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으로 구글이 위협을 받다
1980~90년대에는 대부분의 가정에 커다란 백과사전 세트가 있었습니다. 그때는 궁금한 게 있거나, 과제를 해야 할 때면 백과사전을 펼쳐서 직접 찾아봐야 했죠. 예를 들어, ‘태양계’에 대해 알고 싶으면 백과사전의 해당 부분을 찾거나, 관련된 책을 뒤져야만 했습니다. 당시에는 이러한 방법이 가장 일반적이었어요. 대형 백과사전 세트를 보유하고 있는 집으로 친구들은 모여들었고, 다 함께 친구 집 거실에서 백과사전을 뒤져가며 숙제를 하는 모습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그러다 1990년대 말부터 인터넷이 보급되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수십 권으로 구성된 백과사전을 꺼낼 필요 없이, 컴퓨터를 켜고 인터넷 검색창에서 궁금한 내용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원하는 정보를 훨씬 더 빨리, 쉽게 찾을 수 있게 되었죠. 이후 스마트폰이 등장하며 인터넷 활용도는 더욱 무궁무진해집니다. 우리는 언제 어디서나 손바닥만 한 기기에서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었죠. 대중교통에서도, 학교에서 쉬는 시간에도, 언제든지 원하는 정보를 찾아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특히, 인터넷과 스마트폰 시대를 맞아 구글이라는 기업이 급부상합니다. '구글링'이라는 신조어까지 탄생했죠. 구글링은 정보를 찾기 위해 구글 검색 엔진을 활용하는 행위를 말하는데요. 수많은 검색 엔진 중 구글이 자리 잡게 된 이유는 구글이 제공하는 강력한 검색 알고리즘인 '페이지랭크 알고리즘' 때문입니다. 기존 검색 엔진은 인터넷상의 쓸모없는 정보까지 긁어모아줬지만, 구글은 중요도가 높은 문서부터 보여주면서 전 세계를 사로잡습니다. 그리고 구글은 빅테크 기업 중에서도 으뜸의 자리에 오르게 됩니다. 인터넷은 그야말로 구글 천하가 된 것이죠.
그리고 최근에는 챗GPT와 같은 인공지능 기술이 등장하면서, 정보를 찾는 방식이 또 한 번 바뀌고 있습니다. 이제는 ‘구글’이나 ‘네이버’ 같은 인터넷 사이트에서 정보를 검색하는 것을 넘어, 인공지능에 직접 질문을 던지고, 인공지능이 답을 찾아주는 시대가 된 거죠. 인터넷 검색은 본인이 생각한 검색어를 검색 사이트에서 찾아보고, 검색된 결과물 중 필요한 자료를 선별하는 과정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 인공지능 시대가 되면서 궁금한 게 있으면 그냥 질문만 하면 됩니다. 인터넷 검색보다도 훨씬 간단한 과정을 통해 원하는 정보를 찾아볼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입니다. 또한, 복잡한 내용도 쉽게 설명해 달라고 요청할 수 있으니, 정보에 접근하는 방식이 더욱 편리해졌죠.
한번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민망하지만 구글에 제 이름을 검색해 봤습니다. 아래 구글링 결과 밑에도 제 정보가 담긴 링크들이 나오지만, 스크롤의 압박을 피하기 위해 상단 정보 몇 개만 가지고 왔습니다.
백과사전 시절과 비교하면 구글의 시대에는 정보를 얻기가 참 쉽습니다. 이렇게 정보를 바로 제공을 해주니까요. 하지만, '최재운'이라는 사람을 알기 위해서는 링크를 하나씩 들어가면서, 정보를 찾아봐야 합니다. 그리고 직접 그 정보들을 선별해서 취합을 해야 하죠.
하지만, 인공지능은 이 패러다임을 바꿨습니다. 특히, 생성형 인공지능이 등장하면서요. 우리에게는 챗GPT가 제일 익숙한 생성형 인공지능이지만, 검색 분야에서는 퍼플렉시티(Perplexity AI)가 가장 유명합니다. 퍼플렉시티는 생성형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검색 서비스를 제공하는데요. 사용자가 질문을 입력하면 정확하고 요약된 답변을 대화 형식으로 제공합니다. 사용자 친화적 인터페이스와 함께, 출처를 알려주는 높은 검색 정확도로 큰 주목을 받고 있죠. 이 퍼플렉시티에게 질문을 해보겠습니다.
이제 구글링을 한 후, 링크를 하나하나 들어갈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인공지능에 물어보면 출처를 포함한 결과를 바로 알려줍니다. 게다가 이어서 질문을 할 수 있도록 예제 질문도 던져줍니다. 이제 정보를 찾기 위해 머리를 쓸 필요가 없어진 세상이 된 거죠.
퍼플렉시티는 강력한 검색 서비스를 제공하며 빠르게 사용자를 확보해 갑니다. 당초 생성형 인공지능 분야에서 가장 앞서나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던 챗GPT 역시 검색을 할 수 있는 서비스를 부랴부랴 출시했습니다. 바로 서치 지피티(Serach GPT)인데요. 인공지능과 검색을 결합한 도구로, 사용자의 질문에 대해 실시간으로 웹을 검색하여 최적의 답변을 제공합니다. 여기에도 같은 질문을 던져보겠습니다.
챗GPT도 잘 찾아주긴 합니다만, 퍼플렉시티보다는 참조하는 웹페이지의 수가 적어 보입니다. 퍼플렉시티는 다양한 소스에서 정보를 취합해 준 반면, 챗GPT는 학과 홈페이지에서만 정보를 가져온 것을 알 수 있죠.
이러나저러나 위기에 빠진 건 구글입니다. 구글의 가장 큰 비즈니스모델이 검색 시장 장악을 통한 광고 수입인데요. 검색 시장 자체를 인공지능에 뺏기게 될 위기에 빠진 것이죠. 이를 지적하는 기사들도 쏟아집니다. 퍼플렉시티의 기업 가치가 급등하고 있다는 것과 상반되는 기사이죠?
이처럼 인공지능은 우리 곁으로 어느새 가까이 오고 있습니다. 챗GPT로 시작된 생성형 인공지능 혁명이 다양한 분야로 확산되고 있는데요. 이런 시기일수록 'AI 리터러시', 인공지능을 이해하고 잘 활용하는 능력이 앞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됩니다. 지금은 그저 우리를 편하게 해주는 도구이지만, 앞으로 인공지능과 함께 일하고,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능력이 더욱 요구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