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을 가꾸고 있습니다-곤충 편 1

정원과 텃밭에서, 숲 속에서 곤충의 매력에 푸욱 빠져버렸습니다.

by 살림하는 과학교사

곤충? 나름 도시녀로 살았던 나에게 곤충을 떠올리면 무건가 간지러운 느낌이고, 징글징글 어깨가 움츠려지는 징그러운 존재였다.

그랬던 내가 나이 마흔이 넘고 숲해설 공부를 하면서 곤충의 매력에 푹 빠져버렸다. 우리 집 딸내미들과 매일 마당에서 하루에 한 가지 이상의 곤충과 거미들을 찾는다.

단지 풀밭과 정원이 있을 뿐인데... 그 풀과 나무는 곤충들에게 잘 차려진 밥상이었다. 순간, 알았다. 그저 풀과 나무만 있으면 생명다양성은 따라와 주는 거구나. 굳이 노력하지 않아도 이 생명들은 살아 숨 쉬고 돌아올 수 있구나... 그 단순한 사실을 이제야 깨닫다니...

감탄이 절로 나온다. 6월 말부터 우리 집 마당의 풀밭은 심상치 않다. 발로 살짝만 밟고 걸어도 후두두둑, 눈코 뜰세 없이 어느 한 곤충에 집중하지 못할 정도로 아주 날쌔고 빠르게 튀어 오르는 무언가 들이 있다. 바로 메뚜기류들이다. 방아깨미, 섬바구미, 왕귀뚜라미, 사마귀, 왕사마귀, 넓적 배사마귀, 검은 등메뚜기, 꼽등이... 사실 이들의 이름도 생김새도 나는 잘 몰랐다. 그저 튀어 오르는 메뚜기류라는 것, 그리고 그들이 언제 눈에 띄는지도 잘 알지 못했다.

그런데 단지, 정원이 있는 주택에 이사를 왔다는 것만으로 하루하루, 매일 새로운 곤충들을 만난다.

그들을 사진으로 남기고 네이처링과 구*이미지로 찾고, 곤충도감으로 확인 사살을 한다. 도감에 안 나오니 더 두툼한 도감을 사고 그것도 모질라 도서관을 들락 날락 대고 지인들에게 물어보기도 한다.

자녀들에게는 일주일에 두세 번 미션을 날린다. 우리 집, 마을, 우리가 가는 여행지의 생명체를 찾고 그들의 이름을 알아가는 것 말이다. 그 미션의 개수를 차곡차곡 쌓아서 하고 싶은 것들을 기록해 두었다. 각각 미션 3개 달성하면 목욕탕 가기, 7개 달성하면 농구장 가기, 15개 달성하면 놀이기구 타러 가기, 20개 달성하면 해외여행?? 커억.... 돈 좀 모아둬야겠다. ^^:;;;;; 아직 미션으로 모은 쿠폰을 쓰지 않고 차곡차곡 모아두는 아이들... 모으지 말고 쌓이면 쓰라고 독려를 해야 하나..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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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이가 처음으로 테블렛pc에 그린 그림 아이들의 생명체 기록 mission 노트

찾고 관찰하고 기록한 생명체 중 둘째가 가장 열심히 기록한 건 중국청람색잎벌레다. 감자를 수확하러 갔다가 풀 줄기를 따라 반짝반짝한 광택의 딱정벌레가 보인다. 줄지어서 열심히도 간다. 사진을 찍고 검색하고 도감으로 확인하고 생활사를 확인하고, 물론 생활사까지 읽어보는 건 내 몫이지만 그 곤충의 이름을 찾아내는 건 순전히 아이들의 몫이다. 그런데 이들을 볼 수 있는 시기가 7,8월뿐이고 대부분의 시간은 땅속에 유충으로 소위 우리가 말하는 굼벵이의 상태로 말이다. 그럼 우리가 텃밭의 땅을 갈 때 나오는 유충 중에 이 중국 청람색 잎벌레도 만난 거겠지? 반가워... 어른 벌레로 우리 앞에 나타나줘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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