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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망사항 Apr 08. 2024

B.M.W. 탑니다.

3월부터 일주일에 세 번, 부산시 기장군 일광읍에 위치한 환경교육체험센터로 출근한다. 우리 집에서 센터까지 카카오 맵으로 찍은 거리는 21km이다. 가끔 동거인이 태워주면 30분, 대중교통으로는 2시간이 걸린다. 처음 제안을 받고 솔깃했지만, 3~4일을 고민했다. 다름 아닌 출근시간이 나를 망설이게 했다. 왕복 4시간이라니요! 이참에 20년도 넘은 장롱면허를 바로 탈출하고 운전해야지 했는데, 한 달 동안 어째 대중교통에 점점 익숙해져 간다. 센터에 적응하느라 에너지를 소진해서인지 운전을 해야겠다는 욕망이 잠잠해지는 중이다.


BMW로 이동하는 출근 경로를 적어보자면 아래와 같다.

집 앞에서 5분 거리인 버스 정류장에서 부산으로 가는 버스(Bus)를 탄다, 부산대역에 내려서 교대역까지 지하철(Metro)로 4개 역을 이동한다. 동해남부선으로 환승하여 일광역에 내린다. 1.1km를 걸으면(Walk) 센터에 도착한다.

출근 시간 전까지 여유가 있다면 잠시라도 바닷가 쓰레기를 줍는다.  바다를 자주 보는 건 참 좋다.


지하철이나 동해남부선이 아니었다면 일광까지 출근할 생각을 못 했을 거다. 정확하게 정시에 도착하는 교통편은 도착시간의 변수를 줄여주니 최고다. 특히 먼 거리일 때는 더 유용하다.


불가리아 사람이 한국을 처음 온 지인에게 대중교통을 이용해 서울을 소개하는 영상이 보았다. 각 지하철 역마다 이렇게 넓고 깨끗한 화장실이 있다고 자랑(?)을 했다. 게다가 무료임을 강조했다. 항상 보던 것이라 당연하게도 느껴지지만, 먼 길 이동 중 생리현상을 어려움 없이, 게다가 깨끗한 환경에서 해결할 수 있다는 건 분명 감사한 일이다.


음, 20년 넘게 장롱면허인 이유는 굳이 대자면 대중교통이 편리해서였다. (이것은 핑계인가?) 버스나 지하철을 타면 문제없이 갈 수 있었으니까. 물론 자동차 이동시간보다는 좀 더 걸렸겠지만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만약에 급할 경우에는 택시를 타면 된다.


인구 5천만이 조금 넘는 우리나라의 차량등록대수는 2천5백만 대이다. 산지가 많고 좁은 국토인 대한민국, 도로 위의 차들은 점점 많아지고, 자동차의 크기는 점점 커져간다. 도로는 좁은데 차량이 많아지니 또 도로를 확장해야 한다. 지금은 한두 명 타는 자동차를 위해서 도로를 확장하고 주차장을 만들 때가 아니다.


기후 위기 시대, 대중교통정책이 무엇보다 우선시되어야 한다. 사람들이 선한 마음에 탄소 배출을 걱정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를 바라는 건 그저 '희망 사항'이다. 편리한 대중교통 시스템, 거부할 수 없을 만큼 저렴한 교통 요금은 교통부문에서의 탄소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2022년 6~8월까지 시행한 독일의 '9유로(1만 2천 원) 패스' 사례에서도 전 세계가 확인했다. 그 기간 동안 대중교통 이용이 25% 증가했고, 이산화탄소 180만 톤이 저감 되었으며 덩달아 대기오염도 감소했다. 그 말은 대기오염으로 인해 아플 사람의 의료비까지 줄었다는 말이다. 독일 국민들은 피부에 확 와닿을 만큼 교통비 부담이 획기적으로 줄었고 생활비가 줄었다. 이것이 선순환이다.


센터로 가는 출근길, 버스를 타고 환승하면 2,750원, 지하철과 동해남부선으로 이동하면 2,050원의 비용이 든다. 현재 물가를 고려하면 꽤나 착한 교통 요금이다. 독일의 '9유로 패스'의 효과인지 서울은 '기후 동행 카드'라 부르는 월 6만 5천 원짜리 교통카드를 만들었고, 부산에는 4만 5천 원 이상 사용한 교통 요금을 페이백을 해주는 '동백 패스'가 생겼다. 둘 다 대중교통을 장려하는데 효과적인 정책이 될 것 같다. (경남 양산에 살고 있어 내가 이용하는 대중교통이 모두 동백 패스에 적용받는 건 아니라 아쉽다.)


BMW 대신 BMK라는 말도 생겼다. Walk 대신 Kickboard이다. '공유'는 기후 위기 시대에 꼭 필요한 개념이기는 한데, 공유 킥보드는 글쎄다. 걸어가기에는 멀고 택시를 타는 것도 애매할 경우에 킥보드가 불편함을 해소하는 도구가 된다고 홍보한다. 직접 이용한 적은 없음에도 공유 킥보드에 대해서는 그리 찬성하지 않는다. 킥보드에 한 명이 아닌 두 명이 타거나, 갑자기 빠른 속도로 나타나기도 하고 킥보드를 타고 가다 넘어지는 사람을 볼 때는 아주 위험해 보인다. 무엇보다 방치된 킥보드를 볼 때마다 불편하다. 어쩜 하나같이 버려진 느낌이다. 내 것이 아니어서 이렇게 함부로 하는 건가 하는 의문이 든다. 내 것만 소중한가요? 분명 킥보드의 수명도 아주 짧아지고, 자원낭비도 심각할 것 같다. 킥보드를 생산하느라고 탄소는 또 얼마나 배출했을까. 자원낭비 아닙니까? (파리에서는 킥보드를 퇴출했다)


공유 킥보드를 이용한 사례를 찾아보니(공유 킥보드 회사가 많다) 기본 1,200원에 1분당 요금이 200원, 863m를 이용하니 13분 정도 걸렸고 3,800원이 결제되었단다. 어? 예상보다 전혀 저렴하지 않다. 내 기준에 863미터 거리는 충분히 걸어도 괜찮은 거리이다.


대중교통 시스템이 점점 촘촘해지고, 교통 요금이 물가 상승과 역방향으로 저렴해지길 바라본다. 기후 위기 시대라 전기자동차나 수소 자동차를 애정의 눈빛으로 대하고는 있지만 이 또한 정답이 아니다. 유럽에서는 소형차가 인기라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소형차보다 큰 차가 인기가 많다. 여러분, 큰 차 좋아하시지요? 우리 진~짜 큰 차(버스, 지하철) 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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