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가지를 소개하고 싶다.
첫번째 채널은 NOS다. 네덜란드 국영방송국에서 방영하는 쉬운 뉴스로, 매주 세 가지 주제를 10분 분량으로 전한다. 언어를 배우기도, 현지 사정을 이해하기도 최고인 컨텐츠다.
이민 생활이라는 것이 몸은 현지에 있지만 몸만 와 있는 듯 할 때가 많다. 언어가 밝지 않은데다 이 곳 사정에 딱히 관심이 가지 않기 때문이다. 이 채널은 자국민이 공유하는 이슈를 쉬운 표현으로 알려줘서 정신적으로도 이 나라에 닿아 있게 해준다.
국영방송국에서 이런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메시지인 것 같다. 국영매체의 영향을 자국 성인에게 한정하지 않고 전 범위로 확대한다. 쉬운 뉴스를 필요로 하는 언어 취약층의 존재를 짐작하게 한다. 언어의 취약함이 배제의 핑계가 되지 않음을 밝힌다. 취약자에게 유창해지라 요구하지 않고 그 상태도 괜찮다고 하는 것 같다. 정보 제공자이자 언어 유창자로서 자신들이 수용자에 맞게 뉴스 난이도를 조절할 것이므로.
나는 이 채널의 뉴스를 볼 때 Language Reactor라는 크롬 익스텐션을 활용한다. 언어 공부에 매우 유용하다. 자막 기능이 편리한데, A, s, d 키로 이전 자막, 현 자막, 다음 자막으로 이동 및 재생할 수 있다. 단어에 커서를 대면 낱말의 뜻도 보여준다. 넷플릭스에도 지원되는 기능이니 언어학습자는 꼭 활용해보시길.
두번째 채널은 하다앳홈이다. 베이킹과 요리 영상이 주된 컨텐츠다. 나는 이 채널로 베이킹에 입문했다. 타고나기를 요리 젬병이라고 생각했는데 여기서 본 레시피는 간단하고 쉽고 맛있다. 재료를 계량해 섞고 반죽하고 틀에 넣어 구우면 끝!
쉬운 레시피를 제공하는 다른 채널도 많지만 나는 이 채널만의 간결함과 거리감이 좋다. 영상에 군더더기가 없다. 편집하다 보면 버리기 아까운 장면들이 분명 있었을텐데 아까워서 넣은 듯한 구간이 하나 없다. 영상은 자막과 잔잔한 배경음악 정도로만 구성되어있다. 자막의 폰트와 색깔도 한 두 가지로 통일. 영상 분위기와 어울리는 서울한강체로. 메인 요리에 단무지 정도만 따라 나오는 식당같다. 즐비한 반찬에 어지러울 일 없이 핵심에 집중하게 된다.
간결한 편집은 개인 창작자일 거란 추측을 하게 한다. 전문적인 편집 영상은 편집자가 의식되고, 뒤이어 숱한 구독자가 의식되면서 나는 숫자 1일 뿐임이 자각된다. 그런 영상은 방송국에서 촬영된 듯해서 아득한 거리감이 있다. 하다앳홈은 주인장 주방 한켠에 앉아 요리를 바라보는 것 같다. 특별히 나만 초대받아서.
영상엔 얼굴과 목소리같은 생체정보가 일절 없다. 손과 기구가 재료를 변형해가는 과정만을 보여준다. 구독자 이벤트나 문답영상도 없다. 그래서 채널의 주인장을 알지만 알지 못한다. 알려줄 것 같지 않고 따라서 알고 싶지도 않을 것 같다. 알고싶을 리 없음이 주는 안심이 있다. 아무것도 요구받지 않을 것이므로. 나를 대행하는 컴퓨터처럼 굴면 된다. 땡기면 보고 아님 말고. 컴퓨터 대 컴퓨터의 산뜻한 관계!
그외 음악 채널, 요가 채널, 예능 채널, 일에 필요한 채널 등 18개를 구독하고 있다. 언제 이렇게 늘었지. 안 보는 것들을 구독해제 할까 했는데 못하겠다. 정들었나보다. 안 보는 정든 채널을 안 끊는 걸보니 아무래도 나는 컴퓨터가 아닌 인간인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