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공학생이 디자이너가 되기까지
하고 싶은 것이 정말 많았다. 10대 때 마지막 꿈은 우습게도 국정원이라고 기억한다.
하지만 이 하고 싶은 것들이 정말로 하고 싶은 것이었는지 돌이켜 생각해 보자면 모르겠다.
그렇다 보니 수능 점수에 맞춰서 대학을 가게 되었고 수학을 잘 봤다는 이유만으로 화학공학과에 입학하게 되었다. 과생활을 재미있었지만 정말로 재미를 붙이지는 못했다.
20대가 되어서야 ‘100살까지 살 텐데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지?’를 진지하게 고민해 보았고 내가 걷고 싶은 길을 찾아 이것저것 하기 시작했다.
처음 계기가 된 것은 유튜브 영상을 만드려고 국비 교육으로 애프터 이펙트까지의 과정을 배울 때였다. 이 툴을 쓰려면 포토샵부터 천천히 배우는 게 좋다는 영업에 포토샵과 일러스트부터 국비로 배워나갔다. 뭔가를 배운다는 게 처음으로 재미있다고 느껴졌다.
이 재미가 업으로 삼고 싶다는 생각까지 가게 되었고, 어떤 걸 할 수 있을까를 알아보다 보니 UIUX까지 도달할 수 있게 되었다. 사람들의 심리와 많이 연관이 되어있다는 것, 내가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서비스들이 만들어지는 과정들이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점이었다. 그래서 여러 대학교들의 커리큘럼을 찾아보게 되었고 ‘이런 걸 배울 수 있다니’라는 짜릿함이 느껴졌다. 이 길을 걸어야겠다는 생각으로 다니던 학교를 과감히 학교를 자퇴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무모했다..)
미대입시도 안 해본 내가 디자인과가 되기 위해서 갈 수 있는 길은 많지 않았다. 입시 미술을 이제라도 배워볼까라고 생각해 보았지만 돈과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다. 일단 입시미술이 없는 학교를 리스트업 했고 UIUX를 깊게 공부할 수 있는 커리큘럼을 가지고 있는가를 중점적으로 보았다. 몇 군데의 학교를 지원한 결과 지금 졸업한 학교로 편입하게 되었다.
입시미술도 안 해본 비전공자의 이과생이 편입을 했다. 당연히 뒤처질 수밖에 없었다. 내 3학년 1학기의 성적은 처참하고 처참했다. 방학 때가 따라잡을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관련된 알바를 하면서 과외도 받고 1학기 때 망한 과목들을 다시 복기해 보기도, 유명하다고 하는 강의를 듣기도 했다. 단언하건대 다른 친구들의 2년을 따라잡기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했고, 열심히 한 것을 교수님들도 알아주셨는지 3학년 2학기때부터는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었다.
학교를 다니면서 첫 번째 회사에 취업하기까지의 팁을 공유해보려고 한다.
우선, 툴을 다루는 방법을 알아야 했다. 학교에서 툴 다루는 방법까지는 자세히 알려주지 않았다. 유튜브에 유용한 좋은 영상들이 많은데 피그마의 바이블인 연정’s 피그마 추천한다.
작업시간을 줄여주는 Auto Layout 기능 ㅣ figma 핵심 기능 Part 1
또, 마디아 님의 영상을 보면서 디자인 기초와 감각들을 키울 수 있었다.
나는 인복이 좋다고 항상 생각해 왔다. 운이 좋게도 좋은 졸업 작품 교수님을 만날 수 있었다. 교수님은 일주일에 한 개씩 잘되어있다고 생각하는 서비스의 UI를 똑같이 만들도록 숙제를 하나 내주셨다. 이때 UI의 감각을 정말 많이 키울 수 있었다.
비전공자생이라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한 학생이라면 가독성이 좋은 서비스들의 UI를 꼭 따라서 만들어보았으면 좋겠다.
혼자 하기 어렵다면 이런 챌린지를 활용해 보는 것도!
� 위클리 클론디자인 챌린지 - UI 따라 그리기 | 홀릭스(HOLIX)
우연히 만난 옆학교 교수님께서 포트폴리오를 봐주셨는데 ‘기획적으로 탄탄하지 않고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내용들을 넣었다’라는 피드백을 받게 되었다. 그 교수님께서는 ‘중요한 것은 무엇을 담느냐다’라는 것을 꾸준히 강조하셨다. 이제는 UX 방법론을 공부할 수 있는 플랫폼, 방법들이 너무 많아졌다. 포트폴리오를 알려준다는 학원들도 넘쳐나고 있다. 하지만 우리 회사만 해도 들어오는 포폴들을 보면 알맹이보다 꾸며지는 것, 방법론을 어떻게든 집어넣는 것 (퍼소나, 설문 조사 등등)에 치중되어 있어 획일화된 포폴들을 많이 보게 된다. 하지만 그것보다 프로덕트 디자이너에게 가장 중요한 점은 그래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려고 하는가임을 생각해야 한다. 추천하는 방법은 그림을 먼저 생각하지 말고 글로 먼저 써보는 것이다.
매일 아침 시간을 정해 놓고 글을 읽었다. 10시부터 30분씩 정독하는 시간을 가졌다. 글의 종류는 신경 쓰지 않았다. 경험기, 이론, 책 등 정해 놓지 않고 재미있어 보이는, 관심이 가는 글들을 읽었다.
같은 방식으로 매일 30분씩 비핸스나 포트폴리오에서 UIUX 필터를 걸어놓고 마음에 드는 작품들을 선별했다. 단순히 좋네~가 아니라 왜 좋게 느껴지는지, UI가 잘 되어 있는지, 내용이 좋은지를 구별했다.
비전공자임에도 2번의 회사를 거쳐 세 번째 회사에 제직하고 있으며, 100명이 넘는 동료들과 함께 프로덕트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다. 현재는 프로덕트 디자인팀 리더로서 프로덕트 디자인팀을 이끌고 있다. 어딘가에는 나의 길이 있다. 중요한 것은 언제 시작했는가 보다 얼마나 진심인가라고 생각한다. 이 글을 시작으로 프로덕트 디자이너로 성장했던 이야기, 리더가 되기까지, 사이드 프로젝트를 통해 배운 점들 등 내가 성장했던 이야기들과 성장할 이야기들을 통해 내 생각들을 공유하면서 같은 길을 걷는 사람들과 공감하려 한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