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백의 땅 로컬에 ‘나’라는 깃발을 꽂다
무모하게 5년 버틴 스타트업 ‘공장공장’ 박명호 대표의 대담무쌍한 인터뷰
✧ 이 인터뷰를 읽고 나면 다음 내용을 알게 됩니다.
-정착할 지역을 선정할 때 고려할 점
-로컬에 사람들을 오게 하는 방법
-로컬 창업할 때 참고할 점
-인터뷰어가 낚아 올린 작고 소중한 인사이트
이번에 올라가는 두 번째 로컬 편 인터뷰를 끝으로 소도시 창업 인터뷰가 마무리된다. 이 인터뷰를 끝으로 나도 공장공장을 퇴사하게 되었다. 퇴사라는 단어 앞에 지난 1년의 여러 장면들이 빠르게 지나갔다. 저녁도 주말도 없이 치열하게 보냈던 나날, 1인분의 삶을 살아내기 위해 밥하고 청소하며 자신을 돌보았던 시간, 사소한 말에 웃고 울던 마음 같은 것들이 말이다.
나는 과연 로컬에 오길 잘한 걸까? 이 경험이 어떻게 내 인생의 항로를 바꿔놓을지 아직은 모른다. 하지만 오길 잘한 것 같다. 로컬에서 살아보고 싶었고 기획자로 커리어를 전환하고 싶었는데 그 두 가지를 모두 실현시킬 수 있었기 때문이다. 콘텐츠 기획부터 제작, 교육 운영, 공간 정비와 기획 등 뜻하지 않게 다양한 영역의 업무를 경험하면서 낯선 영역에 대한 두려움도 줄었다. ‘닥치면 하게 되어 있으니 걱정하지 말자.’, ‘실패도 자산이고, 자산이 쌓이면 더 나은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다.’ 이런 마음이 한 편에 자리 잡게 되었다. 그래서 최근에 경험해보지 않은 새로운 일을 제안 받았는데 냉큼 하겠다고 했다. 1년의 시간 만큼 키가 큰 느낌이다.
소도시 창업 인터뷰에서 공장공장의 박명호 대표는 '하고 싶은 나만의 일이 있는 사람에게 로컬은 기회다'라는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전했다. 본인 역시 '내 일'을 하고 싶어서 로컬을 선택했고, 기회를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했고, 목포라는 불모지에 깃발을 꽂았다. 짧다면 짧은 경험이었지만, 나에게도 로컬은 기회였다. 지금은 로컬을 떠나지만 진짜 내가 펼칠 수 있는 나만의 무언가가 확고해지면 다시 찾아오고 싶다. 기회의 땅, 로컬에.
*인터뷰어: 김혜원(공장공장 콘텐츠 기획자)
지금까지 소도시에서 창업한 이야기를 쭉 들어 왔는데요, 때로는 듣는 것만으로도 힘들고 지치는 내용이 많았거든요(웃음). 저 같으면 목포를 떠나고 싶었을 것 같은데, 훌훌 털어버리고 다른 지역에서 새롭게 시작하고 싶지는 않으셨어요?
▶︎ 아직 떠날만한 결정적인 사건은 없었어요. ‘진짜 하면 안 되는 일’을 하지도 않았고요. 돈을 안 주거나 부당하게 대우하거나 폭력을 행사하거나 하는 일들이요. 최악을 겪지 않아서 이어갈 수 있었어요.
만약 목포를 떠나 다른 지역에서 일하고 싶다면 어디에서 일하고 싶으세요?
▶︎ 로컬에서 일하면서 다양한 지역을 다니게 되는데 최근에는 강릉이나 부산, 하동 쪽이 좋아 보이더라고요. 목포랑 환경은 비슷한데 조금 더 기회가 많은 지역이라는 느낌을 받았어요.
어떤 기회가 많다고 느껴지셨나요?
▶︎ 우선 관광지로 유명한 지역이다 보니 인지도가 있고, 덕분에 사람이 많이 몰리는 것이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인재가 모여있고 협업할 사람이 많은 건 큰 장점이거든요.
여러 지역을 다녀보셨다니 궁금해지는데요, 정착할 지역을 선정할 때 고려할 점이 있다면 뭘까요?
▶︎ 자신이 원하는 게 뭔지 정확히 인지하고 있어야 해요. 그래야 지역의 특성이 나와 맞는지 알 수 있거든요. 특히 그 지역의 어떤 점이 나에게 ‘최악’이라면 그쪽으로 가면 안 되겠죠. 저는 제주에서 일했던 적이 있었는데요, 교통편이 불편하고 주변에 편의시설이 없는 게 힘들더라고요. 그게 저에게는 견디기 힘든 점이었던 거죠. 그래서 제주를 떠나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럼 앞으로 얼마나 더 목포에서 일할 것 같으세요?
▶︎ 사실 저에게는 지역이 크게 의미가 없어요. 다만 우리가 만들고자 하는 사업적인 생태계가 구축된 모습이 궁금해서 여전히 여기에 있는 거거든요. 코워킹스페이스, 식당, 스테이, 교육, 여행 이런 게 다 있는 가상의 사회가 생겼을 때 과연 어떻게 변화할까, 어떤 모습이 펼쳐질까 무척 궁금해요. 그 모습을 보고 나면 다른 일을 해보고 싶어요.
말씀하신 것처럼 공장공장은 목포에서 코워킹스페이스, 식당, 스테이 등 공간 기반의 비즈니스를 만들어왔어요. 커뮤니티로 운영되는 ‘괜찮아마을’도 초기에는 공간 기반 비즈니스로 기획되었고요. 다른 로컬 기업도 공간을 활용하여 사업을 확장하는 경우가 많은데, 어떤 이유 때문일까요?
▶︎ 공간은 당장 돈이 되거든요. 투자를 받아 여유가 있지 않은 이상 당장 돈이 되는 부분에 자원을 투입해야 하죠. 그리고 지역에 인프라가 부족하기 때문에 인프라를 먼저 구축해야 하는 부분도 있고요.
공간을 구축한다고 해도 사람들이 와야 돈이 될 텐데요, 사람들이 로컬에 관심을 갖고 오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 역량 있는 사람들을 모으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역량 있는 사람들이 모이면 그 사람들 때문에 또 사람이 모이거든요. 그러면 기회가 생기고, 시장이 생기고,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비즈니스가 되는데 이런 구조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편이에요.
굉장히 장기적이고 거시적인 관점으로 말씀해주신 것 같아요. 조금 더 단기적이고 빠르게 효과가 나타나는 방법도 있을까요?
▶︎ 브랜드를 만드는 걸 고민해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저는 좋은 브랜드를 만드는 사람이 사람들을 불러 모은다는 가설을 세우고 일을 해왔는데요, 조금씩 검증이 되는 시기를 보내고 있거든요. ‘어떤 공간을 만들어야 하는가?’보다는 ‘어떤 브랜드를 만들 것인가?’에 대해 고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브랜드를 만드는 것 역시 시간이 걸리는 일이죠. 로컬에 사람을 모으는 조금 더 빠른 방법은 없나요?
▶︎ 팝업 프로젝트를 진행해보는 걸 추천해요. 무상으로 빌려 쓰고 있던 오래된 여관 ‘우진장’을 스테이로 만들려고 했던 이유가 팝업 프로젝트 때문이었거든요. 과거에 ‘우진장’에서 진행했던 팝업 프로젝트의 만족도가 상당히 높았는데 건물이 너무 노후되어서 참가비를 비싸게 받을 수 없었어요. 그러니까 프로젝트가 돈이 안 되고 결국 사업화할 수 없었거든요. 그래서 ‘공간만 정비하면 사람들이 오지 않을까?’ 하는 가설을 세웠고 ‘우진장’을 고쳐서 ‘스테이 카세트플레이어’로 만들었는데 사람들이 제법 많이 오고 있어요. ‘우진장’이 브랜드가 되었다고 하긴 어렵지만 돈은 되더라고요.
로컬 활성화를 위한 공공과 민간의 역할, 로컬의 흐름, 인터뷰어가 정리한 인사이트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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