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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이든 Feb 04. 2024

말레이시아 유학이 내게 남긴 것

말레이시아 유학을 갔던 이유, 그리고 나에게 남은 것들

공무원을 그만두고, 석사 과정에 진학하겠다고 마음먹었을 때, 처음 생각했던 곳이 말레이시아는 아니었다.

하지만, 여러 사정으로 말레이시아에 있는 한 대학에 진학하게 되었고, 그때의 경험은 나에게 소중한 추억이자 더 나은 나를 위한 밑거름이 되었다.


간략하게 나의 말레이시아 유학을 소개하자면, Universiti Sains Malaysia라는 말레이시아 페낭 지역에 위치한 대학에서, Master of Business Analytics 학위를 취득했다. 과정에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결과적으로는 학위 자체뿐 아니라 색다른 경험, 그리고 여러 기술을 습득하고 공부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되었다.

말레이시아 페낭에서 지냈던 콘도


내가 말레이시아 유학을 선택했던 이유는 크게 3가지.


1. 학비 및 생활비

2. 교육과정

3. 해외 취업


'1. 학비 및 생활비'는 아쉽지만 현실적인 선택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유럽에서 석사를 다니고 싶었지만, 학비가 저렴한 반면 생활비는 만만치 않아 여건이 충분하지 않았다. 물론, 대학에 다니면서, 파트타임을 하고, 생활비를 충당하며 학교를 다닐 수도 있었지만, 개인적으로는 학업에 집중하고 싶었고, 조금 더 현실적으로는 그 초기정착을 위한 돈조차 충분하지 않았다.


말레이시아는 학비가 유럽 1년 학비보다 조금 더 비싸지만, 월세 등 생활비가 저렴했고, 초기 정착 비용 또한 저렴했다. 유럽의 한 달 월세가 100 - 150만 원(2인 기준)이라 가정한다면, 말레이시아는 50-60만 원(역시 2인 기준)이었으니, 자금을 마련해야 하는 규모 자체가 달랐다.


물가 자체는 말레이시아도 많이 비싸져서, 가벼운 마음으로 돈을 쓸 수 있는 수준은 아니었지만, 확실히 유럽보다는 저렴했으니, 달에 아끼고 아끼면, 60만 원 정도로도 생활이 가능했다. 물론, 내가 그렇게까지 아끼는 타입은 아니었지만.


사실 영국이나 미국은 처음부터 고려하지 못했던 것이, 학비 + 생활비를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비싼 만큼 영향력도 클 것이고, 얻는 것도 많았겠지만, 일단 시작하기에 너무 부담스러운 비용이었기에 쉽사리 도전할 수가 없었다.



2. 교육과정


말레이시아는 석사 학위 교육과정이 1년이었고, 영어 사용률이 높은 편에 속했다. 과거 영국의 영향이 아직 남아 영연방 소속이기도 했고, 3개의 인종이 모여있다 보니, 영어를 쓰는 경우가 많기도 했다.


그리고 본래 가고 싶었던 국가인 대만의 교육과정은, 내가 전공하고자 했던 '데이터 분석' 혹은 '경영분석' 관련 전공을 영어로 수업하는 곳이 많지 않기도 했고, 2년 석사 과정이라 이미 1년이 지난 후 진학하기에는 시간적으로도 많이 부담이 되었다.


결론적으로, 교육의 질과는 별개로 교육 과정 자체는 만족스러웠다. 나에게 필요한 과목들이나 과정들이 포함되어 있었고, 학사 때는 배우지 못했던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 부분은 말레이시아 학생들 중 다수가 학문적으로 열의가 높고, 연구적인 부분 등 많은 분야에 관심이 있었다는 것이다. 학사 시절에 학문적인 연구(Research)나, 논문 등에 크게 관심이 없었던 탓에 모르는 것들이 많았는데,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3. 해외 취업


말레이시아에서 유학하며, 본래부터 생각했던 진로는 해외취업이었다. 말레이시아 취업도 고려를 안 한 것은 아니지만, 말레이시아 보다는 싱가포르 쪽에 관심이 많았다. 본래 싱가포르 취업을 원한다면, 싱가포르에 가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싱가포르 유학 비용이 만만치 않기도 했고, 상대적으로 졸업생비자 없이도 취업비자를 받기 용이한 나라라고 판단했다.


그다음 취업을 원했던 곳은 유럽이었는데, 그중에서도 네덜란드를 가장 가고 싶어 했었다. 워낙 암스테르담에서의 여행 기억이 좋기도 했고, 네덜란드가 스타트업이나 IT 업계 쪽 취업이 좋다는 의견을 들었기 때문. 그리고, 네덜란드에는 '오리엔테이션 비자'라는 것이 있어서, 말레이시아 석사 학위 취득 후에도 도전해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네덜란드의 '오리엔테이션 비자'는 3대 대학 평가기관(QS, Shanghai Ranking, TIMES) 2곳 이상에서 200위 내(종합 대학 순위 또는 과목별 순위)에 드는 대학의 학위를 취득할 경우, 1년간 장기 체류 및 오픈 워크 퍼밋을 받을 수 있는 비자였다. 워킹홀리데이랑 유사하다고 할 수 있는데, 해당 비자를 통해서 취업비자로 연계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고, 근무 형태에 대한 제한이 없었다.


이 외에도 독일이나 오스트리아의 EU블루카드도 알아보고, 두바이 같은 중동의 국가들 채용 공고를 찾아보기도 했다. 한국에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마음도 있었지만, 해외에서 일하며 살아보고 싶은 마음도 컸기 때문에, 가능한 많은 선택지를 찾으려 고민했다.



결론적으로 진학 초기 고민하고 꿈꿨던 것들을 모두 달성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시간과 경험을 얻을 수 있었다. 나 스스로가 진로를 계속 고민하고, 나의 적성과 노력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은 다시 가지기 어려운 시간일 것이다.


Source: Unsplash


말레이시아 유학 생활 중에는 스스로를 깊게 생각해 볼 시간이 많았다. 풀타임 과정이었기 때문에 들어야 하는 과목 수가 적지 않았지만, 회사를 다닐 때보다는 훨씬 시간이 많았고, 나를 돌아보며 여러 계획을 세울 시간은 충분했다. 게다가 과제가 적은 학기 초 혹은 방학 중에는 내가 하고 싶은 일들에 대해 고민해 보기 충분했다.


고민할 시간이 많았다고 해서, 답을 찾았다는 것은 아니지만,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고민해 볼 수 있었고, 앞으로 나가야 할 방향에 대한 단서를 찾은 것 같았다. 공무원을 할 때도, 그만 둘 때도, 처음 어학연수를 떠났을 때도, 정말 무수한 생각들로 가득 차 마음이 편했던 적이 없었다. 그런데 적어도 말레이시아에서 공부할 때만큼은 공부에만 집중하면 된다는 생각에,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졌다.


대단한 결과를 만들어 낸 것은 아니라서 시간을 효율적이고 값지게 썼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그 시간들이 나에게 소중하고 도움이 되었다는 것은 확실하다. 30살이 다 되어가도록, 이 길 저 길에서 고민만 하던 내가, 사회에 들어선 이후 무언가를 오래 생각해 보기가 어려웠던 내가, 하나의 길에 대해 머리를 감싸 메고 고민할 수 있었던 것은 말레이시아에 있었기 때문이리라.


그리고 말레이시아 석사 과정에서 내가 얻은 가장 소중한 경험은, 연구에 대한 경험이다. 논문을 제대로 써본 적이 없었던 나에게 석사 과정에서 여러 소논문을 작성하고, 과제를 해낸 경험은 굉장히 값어치 있고 소중했다. 학사 때, 졸업 시험으로 논문을 대체했던 탓에, 특별히 잘 정제된 논문을 작성할 일이 없었다.


학사 당시 썼던 소논문들도, 지금 보면 객관성이 결여된 주관적 의견들을 근거 없이 나열해 놓은 것에 불과한 것 같다. 때문에, 근거와 논리를 가지고 논문을 써 볼 수 있었던(써야 했던) 경험이 굉장히 많은 도움을 줬다.


덕분에 석사 과정에서 작성한 여러 논문(학술지에 게재를 시도해보지는 않았지만) 또는 논문과제들은, 내가 생각하던 '전문가'로 가는 방향과 가장 잘 맞았다고 생각한다. 나의 생각과 주장을, 객관적 그리고 사실적 근거에 기반해 전달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마지막 졸업 논문으로 작성했던, '코로나 관련 키워드의 검색량에 따른 제약회사 주가 변동 추이'라는 주제는 꼭 발전시켜 학술지 투고까지 노려보고 싶었다. 결국은 부족한 부분이 많은 채로, 졸업 목적에만 사용되었지만, 이론적인 부분을 보완시켜, 나중에라도 투고해보고 싶다.



말레이시아 석사를 떠나며, 본래 목표로 했던 2가지 중, 해외 취업이라는 목표는 달성했다. 본래 목표로 했던 직무와 조금 차이는 있지만, 내가 스스로 프로젝트를 만들고, 준비해서, 내가 쏟아부을 수 있는 모든 능력을 활용해야 한다는 점은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말레이시아에서 얻은 경험과 지식으로, 남은 목표인, 전문성 갖추기를 위해 최선을 다해보려 한다.


Source: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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