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01. 충무김밥을 파는 식당에 갔다.
셋이서 충무김밥과 국수 세트 둘, 국수 한 그릇 주문했는데, 마지막에 충무김밥이 딱 하나가 남았다. 다들 배가 불러 못 먹겠다고 했다. 앗, 겨우 김밥 한 개인데? 남기면 음식물 쓰레기가 되니까 그냥 내가 먹어야지 하면서 남은 김밥을 먹었다. (실은 나도 배가 불렀다.) 뭔가 잘 안 내려가는 느낌이 들더니 결국 체했다. 소화제를 한 병 마셨다. 이 모습을 본 동료들이 "음식물 쓰레기 줄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 몸도 소중해."라고 얘기했다. 전 세계적으로 생산된 음식의 3분의 1이 버려지는 요즘, 이럴 때 현명한 선택은 과연 무엇일까?
EP02. 가족들이 한정식집에 갔다.
'한정식'이라는 말은 듣자마자 많은 음식이 다양하게 나올 것이 충분히 예상이 된다. 처음 방문한 곳인데, 맛집이다. 명절 담날에도 손님이 가득하다. 맛있었지만 위의 용량은 한계가 있다. 음식이 남아서 아깝다 하는 찰나, 고개를 옆으로 돌리니 우리가 앉은 좌석 바로 옆 공간에 포장용기가 있다. 직접 남은 음식을 포장하라는 의미였다. 오, 이렇게 하니 남은 반찬을 버리지 않는다(일회용기를 사용하긴 하지만). 식당에서도 정성 들여 만든 음식이 버려지는 걸 원치 않을 테니까 이렇게 제공하는 것도 좋다. 워낙 반찬 가짓수가 많으니 조금씩 내어주고, 필요할 시 채워주면 더 좋겠다는 생각이다. "꼭 가득 담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사장님."
EP03. 얼마 전 약선식당에서 회식을 했다.
순서에 따라 다양한 음식이 줄지어 나왔다. 눈으로 보는 재미가 있고, 맛도 좋았다. 이 음식, 저 음식 맛보다 보니 거의 배가 불러왔다, 밥이 나올 차례였다. 잡곡밥, 돌솥밥 중에서 고르라 했다. 알고 보니 나처럼 모두가 이미 배가 부른 상태였다. 마침 한 선생님의 가방에 깨끗이 씻은 도시락통이 들어있었고, 모두가 각자 먹을 밥을 제하고 도시락 통에 넣었다. 금세 꽉 찬 2인분의 밥이 채워졌다. 그리고 남은 반찬을 또 다른 도시락통에 넣었다. 만약 이런 '용기'가 없었다면 이만큼의 양은 음식물 쓰레기가 될 운명이었다. 혹시 모를 때를 대비해서 용기를 들고 다니는 것이 얼마나 의미 있는 일인지를 눈으로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내 도시락통에 넣은 것이 아님에도 이렇게 뿌듯하다니! (다음날, 함께 그 도시락을 나눠먹었다)
EP04. 동거인이 사진을 보내왔다. 수제 맥줏집에서 피자랑 한 잔 하는 장면이다. 지인들 표정이 다들 좋은 거 보니, 맥주도 피자도 분명 맛있겠지? 사진으로 본 피자는 먹음직해 보였고, 크기가 남달랐다. 다음날 피자를 다 먹었냐고 물어보니 두 조각이 남았단다.
"누가 포장해 갔어?"
"아니, 그냥 남기고 왔어."
"엥? 왜? 맛있는 거 남기고 오다니. 한 명도 가져갈 생각을 안 한 거야? 지금 먹음 진짜 맛있을 텐데. "
아무도 포장해 가지 않았다는 얘기에 남긴 피자가 아까웠다. 아마 음식물 쓰레기통으로 직행하지 않았을까? 남은 음식을 포장해 가는 게 당연하고, 사람들이 빈 용기를 들고 다니는 것도 당연한 문화가 만들어진다면, 단언컨대 음식물 쓰레기가 획기적으로 줄 것이다.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식사, 혼자 먹는 밥 한 그릇, 모두 참으로 소중하다. 그 시간의 화룡점정은 그릇이 깨끗이 비워진 걸 확인하는 순간이다. 아, 뿌듯해. 오늘도 남기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