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6시쯤 일어나 자기 할 일을 하려고 책상에 앉는 아이를 바라본다. 이제는 일상이니까 그러려니 하지만 매일 그날 해야 할 공부(학습지)를 빨리 끝내려는 마음에 풀리지 않는 문제를 가지고 짜증이 나는 하루시작.. 워낙 잠이 없다지만 고3도 아닌데.. 왜 이래.
4학년이 6학년 수학 문제를 풀려니 얼마나 어렵겠니? 놀이 삼아 시작했던 학습지 단계가 올라가면서 어느새 2년 앞선 선행을 하게 된 둘째. 의도한 건 아니었지만 단계를 넘어가려면 테스트에 통과를 해야 했고, 어렵지만 또 그 테스트를 넘어왔기에 지금까지 오게 된 것이다.
나는 선행을 무척 중요시 여기는 엄마는 아닌데, 어쩌다가 우리 둘째는 매일 아침 선행을 하며 안 풀리는 문제에 눈물이 나고, 기분이 안 좋아지는 상황이 되었을까..
왜 한 번쯤 학습지를 끊고, 다르게 공부하는 방법들을 찾지 않았는지 뭐라도 꾸준히 하는 건 좋은 거니까 하며 보낸 시간이 짧지 않은 지금. 이제는 변화가 필요하다. 물론 학습지를 해서 도움이 되었던 부분도 많다만.
그러던 중 학교 앞에 공부방이 오픈을 했다. 자꾸 시선이 가고, 호기심이 생긴다. 공부방을 홍보하는 길가에 걸린 현수막, 횡단보도 바닥에도 붙어 있는 공부방 전화번호, 어라? 위치도 좋고(우리 집은 학교 건너편 아파트다), 피아노 학원 가기 전에 가면 좋겠다. 자! 검색 들어가자. 내친김에 전화 문의까지.
선행보다 학습에 구멍 난 곳을 메꾸고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고? 와. 좋은데? 선생님의 목소리가 차분하시니 듣기 좋다. 통화만으로 이미 마음은 세 아이 모두 공부방에 보내고.
둘째가 2년 선행을 하고 있다고 해서 자기 학년 공부에 구멍이 없는 건 아니다. 그래서 더 관심이 간다. 스스로 꾸역꾸역 해내야 하는 학습지보다는 선생님이 계신 공부방으로 보내볼까?
그리고 곧 직장에 다니게 될 나는 한두 시간이라도 아이를 맡길 곳을 찾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시작된 둘째의 공부방 다니기는 벌써 3개월이 되어간다. 물론 눈물의 학습지는 그만하기로 했다.
둘째가 하교했다는 알림이 오고, 1분 정도가 지나면 공부방에 입실했다는 알림이 뜬다. 친절하게도 퇴실 알림까지. 아이의 동태를 살필 수 있다.
처음 다니기 시작했을 때는 학습에 구멍이 난 곳을 확인하기 위해 쉬운 것부터 시작을 해서 그런지 공부방이 너무 재미있어서 자꾸만 가고 싶어 했다, 자신만만하니까.
그러나 뭐든 과정이 있고, 적응할 시간이 필요한 법.
그동안의 공부는 모르는 문제는 그냥 넘기거나 오랜 시간문제를 풀어가며 터득했다면, 여기 공부방은 모르는 것은 그 자리에서 해결되지 않는 것은 다음으로 넘어갈 수 없다는 차이점이 있었다.
이때부터 둘째는 또 슬퍼졌다. 잘하고 싶은데 그렇지 못해서 슬프단다. 그 마음이야 참 기특하다만.
이 또한 지나간다 했던가. 공부방 시스템에 어느새 적응을 한 둘째는 자기가 풀었던 수학 점수가 내려갔다 올라갔다 하며 알게 되는 문제가 많아졌다며 학교에서 본 단원평가 시험지를 펼쳐 비슷한 유형의 문제들을 가지고 신나게 한참 설명을 한다.
나 또한 직장생활에 나름 적응 중이라 피곤하지만 잠자코 들어본다. 리액션을 풍부하게 해주지 못한 늙은 어미를 용서해 다오.
뭐든 그렇지만 자기가 하고자 하는 마음이 없으면 앞으로 나가기가 쉽지 않다. 그래도 하고자 하려는 마음, 잘하고 싶은 마음이 뒤섞여 눈물 나는 시간을 보내온 둘째가 짠하다. 어린것이 얼마나 애를 썼을까. 안쓰럽고, 고마운 마음에 자는 얼굴을 한번 쓰다듬어 본다.
천천히 꾸준하게 가보자. 엄마도 그렇게 할게.
읽고 쓰기 매일 하기. 약속! 이렇게 선언이라도 해야 할 것 같아. 퇴근하고 집에 오면 신생아처럼 잠만 자는 엄마를 어쩌면 좋겠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