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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타이코노미 May 23. 2022

엘살바도르의 비트코인 법화(legal tender)실험

메타이코노미와 법 03

엘살바도르는 2021년 9월 비트코인법을 시행하여 비트코인을 법화(法貨, legal tender)로 채택하여 모든 거래에서 결제할 수 있도록 하였다. 2019년 집권한 나이브 부켈레 대통령의 적극적인 비트코인 정책에 따른 것으로 세계 최초로 비트코인을 법화로 인정한 것이다. 과연 비트코인을 법화로 채택하면 어떠한 경제적 효과와 비용이 발생하는 것일까?


2021년 비트코인을 법화로 지정하고, 비트코인을 위한 치보앱 배포


비트코인의 법화 지정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엘살바도르는 2001년부터 미국 달러가 유일한 법화로 지정하고 있는데, 2021년 9월 비트코인법을 시행하여(제정은 2021년 6월) 모든 결제와 납세를 비트코인으로 하는 것을 허용하고 미화와 비트코인의 자유로운 환전을 보장하게 되었다. 아울러 비트코인 이용을 촉진하기 위해 Chivo Wallet(이하 치보)이라는 모바일 앱을 개발하였다.


치보의 이용을 촉진하기 위해 엘살바도르 정부는 치보를 다운로드한 시민에게 미화 30달러에 해당되는 비트코인을 적립해주었는데, 이는 인당소득이 4,131달러인 엘살바도르에서는 상당히 큰 금액이다. 또한 비트코인의 미화 환전을 위해 설립된 1.5억 달러 규모 신탁기금(FIDEBITCOIN) 을 이용하여 치보 사용자는 언제든지 자신의 비트코인을 환전수수료 없이 미화로 환전할 수 있게 되었다. 정부의 지원으로 치보는 380만번이나 다운로드되었다.(IMF, 2022, 25p.) 


엘살바도르 정부는 비트코인을 법화로 지정하고 치보를 도입하면 다양한 이득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많은 엘살바도르 국민들이 미국에서 일하면서 송금하고 있으며, 이러한 외화송금이 엘살바도르 경제에 큰 기여를 하고 있는데, 비트코인을 법화로 지정하면 송금이 쉬워질 것이다. 또한 엘살바도르에서는 계좌가 있는 국민이 30%에 불과한데, 치보를 통해 모든 국민이 계좌를 개설할 수 있게 되면 가난한 사람들도 계좌를 이용하여 소비를 촉진하고 거래가 쉬워지게 될 것이다. 또한 해외 관광객이 비트코인으로 결제할 수 있게 됨에 따라 관광수입의 증대도 기대하고 있다.


엘살바도르 정부는 법화 지정 이외에도 비트코인을 기존 은행과 신용카드사의 계좌와 적립하고, 이를 달러 지폐로 인출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비트코인용 ATM을 국내에서 200개, 미국에 50개를 만들 계획이다. 또한 엘살바도르 정부는 2022년 3월부터 10년 만기의 10억 달러 규모의 비트코인 기반 국채의 발행을 준비하고 있다. 5억 달러는 환전을 위한 비트코인 구매에, 5억 달러는 비트코인 채굴에 사용될 예정이다.


비트코인 법화 지정시 비트코인 구매 비용과 관련 인프라 비용이 발생하며 비트코인 변동에 따른 경제적 리스크도 발생


그러나 이러한 비트코인 법화지정과 비트코인 정책은 비용도 야기한다. 엘살바도르 정부는 치보 사용시 30$를 지급하고 비트코인 ATM을 설치하는 등 비트코인 사용의 촉진을 위해 1.8억 달러를 지출하였다. 특히 최근에는 비트코인 가격이 크게 하락하면서, 엘살바도르 정부가 환전을 위해 구입한 비트코인 가격이 폭락하여 재정 손실이 커질 수 있다. 실제로 엘살바도르 정부는 비트코인 환전을 위해 2301개의 비트코인을 구매했는데, 지금까지 3,800만달러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추정된다. 2021년 엘살바도르 GDP가 241억 달러임을 감안하면 이러한 비용들은 상당히 큰 금액인 것이다.


또한 사람들이 비트코인을 많이 사용하고 있지도 않다. 올해 2월 엘살바도르 성인 1800명을 면접한 연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32%는 비트코인 지갑 치보를 모른다고 답했다(Alvarez et al, 2022). 국민들의 신뢰도 크지 않다. Central American 대학의 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70%는 비트코인은 외국 관광객들이나 부유한 사람들에게나 유용한 것으로 보면서 비트코인에 관심이 없거나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했다(Financial Times, ’22.3.22). 또한 올해 1월 기준으로 해외 송금액의 2%만이 치보를 이용한 것으로 나타나 당초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IMF는 비트코인을 법화로 채택하는데 따르는 비용을 엘살바도르 GDP의 1%, 이득은 GDP의 0.25%로 추정하면서, 이득이 손실보다 크고 금융 안정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이유로 엘살바로드 정부에 비트코인의 법화 지정 취소를 권고하였다. 또한 엘살바도르 정부가 추진하는 비트코인 기반의 국채 발행도 비트코인의 가격 하락과 투자자들의 불신으로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비트코인을 법화로 지정하는 것은 상당히 많은 비용이 소요된다. 또한 결제와 환전을 위해 비트코인을 비트코인을 상당 금액 보유해야 하는데, 비트코인의 가격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대외지급여력과 국가 신인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엘살바도르에 이어 중앙아프리카공화국이 세계에서 두번째로 비트코인을 법화로 채택하고자 노력하고 있는데, 이러한 부작용을 고려하면 비트코인을 법화로 채택하는 나라들이 크게 늘어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참고문헌

Alvarez. et al, “Are Cryptocurrencies Currencies?”, NBER Working Paper, 2022

Financial Times, “El Salvador prepares to launch bitcoin bond”, 2022.3.22

IMF, El Salvador 2021 Article IV Consultation, 2022


metaecon.io 에 연재하고 있는 글을 재게시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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