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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타이코노미 May 17. 2022

중앙은행 디지털화폐란?

디지털지급수단과 플랫폼 03

현재 대부분의 중앙은행들은 두가지 형태의 화폐를 발행하고 있다. 하나는 경제 내 모든 경제주체가 접근가능한 현금화폐이고 다른 하나는 소수의 자격이 갖춰진 금융기관들만이 접근가능한 중앙은행 예금이다. 후자의 대표적인 예가 바로 지급준비금이고 현금화폐와 달리 무형의 디지털 형태를 취한다. 금융기관간 결제를 위한 지급수단으로 사용되기도 하고 여유자금을 운용하는 수단으로 사용된다. 즉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 화폐인 것이다. 이는 우리 나라의 중앙은행인 한국은행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그렇다면 최근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중앙은행 디지털화폐”는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이미 금융기관들을 대상으로 발행하고 있는 디지털 형태의 화폐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에 대한 답은 2018년 발간된 BIS 보고서에서 찾을 수 있다. 동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논의되고 있는 “중앙은행 디지털화폐”는 전통적인 지급준비금 또는 결제계좌와는 다른 디지털 형태의 화폐를 말한다. (“Committee on Payments and Market Infrastructures (CPMI) (2017): Central Bank Digital Currency” 보고서를 참조하였다.) 다시 말해 현재 이슈가 되고 있는 중앙은행 디지털화폐는 기존에 소수의 금융기관들을 대상으로 중앙은행이 발행하고 있는 디지털 화폐가 아니라 가계, 기업 등 모든 경제주체들을 대상으로 발행하는 디지털 화폐를 말한다. 이러한  중앙은행 디지털화폐(이하 CBDC)는 어떠한 모습을 취할 수 있을까? CBDC는 설계방식에 따라 은행예금처럼 사용자의 신원을 확인하는 계좌형(Account-based) CBDC와 현금이나 디지털 지급수단처럼 지급에 사용되는 객체(object)의 유효성을 확인하는 토큰형(Token-based) CBDC로 구분할 수 있다. 유통방식에 따라서는 중앙은행이 직접 CBDC의 유통 및 대고객 서비스를 수행하는지 은행과 같은 민간이 이를 수행하는지 여부에 따라 직접형, 혼합형 그리고 중계형이 존재한다. 이외에도 CBDC거래를 기록하는 원장관리방식에 따라 단일원장 CBDC와 분산원장 CBDC로 나눌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떠한 형태의 CBDC가 발행되는 것이 사회적 후생증진에 도움이 될까? 요즘 대부분의 선진국 및 신흥국 중앙은행들은 이에 답하기 위해 다양한 연구 및 개발 작업을 진행중에 있다. 현재로서는 관련 연구가 아직까지 충분히 축적되지 않았기 때문에 단기간 내에 대부분의 중앙은행이 동의하는 결론에 도달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발행방식, 유통방식 등에 따라 예상되는 변화가 조금은 달리질 수 있겠지만 만약 각 국의 중앙은행이 현금화폐에 더해 CBDC를 발행한다면 미시적 측면에서 일상의 경제생활에는 어떠한 변화가 있을까? 간단히 살펴 보자면 지급수단과 가치저장수단 측면에서 다음의 두 가지 변화는 확실해 보인다. 먼저 현재 온오프라인 소매거래에서 사용되고 있는 은행예금 등 민간의 디지털 지급수단과는 다른 서비스를 제공하는 디지털 지급수단으로 CBDC가 사용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CBDC는 중앙은행이 발행 및 관리하는 화폐인 만큼 현금화폐만큼은 아니더라도 민간 디지털 지급수단보다는 사용자 개인의 거래정보가 더 효과적으로 보호될 수 있도록 설계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디지털 지급수단의 편리함에 더해 거래정보 보호 여부에 민감한 경제주체들에게 CBDC는 상대적으로 매력적인 지급수단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로 유동성이 높은 금융자산인 화폐와 은행예금과 비교해 볼 때 CBDC는 전자보다는 편리하고 후자보다는 안전한 가치저장수단으로서 사용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은행예금의 경우 예금자보호법, 최종대부자(중앙은행)에 대한 접근가능성 등으로 여타 금융자산의 비해 안전하다. 그러나 은행이 부도가 나는 경우 예금자보호법을 통해 보호받을 수 있는 예금한도가 일정한 수준으로 정해져 있고 은행 부도시 보호를 받더라도 일정 기간 자금이 동결된다. 이와 달리 CBDC는 중앙은행이 발행한 화폐인 만큼 이러한 문제들로 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롭다는 장점이 있고 이 때문에 현금화폐나 은행예금과는 차별화된 가치저장수단으로 사용될 가능성이 높다. 정리하면 CBDC는 기존의 지급수단과 가치저장수단과는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차별화 정도에 따라 개별 경제주체들 사이에서의 수용성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CBDC가 발행된다면 한 경제 내에 새로운 ‘화폐플랫폼’이 출현하는 것을 의미한다. 앞서 기술한 미시적 측면외에 거시(경제)적 측면, 산업구조 측면 등 다양한 방면에서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 자명하다. 이러한 변화는 추후 연재되는 글에서 보다 더 자세히 살펴보고자 한다.


metaecon.io 에 연재하고 있는 글을 재게시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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