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주택살이-제,비집 편

자연도(영종도)에서 생명들을 만나며 살고 있습니다.

by 살림하는 과학교사

우리가족은 영종도 그것도 주택 몇가구만 있는 작은 동네로 들어와 어쩌다, 주택살이를 하고 있다. 인생은 계획된대로 되는 것이 아닌건 분명하다. 두달만에 결정되어 이곳으로 오고 이곳의 자연을 두 자녀와 흠뻑 누리고 싶었다. 물론 이또한 내 계획대로 되는건 아니지만, 분명한건 콘트리트로 가득찬 공간과 사람, 소비를 부축이고 경쟁을 부축이는 사회와 문화로부터 벗어나, 창가에 비친 녹색을 보며 땅을 밟고 살아 움직이는 생명들과 관계 맺고 싶었던 것은 분명하다. 주택에오자마자 주택살이의 궁금증을 나보다 내 이웃들이 더 표현하는거 같다. 한학기 내내 우리집 대문이 활짝 열려있는 걸 보면 말이다. 우리집을 어떻게 설명할까? 어떻게 맞이하면 좋을까? 를 생각하다가 우리집을 표현하기 딱 좋은 정체성? 을 고르기 쉽지 않았다.아이들과 우리집 이름을 짓자며 한달은 고민한거 같다.

나는 어떻게하면 무해하게 살 것을 항상 고민하기에 남편이 생각해 낸 이름은 "무해한, 家"이다. 다시 풀어쓰자면 모해? 나, 한가해.... 라는 뜻으로 번역?했다. 너무 재치있고 즐겁다. 놓칠 수 없는 이름이다. 내가 생각했던 우리집의 이름은 제비집이였다. 왜냐고?? 제로웨이스트와 비건을 추구하는 종족? 부족이니깐... 그런데 웬걸... 따악~~~ 영종도(永宗島)의 본래 이름은 자연도(紫燕島)하는 사실을 알게되었다. 자주빛 제비섬이라는 뜻이다. 오오~~~ 중의적인 표현으로 제, 비집도 따악 좋다. 둘다 놓칠 수 없어!! 결국은 우리집의 정체성은 이렇게 결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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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 집에서 다른 생명들과 창조세계와 관계맺고 살아가길 원하는 우리 가정과 함께하자는 의미로 이런 사부작질을 해본다. 특히 자녀를 데리고 온 지인들과 만남에는 꼭 해결? 해야하는 미션을 세운것이다. 바로 위의 사진처럼 말이다.


이사오고 한달 후, 우리가정 포함 총 6가정이 모였고 그 중 아이들이 13명, 어른 포함 24명이 모였다. 정원은 북적북적, 집은 난장판.. 그 와중에 주인장 미션나가요~~~ 그것은 바로, 우리집 마당에서 볼 수 있는 모든 생명체를 기록하기!


나에게 통을 달라, 핸드폰을 달라, 도감을 달라, 페트리접시를 달라.... 이건 모냐? 이것도 되냐? 이리와라, 저리가라... 정신없는 1박 2일이였다. 작은 정원에서 메리골드 씨앗을 수집하는 아이, 보리수 나무를 발견한 아이, 쥐며느리를 8마리는 주워온 아이, 정체모를 거미를 찾은 아이들의 모습이 참 싱그러웠다.

퇴비함에 살아움직이는 지렁이들과 굼벵이를 보여주며 이들이 있음에 비옥한 흙이 되어 돌아옴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어른들은 금세 지치고 수다떠느라 바빴는데 아이들은 그 다음 날 아침에도 열심히 생명체들을 찾아본다. 사실 미션 후 내가 무얼 제공하겠다는 보상도 없었는데 말이다. 그 날 오전 우리 마당에 제비가 날아와 줬다. 제비를 처음 보는 아이들, 감자꽃을 처음보이는 아이들을 보는 것이 마냥 행복했다.

사실, 자연을 누리는데는 여유와 틈이 필요하다. 여유있게 자연을 보고 감탄할 능력을 빼앗긴 시대, 그 시대를 살아가는 아이들에게 그저 자연에 풀어놓고 싶은게 내 마음이지만 잠시 왔다가는 이들에게 이 집에서의 시간이 느리게 가길 원한다. (정작 나는 손님맞이로 정신없이 지내고 있는 일상이지만^^:;;) 이집에서만큼은 말이다.

나무 한 그루에 함께 살아가는 생명체들과 작은 연못 물가에 모여드는 다양한 생명체들, 눈에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들이 서로 연결되고 서로를 살리고 있음을 아는것. 그 은혜와 감사를 매일 느끼며 살아갔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아름다움에 경탄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간다면 우리가 지구라는 공간에 주인이라 여길 것도 없이 서로를 환대하며 겸손하게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애쓰지 않고도 내가 살아갈 이 터전과 다음세대에게 아름다움을 물려줄 수 있는 가장 평화로운 방법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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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룻 밤 자고 일어나 자신들이 찾은 생명체를 열심히 노트에 기록하는 아이들 , 자신이 먹은 과일껍질을 퇴비함에 버리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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