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에게 풍기는 것은 향기인가요? 냄새인가요?'
여기는 운수업 사무실.
A기사님이 사무실로 들어온다.
목욕탕 스킨 향기가 거리만큼의 시간차를 두고 내 코끝을 점령한다.
스프레이형 파스 버금가는 타격감이 코끝을 지나 나의 두 폐를 때린다.
A기사님은 목욕탕 스킨 향을 몰고 다니신다.
아마도 저 스킨은 얼굴을 넘어 전신 구석구석에 도포되었을 것만 같다.
목욕탕 정기 회원이실까? 매번 그 향을 가득 풍기고 다니는 걸 보면 그래야 맞다.
아니면 집에 구비된 데일리 스킨로션세트가 목욕탕의 제품과 같은 것일 테다.
'왜 대부분 남자목욕탕의 스킨로션은 같은 향일까?
영업사원이 너무도 영업을 잘한 것일까?
아니면 영업은 전혀 필요 없는 극강의 가성비인 걸까?'
'창문을 열어야 할까? 그냥 조용히 화장실 다녀오 듯 나갔다 올까?'
그래 글을 쓰자.
가슴을 시큰하게 만드는 저 향에 동화되어 버려서 무감각해질 때까지.
죄가 없는 저 향을 글로 휘발시키자.
때론 개인의 영역이고 때론 불특정 다수의 공간인 영업용 자동차. Taxi.
교통안전관리자인 나는 주기적으로 차량점검을 한다.
자동차 문을 열면 그 안은 주인장에 따라 다른 향이 풍긴다.
어느 차는 싱그러운 꽃향이 난다.
유리병 속에 담긴 긴 막대를 타고 올라와 공기 중으로 유유히 몸을 던지는 녀석들의 것일 테다.
녀석들은 주인장의 노고가 담긴 땀냄새도, 잠시 머물다간 누군가의 채취도 희석시켜 줄 것이다.
잠시 코 끝에 봄기운을 건네준 시간이 향기롭다.
반면 하루 이틀이 아니고 공유한 시간만큼 켜켜이 누적되어 있는 것 같은,
노고의 흔적이 그대로 쌓인 향(?)이 나는 차가 있다.
차문을 열고 차량 실내 점검을 하려다 고개가 돌아 나온다.
잠시 고개를 차밖으로 빼고 시간을 둔다.
안에 녀석들이 빠져나오고 밖의 신선한 공기가 대체 될 수 있도록.
오랜 시간 누적된 향은 바깥 공기에도 쉽사리 사라지지 않는다.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호흡을 멈춘 채 빠르게 차량 점검을 마친다.
어느 때보다 신속한 나의 수행력.
내가 생각해도 빨랐다.
나의 상상력은 주인장의 주거 공간까지 침입했다.
방 안에 놓인 재떨이. 널브러진 옷, 발만 속 빠져나온 채 형상을 유지한 양말.
세탁기를 거치지 않고 다시 주인의 발로 갈지 모르는 녀석.
아 상상을 멈추고 싶다.
향기는, 냄새는 그 사람의 일상을 머금고 있다.
그분들의 삶을 감히 나의 코 감각 하나로 판단하려는 것은 절대 아니다.
단지 누군가의 향은 반갑고, 누군가의 향은 나를 한 발짝 뒤로 물러나게 한다.
향은 다르지만 그분들의 노고에 박수를 보낸다.
독자님의 향기는 어떤가요?
잠시 뇌를 환기하는 시간이었습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