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메타이코노미 May 31. 2022

소유의 정의 – 3부

메타버스의 경제학 02 (3부)

1976년에 우리 모두가 아는 바로 그 Bill Gates는 Open Letter to Hobbyists (https://en.m.wikipedia.org/wiki/Open_Letter_to_Hobbyists)라는 공개편지를 초기 개인컴퓨터 취미사용자들(76년도의 컴퓨터는 사용이 매우 불편하여 개인이 생산성 향상 도구로 사용하기는 어려웠고 주로 취미로 사용되었다)에게 보냈다. 이 편지에서 Gates는 개인취미사용자들이 마이크로소프트의 BASIC 프로그램을 돈을 내지 않고 카피하여 사용하는 상황에 대한 불만을 말하고 있다. 그는 이런 무단카피가 기업의 이익을 떨어뜨리고, 따라서 무단카피는 새로운 프로그램을 만들 유인을 없애고, 또한 프로그램 코드를 출판물의 형태로 출간하고자 하는 유인을 저하 시킨다고 주장했다. 2022년에 사는 우리들에게는 이 편지의 내용이 기이할 뿐이다. 첫번째로, 이 편지는 무단카피가 불법이라는 주장을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무단카피가 불법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소프트웨어는 저작권법의 대상이 아니었고 따라서 소프트웨어를 카피하여 쓰는 행위는 불법이 아니었다. 두번째는, 당시에는 컴퓨터 프로그램의 코드를 출판물 형태로 출간하기도 하였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출간물들은 공공도서관에서 빌릴 수 있었고, 책에 있는 코드를 직접 입력하여 프로그램을 사용할 수도 있었다. 예를 들어 마이크로소프트가 윈도우즈의 소스코드를 책으로 출판하는 세상을 상상할 수나 있겠는가? 전통적인 소유권의 정의를 컴퓨터 소프트웨어에 적용하려 하니, 소프트웨어 실질적으로 보호받지 못하고 있었다. (특허권이나 저작권으로도 보호 받지 못했다.) 


2022년으로 돌아오면, 소프트웨어는 과거와 달리 적극적으로 소유권이 인정받게 되었다. 특히 소프트웨어는 저작권으로 보호되기 시작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소프트웨어를 컴퓨터에 설치하면 라이선스(허락)  동의서에 동의한다는 버튼을 눌러야 한다. “License(허락)”란 어떤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자격이라는 뜻이므로, 소프트웨어 라이센스는 소프트웨어를 사용할 자격을 (빌려)줄 뿐인것이지 실제 소프트웨어의 소유권을 넘겨준 것이 아니다.  1976년의 관점에서는 새로운 상품인 소프트웨어를 전통적인 소유권 관점에서 거래하게 하는 것이 매우 어려웠으나, 이제는 새로운 형태의 물권을 만들어냄으로써 소프트웨어 시장이 작동하게 되었다. 


하지만 소프트웨의 소유권에 관한 논쟁은 아직도 끝나지 않고 있고, 계속 발전중이다. 예를 들어, 라이센스 형태로 구입한 소프트웨어를 디컴파일하여 사용하는 것이 적법한가에 관한 논쟁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소프트웨어는 소스코드를 컴파일하여 컴퓨터에서 실행할 수 있는 실행코드 형태로 만든다. 컴파일 과정이 일대일 대응이 아니기에, 실행코드를 가지고 있다고 해서 소스크도를 완벽하게 알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여러가지 기술을 사용해서 원래 코드를 어느정도 복원하는 것이 가능하고, 이것을 디컴파일이라 부른다. 돈을 주고 구입한 컴퓨터 소프트웨어를 디컴파일하여 소스코드를 복원한 후 이를 다른 사람에게 판매하거나 공유한다면 명백하게 위법일것이지만, 이를 개인적으로 사용하는 것조차 위법이라고 소프트웨어 판매사에서 주장을 한다. 즉 소프트웨어 “판매자”(엄밀히는 임대인)의 주장은 소프트웨어 사용권이란 소프트웨어 회사가 의도한 대로 사용하는 것에만 한정된 권리라는 것이고, “구매자”(엄밀히는 임차인)의 주장은 사용의 권리에 수정하여 사용할 권리가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다. 재판매를 위해서가 아니라면 구매자가 역컴파일을 하고 싶은 상황은 두가지로 요약된다. 첫번째는 다른 프로그램들과의 충돌을 막기 위해 프로그램에 기능을 더하거나 또는 기능을 제한하고 싶어할 경우이다. 두번째는 프로그램의 버그가 있지만 판매자가 적절한 시기에 버그에 대한 서비스를 안해주거나 또는 못해줄 경우, 구매자가 직접 디컴파일하여 버그를 찾아내어 소프트웨어를 수선하는 경우이다. 두 경우 모두 최근에야 합법적이라는 EU의 결정이 내려졌다. (두번째의 경우는 2021년 10월에서야 나온 판결이다. “Top System SA v Belgian State (Case C‑13/20) EU:C:2021:811”) 


소프트웨어 (불법)카피는 자동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사람이 의도를 가지고 카피 명령을 실행해야 한다. 하지만, 사람의 의도가 개입되지 않고 자동적으로 카피가 이루어지는 상품이 있고, 이럴 경우 법적인 권리를 어떻게 정의해야 할지는 더 골치 아픈 문제일 것이다. 자동적으로 카피가 만들어지는 상품으로는 종자(seed)가 있다. 현대에 있어서 많은 나라에서는 식물의 씨앗인 종자조차도 물리적 물건으로 팔리는 것이 아닌 사용권의 형태로 팔린다. 즉, 씨앗이 소프트웨어처럼 라이센스로 팔린다. 많은 나라의 경우 종자는 구매자가 미리 적시한 땅에만 사용할 수 있도록 계약한 상태에서만 팔리게 된다. 그 종자에서 나온 열매가 기타 수익창출 작물을 수확한 후 나온 새로운 씨앗을 그 다음해에 다른 땅에 사용하는 것은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불법이고, 극단적인 경우는 새로운 씨앗을 사용하는 것이 전면적으로 금지되는 경우도 있다. 


이번회에서는 NFT처럼 한때는 새로웠던 소프트웨어의 소유권에 대해 알아보았다. 인류는 항상 새로운 종류의 상품을 개발해 왔고, 새로운 상품에 적절한 소유권을 정의하기 위해 노력하였고, 많은 경우 해답을 찾아왔다. 현재 NFT라는 상품의 소유권에 대한 정의가 부정확할 수도 있고 혼란도 있을 수 있지만, 그것이 NFT라는 상품이 상품으로서 존재할 수 없는 이유가 될 수는 없을 것이다. 우리는 NFT에 관한 소유권에 대한 적절한 정의를 곧 찾을 수 있을 것이다.


metaecon.io 에 연재하고 있는 글을 재게시한 글입니다.

작가의 이전글 엘살바도르의 비트코인 법화(legal tender)실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