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사용해 본 AI
AI가 IT 업계 전반에 빠르게 퍼지면서, 디자이너들 사이에서도 ‘AI가 우리의 일을 대체하지 않을까?’라는 질문이 자주 들려온다. 나 역시 주변의 개발자와 디자이너들과 이야기하면서, AI의 발전 속도가 정말 빠르고 이미 많은 영역에서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걸 느꼈다. 이제는 단순히 두려워할 기술이 아니라, 어떻게 잘 활용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글에서는 내가 실무에서 디자인 프로세스와 프로토타입 작업을 할 때, AI를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에 대해 공유해보려고 한다. ‘잘 쓰고 있는 걸까?’라는 의문은 늘 있지만, 직접 써본 방식들을 정리하고, 개발자와의 협업 속에서 어떻게 AI가 도움이 되었는지도 함께 나눠보고자 한다.
학부 시절, 가장 많은 시간을 들였던 건 리서치와 정보 정리였다. 하지만 실무에서는 빠르게 배포하고 실험하며 사용자 반응을 확인하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많은 팀들이 아이디에이션과 시안 작업 중심으로 디자인 프로세스를 진행하고 있다.
이때 AI를 활용하면 정보수집과 정리 과정을 훨씬 빠르게 진행할 수 있다. 포지셔닝 맵, 퍼소나 만들기 , 가상사용자 인터뷰 초안까지도 시도해 볼 수 있었는데, 실제로 만들어본 사례를 아래 이미지로 함께 공유한다.
우리 팀은 자체적인 UX 라이팅 가이드를 정립해 두었고, Figma나 Slack의 AI 플러그인에 이 가이드를 학습시켜 문구를 추천받거나 첨삭을 받을 수 있게 설정해 두어 업무에서 자연스럽게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두었다. 문구 작업은 비교적 짧고 명확한 결과물을 요구하면서도, 맥락에 따라 다양한 버전이 필요하기 때문에 AI의 활용도가 특히 높다고 느낀다.
나는 보통 AI에게 프롬프트를 줄 때 목표를 함께 명시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예를 들어,
“전환율을 높이고 싶은데, 관련 문구를 제안해 줘.”
“A/B 테스트용으로 다양한 버전을 만들어줘.”
이런 식으로 구체적인 상황과 목적을 함께 전달하면, 더 실용적인 결과를 받을 수 있다.
만약 가이드가 없는 회사라면 원하는 톤과 목적을 명확히 지정하고, 상황을 명확히 작성해 보는 것을 권장한다. "친근하고 신뢰감을 주는 톤으로, 금융 앱의 온보딩 메시지를 생성해 줘" 등의 같은 방식으로 AI에 요청하면 원하는 결과물을 얻기 쉬웠던 것 같다.
내가 실무에서 AI를 활용하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경험은 개발자와의 협업에서였다. 이전에는 리서치와 기획안작성까지가 AI의 역할이었다면 , 최근에는 바이브 코딩이 대두되면서 초기 프로토타입을 빠르게 만들고 공유하는 과정까지 확장되었다고 생각한다.
초기 디자인 방향성을 잡을 때, 기획안을 AI에게 학습시켜, 와이어프레임을 생성했고 팀원 모두가 동일한 내용을 이해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데 도움을 받기도 했다.
또, 디자인 작업 시 복잡한 인터랙션이 필요한 경우에는 V0라는 툴을 활용해 원하는 동작을 시각적으로 설정하고, 이를 기반으로 코드를 생성해 개발자에게 직접 공유할 수 있었다.
개발자분들로부터는 업무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었다는 피드백도 받을 수 있었는데, 개발자가 UI 구조를 미리 파악할 수 있어 디자인과 개발 간의 이해도를 높일 수 있으며, 이에 따라 커뮤니케이션 비용을 줄이고 불필요한 수정 작업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
이 영역은 우리 회사에서도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발전시키고 있는 부분이다. 처음 바이브코딩을 접했을 때는 “오, 이거 개발자분들 업무 효율에 정말 도움이 되겠는데?” 하는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실제로 개발자에게 확인해 본 결과, 생성된 코드는 대부분 div 태그로 구성되어 있어 디자인 시스템과의 연동이 어렵고, 결국 코드를 다시 작성해야 한다는 피드백을 받았다.
이후, 디자인 시스템을 어떻게 연동할 수 있을까를 두고 디자인 시스템 팀의 개발자분들과 함께 논의하게 되었고, MCP 서버를 연동하는 방식을 실험해 보게 되었다. 그 결과, 실제 디자인 시스템 컴포넌트를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했고, 꽤 의미 있는 성과를 얻을 수 있었다.
물론, 가장 중요한 과제는 어떻게 데이터를 잘 구성할 것인가이다. 이 부분은 우리 팀도 계속해서 연구 중이지만, 지금까지의 시도가 점점 실무에 적용 가능한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대하고 있다.
직접 사용해 본 경험을 바탕으로 말하자면, AI는 ‘대체’라기보다는 ‘보조’에 가깝다. 특히 반복적인 작업을 줄이거나, 리서치·프로토타이핑의 속도를 높이는 데 매우 유용하다. 하지만 최종적인 판단과 창의성은 여전히 디자이너의 몫이다. 아직까지도 창의적인 문제 해결이나 사용자의 감정을 이해하는 능력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고유한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변화 속에서 디자이너는 단순히 기술에 의존하기보다, 특정 분야에 대한 깊이 있는 전문성과 경험을 쌓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사용자의 니즈를 섬세하게 파악하고 직관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은 AI가 쉽게 대체할 수 없다.
하지만 요즘은 또 다른 흐름도 분명히 존재하는 것 같다. 빠르게 움직이는 팀 구조 속에서 디자이너가 리서치, 설계, UI, 프로토타이핑까지 혼자서 해내야 할 순간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툴을 유연하게 다루고, 여러 역할을 이해하며 협업할 수 있는 역량도 매우 중요한 무기가 된다.
결국 중요한 건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게 아니라, "한 가지 전문 분야를 중심에 두고, 다양한 도구와 스킬을 유연하게 다룰 수 있는 T자형 디자이너로 성장하는 것 아닐까"
AI 시대의 디자이너는 단순히 ‘대체되지 않기 위해’ 애쓰기보다, 기술을 잘 다루면서도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감각을 강화하는 것, 그 균형 속에서 더 큰 가치를 만들어갈 수 있다고 믿는다. 여러분의 생각과 업무 방식도 공유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