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국까지만 쓰고 잠시 글을 한 두 달 중단하려고 합니다. 프랑스, 스위스, 이탈리아에서 있었던 즐거운 기억들을 하나씩 꺼내서 글을 쓰는 것은 기쁨이지만, 코로나19 때문에 정신없는 요즘에 한가롭게 여행 다니던 이야기를 하는 것이 민망합니다. 그것도 준 전시상황인 유럽 이야기를요.
# 제가 쓴 글 다시 둘러보니, 몇 개 오류가 있더라고요. 영국 호텔 금액을 1900달러로 적어 놓았는데 1390 달러입니다. 하하. 글 순서에도 문제가 있습니다. 수목금토일이 아닌, 수목토금일 이런 식으로 적어 놓았습니다. 사진 보면서 정리해가며 글을 썼어야 했는데 기분 날 때, 시간 빌 때, 생각나는 대로 몰아서 쓰다 보니까 이런 실수를 했습니다. 고쳐 쓸까 했는데 읽는 데는 크게 문제 되지 않는 것 같아 놔두었습니다. (사실은 귀찮아서 ㅎㅎ)
# 여행은 잘 갔다가 왔습니다. 너무 즐거웠고 행복했습니다. 날씨까지 더할 나위 없이 좋았습니다. 코로나19 문제도 없었습니다. 스위스는 저희가 떠나는 날까지 청정 국가였고, 다른 유럽 국가들 역시 큰 문제는 없었습니다. 마지막에 이탈리아에서 문제가 생겼지만, 저희는 북부 도시 셧다운 되고 바로 한국으로 들어왔습니다. 한국에 와서는 혹시 싶어 저희 모두 스스로 격리하였고, 살짝 미열이 있던 큰 아들을 데리고 검진소에도 가 봤습니다. 음성이었습니다.
# 간단히 적어 놓은 제 프로필 보시면 아시겠지만, 관광기념품을 제작하거나 판매하는 일을 합니다. 해외 관광, 외국 출장, 국제 학회, 심포지엄 같은 것에 매출이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여행 중에 매출 현황을 보면서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폭풍이 밀려온 것처럼 여지없이 회사 매출이 무너지고 있더군요. (이 이야기기도 나중에 적어 보려고 합니다.) 한국에 와서 수습하려고 동분서주했지만, 태풍이던 코로나19는 유럽과 미국을 강타하며 세력을 키워 쓰나미로 변해 버렸습니다. 그대로 저희 업체를 덮쳤고, 저는 덕분에 얼이 빠져 버렸습니다. 자영업 10년이 넘었지만 이런 경험은 처음입니다. 회사가 망하기야 하겠냐만은,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여행 다니던 바깥세상은 천국이었는데 회사 안은 지옥이네요. 만화 미생에서는 다르게 말했는데 말이죠. 미생에서는 회사는 전쟁이고, 밖은 지옥이라고 했는데.
# 아내가 제 글을 읽어봅니다. 처음에는 “내 캐릭터가 이상해”하며 어이없어하더니, 글 몇 개 읽더니 “주인공이 된 기분이야” 이러며 좋아합니다. 글 캐릭터가 이상한 게 아니라, 본래 그런 사람입니다. ㅋㅋ 엊그제 글을 읽더니, 이제는 열성 독자라고 합니다. 제가 보기엔 검열관에 가깝습니다. 독자가 글 쓰는 사람보고 이 내용 빼, 이건 길게 넣어, 이런 말 안 하거든요. 글을 올리기 전에 허락을 받으라고도 합니다. 독자라며? 응? 심지어는 매번 글이 길다고 타박까지 합니다. 압니다. 인터넷 글이라는 것이 짧게, 강하게 써야 한다는 것을. 그래야 많이 읽힌다는 것도 압니다. 그런데 저는 전문 작가가 아닙니다. 많은 분들이 읽어 주시면 좋겠지만, 아마추어 주제에 제가 쓰고 싶은 방식까지 바꿔 가면서 글을 쓰고 싶지 않습니다. 브런치에 오시는 많은 분들이 그러하듯 오래전부터 글을 쓰고 싶었는데 돗자리가 깔려서, 내 좋아서 글을 쓰고 있습니다. 짧은 인터넷 글을 읽으며 갈증을 느꼈고, 내가 글을 쓴다면 주저리주저리 할 말 안 할 말 다하리라 생각했습니다. 그런 자세로 글을 쓰다 보니 양이 좀 많습니다.
# 그렇지만 다음번부터는 좀 짧게 쓸 생각입니다. 하하. 제가 생각해도 내용이 깁니다. 이것저것 담으려고 하다 보니까 주제가 섞이기도 하고, 그러다 보니 글의 집중력도 떨어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개인적으로도 화장실 간 김에 앉아서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정도의 분량(?)이 하나의 글로서 적당하다고 생각하는데, 제가 읽어보니 변비 걸리겠더라고요. 다음부터는 좀 줄일 생각입니다.
이 글을 쓰는 목적은
1. 한 달 가족 여행을 망설이는 분들을 위한 지름서
이 글을 쓰는 목적은 가족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입니다. 제가, 우리 가족이, 서로를 이해하고, 사랑하는 과정이 녹아 있는 여행기를 쓰고 싶었습니다. 아내는 다른 사람들이 관심 없어하는 그런 이야기를 뭣하러 적냐고, 빼라고 하지만, 제가 이 글을 쓰면서 가장 재미있어하는 부분을 빼야 한다면 저는 글을 쓰는 즐거움이 없어집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다른 분들이 우리 가족의 이야기를 읽으며, 가족 여행을 가야 할지 말아야 할지 결정 내리지 못하는 분들이 가족 여행의 맛(?)을 봤으면 하는 바람도 있습니다. 즐거움이라는 맛도 있고, 서로를 이해하는 맛도 있고, 깊은 사랑의 맛도 있습니다. 가족과 함께 한 달 유럽 여행. 인생에 한 번은 꼭 가 볼만 합니다. 강추합니다.
2. 교육적인 여행을 계획하시는 분들을 위한 커리큘럼
여행에 교육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 글을 읽는 분들은 가족과 함께 여행을 가기를 원하시거나, 계획하시는 분들 일 텐데, 많은 부모님들은 유럽에 아이들을 데리고 가면 뭔가 교육적으로 얻는 것이 있기를 바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그랬거든요. 비싼 돈 들여 가는데, 놀다가만 오면 아쉽잖아요. 그래서 아이들에게 해 주고 싶은 이야기와 알려 주고 싶은 역사, 보여 주고 싶은 예술에 대한 것들을 따로 정리해 두었습니다. 그렇게 정리한 내용들은 여행지에서 아이들에게 생생하게 보여/들려주었고, 그 이야기들을 다시 인과 관계가 있는 글로 (딱딱한 정보가 아닌) 풀어 보고 싶었습니다. 학교 다닐 때부터 세계사와 미술사에 대해 관심이 많았고, 고대 로마의 지식에 대해서는 나름 자신도 있어서 아빠가 들려주는 유럽 이야기 정도의 콘셉트로 설명을 하고 싶었습니다.
3. 아빠가 포함된 4인 가족 (중1, 초3) 여행 안내서
실제 여행 정보도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많이 찾아봤지만, 중학생과 초등학생이 포함된 한 달 유럽 여행기는 별로 없었습니다. 후기 형태의 글은 여럿 봤지만, 디테일하게 내용을 공유하는 경우는 많지 않았습니다. 더군다나, 아빠가 포함된 4인 가족 여행기는 정말이지 드물었습니다. 조금 억울하기도 했습니다. 아빠도 가족의 일원이고, 가족을 위해 열심히 살아가는 것은 마찬가지인데 많은 여행기에는 아빠가 빠져 있더군요. 아무래도 직장 생활이나 업무에 치여 시간 내기 힘들어서 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아이들과 한 달씩 여행을 할 수 있는 기회라는 것은 평생에 몇 번 오지 않습니다. 일도 중요하고, 돈도 중요하지만, 가족과 함께 여행할 수 있다면 아빠가 빠지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어느 아빠라도, 어떻게 기회와 운이 닿아 가족과 함께 한 달간 여행을 갈 수 있게 되는 순간이 온다면, 중학생, 초등학생, 엄마가 포함된 이 여행기가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경험했던 정보들을 적어 보려고 했습니다.
적다 보니, 이 글도 길어졌습니다. 이건 진짜 짧게 쓰려고 했는데 말이죠. 당분간 여행기는 보류하도록 하겠습니다. 한두 달 정도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별 것 아닌 글에 관심 가져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글 8편 올렸는데 이렇게 많은 방문자가 오시리라고는 진짜 전혀 상상도 못 했습니다. (메인에 올려 주셨던 daum 관계자 분들 사.사.사...감사합니다.) 조용히 브런치 한쪽에서 히히거리며 자족하는 글을 쓰려고 했는데, 너무 많은 분들이 보셔서 부끄럽기도 합니다. 잘 정리하고, 짧게 다듬어서 올릴 걸. 그런 후회를 합니다. 다음부터는 그렇게 글 쓰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