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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권도 학원만 다니는 중1 아들

사교육비가 줄어서 좋다만

by 다온


연세대 물리치료학과 수시 합격.. 언니 축하해 아니 당사자인 막내 조카에게 축하를 해야지. 모르겠다. 암튼 많이 부럽다.


잠깐만! 내가 부러운 것은 조카가 연세대라는 이름 있는 대학에 합격해서 인 걸까, 아니면 막내까지 모두 대학이라는 과정의 관문을 통과한 언니의 홀가분한 마음이 부러운 걸까.




우리 집 중1 아들은 지난 1학기 기말고사를 끝으로 공부 학원을 더 이상 다니지 않는다. 질려 버린 것 같다.


나도 공부, 공부하는 엄마는 아니었다. 근데 첫째가 중1이 되기 몇 달 전부터 왠지 모르는 불안감이 엄습해 왔다. 다른 집 아이들과 비교에서 오는 거였다. 너나 할 것 없이 노란색 학원차를 타고 내리는 아이들에게 자꾸 시선이 가고, 선행을 어디까지 나갔네, 학원 몇 개를 다니네, 집에는 9시가 다 되어야 집에 온다는 둥 누구나 아는 요즘 아이들의 일상들이 신경 쓰이기 시작했다.


우리 집 중1 아들은 책만 읽는 자연인인데(학교 공부는 거의 안 한다), 괜찮은 걸까.


학습지만 하던 아들은 학원을 다니기 시작했다. 아니, 내가 다니게 했다. 여기서부터 잘못된 거지. 학원을 다니면 뭔가 해결될 것 같은 막연한 기대감. 아이의 의사와 상관없이 내 불안을 해결하고 싶었고 고백해야겠다.


부작용은 슬슬 나타나기 시작했다. 아이는 열정적인 선생님과 맞지 않았는지, "학원만 안 다니면 살겠다.", "안 다니면 안 되는 거냐.", "사라지고 싶다." 사춘기가 물오른 아들의 입은 거침없었다. 순한 우리 아들 어디 갔지? 너 누구니?


1학기 기말고사를 준비하느라 주말에도 학원을 가야 했던 그때. 멀지도 않은 거리의 학원을 차 태워 데려다주다가 구시렁거리는 아이의 얼굴이 백미러를 통해 보였다. 웃음 끼라고는 거의 없는 짜증 난 얼굴이 왜 이리 보기 싫은지. 나는 또 지금 뭘 하고 있는 건지. 한숨만 나왔다.


공부가 뭔데? 그만 두자. 그래, 뮛이 중헌데. 뭐든 할 마음이 있어야 하는 거다. 엄마가 가라니까 가서 있다 오는 거? 아무 필요 없지. 그럼. 몇 개월 안 다닌 학원은 그렇게 끝이 났다.




자유학기제를 맞은 중1. 2학기의 자연인은 자기가 다니던 태권도 학원은 꾸준히 다니고 있고, 여전히 읽고 싶은 책을 가지고 뒹굴며 핸드폰은 반려기계가 되었으며 공부는 하나도 안 하고 " 아, 공부도 해야 하는데.."라고 들릴 듯 말 한 혼잣말을 가끔 하며 잘 지내고 있다. 잘 먹고, 잘 자니 키도 쑥쑥 크면서.


막내 조카도 중1 때 자유학기제를 1년 동안 해서 아예 공부를 안 했었다는 언니의 말은 아주 조금 위로가 된다. 그런 때가 있는 건가? 그때 언니도 그 모습이 보기 힘들었지만 공부하라는 말은 안 했단다. 나도 그래 볼까. 혼자 속 끓여봐야 나만 손해지. 그렇지만 쉬운 일은 아니여.




아들아, 공부를 아예 놓은 건 아니지? 언젠간 할 거지? 1등 하라고 안 해. 기본만 하자. 잘하면 더 좋고(검은 속내를 감출 길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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