해 오랜만에 긴 호흡으로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다.


현재 나는 만나고 있는 이성 친구가 있다. 서로 얼굴은 자주 못 보지만, 기회가 될 때마다 만나려고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그런 친구와 나의 관계를 정립하려 하면, 난 쉽게 설명을 할 수 없다. 내가 대학생일 때 유행하던 노래 가사처럼 "사랑보단 조금 멀고 우정보단 가까운" 그런 사이기 때문이다.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 것일지 모르지만, 난 지금 우리 사이의 관계를 사랑이나 애정으로 정의할 수 없다. 


물론 상대의 마음은 내가 잘 모르지만, 우리의 애매한 관계에는 아마 내가 더 큰 원인 제공자라 생각한다. 왜냐하면 상대를 만나면 난 상대가 나에게 관심이 있다는 걸 명확히 느끼지만, 내가 받는 그 확실한 감정에 대한 답을 나는 회피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나의 이중적인 마음에 위화감을 느끼고 있는 찰나에, 변신네모 작가님과의 대화는 나의 위화감이 의심이 아닌 확신이라는 걸 확인하게 해주는 매개체가 되었다. 솔직히 전처와의 관계가 끝이 나고, 많은 부분 회복하기는 했지만, 아직까지도 난 "사랑"이 무섭다. 사랑 자체는 너무 달콤 하지만, 사랑 이후에 있을 결혼에 대한 가능성(?)을 생각하면 숨이 턱 막힌다. 나이가 들어 혼자 죽고 싶지 않고, 외롭지 않고 싶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 바람을 결혼을 통해 해결할 생각을 하면, 내 무의식에서 이렇게 소리친다. "도망쳐! 그건 자살행위야!"라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일 그 친구의 문자를 기다리고, 친구와의 전화통화를 통해 위로와 쉼을 얻는 나를 보면, "결혼이라는 미친 짓을 다시 한번 시도해 봐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물론 결혼과 동시에 내가 느끼는 모든 행복이 사라져 버릴 수 있다는 걸 경험을 통해 알고 있는 나로서는 지금의 감정들이 사막의 신기루와 같은 위험한 존재라고 생각하고 경계하고 있다.


20~30대의 사랑은 지금만큼 어렵지 않았던 것 같다. 40대의 사랑과 결혼은 나의 젊었을 때보다 훨씬 아주 많이 어렵다. 그만큼 내가 이룬 것이 많고, 양보 하거나 포기할 수 없는 것들이 있기 때문에...... 이렇게 사랑도 계산적으로 접근하는 내가 좋은 선택을 할 수 있을까? 그리고 확신이 생겨도 결심을 할 수 있을까? 누군가에겐 쉬운 결정이 나에겐 수능시험 보다 더 어렵다. 왜냐하면 내가 보고 있는 질문은 주관식이니까 말이다. 이런 내가 다시 사랑을 할 수 있을까?



벚꽃은 내 마음을 흔드는데, 난 머리만 흔들리네(나저씨가 아이폰으로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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