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결혼의 어려움
러시아 국적의 그녀와 결혼하기로 했다.
한국인과의 결혼은 쉽다.
혼인신고도 쉽다.
국제결혼은 어렵다.
러시아 여자와 결혼하면 혼인신고는
어느 국가에서 먼저 해야 할까?
러시아 관련 커뮤니티를 찾아봤다.
1. 한국에서 먼저 해도 된다.
2. 러시아에서 먼저 해야 한다.
한국에서 먼저 혼인신고를 하면
러시아에서 받아주지 않는 경우가 있단다.
이미 혼인 상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혼 절차를 밟고 다시 신고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정말 집요하게 알아봤다.
그녀가 러시아 작스(가족관계등록소) 몇 군데에
문의한 결과 한국에서 먼저 해도 된다는 결론을 얻었다.
반신반의했지만 정부기관이니 믿을 수밖에 없다.
꽃피는 4월 그녀와 시청을 찾았다.
내 신분증, 그녀의 러시아 신분증과 여권을 챙겼다.
러시아 여자와 혼인신고를 한다 하니
직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다.
서로 대화를 나누고 관련 자료를 찾아본다.
갖가지 서류를 작성했고 1주일 후 혼인관계증명서를 받았다.
당시 그녀는 외국인등록증이 없던 상태라
혼인관계증명서에 외국인번호(주민등록번호)가 없었다.
차후에 이걸 수정하느라 고생했다.
러시아 혼인신고는 더 복잡하다.
먼저 한국에서 받은 혼인관계증명서를
번역하고 공증 받았다.
아포스티유(공증)라고 하는데
한국 공문서가 협약국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제도다.
이걸 받으러 서울에 있는 재외동포청까지 다녀왔다.
공증받은 혼인관계증명서를 들고
그녀가 러시아로 돌아갔다.
러시아 작스에 들러 또 갖가지 서류를 내고서야
겨우 혼인신고를 할 수 있었다.
한국이라면 며칠도 안 걸릴 절차가
몇 달을 끌고서야 마무리됐다.
결혼식 후 한국에서 살기로 했다.
그녀가 한국에서 살려면 비자가 필요하다.
결혼비자(F6)를 받는 것 역시 쉽지 않다.
먼저 우리의 관계를 증명해야 한다.
사기, 위장 결혼이 아닌지 입증해야 한다.
어떻게 만나 결혼에 이르렀는지 상세하게 설명해야 한다.
함께 찍은 사진, 주고받은 메시지, 기타 등등을 첨부해야 한다.
보고서 형식으로 첫 만남, 데이트, 여행, 가족 만남 등을 적었다.
또 어떻게 대화하는지 입증해야 한다.
한국어, 러시아, 영어를 비롯해 어떤 외국어든
서로 소통이 된다는 걸 증명해야 한다.
우리는 영어로 소통한다.
주고받은 영어 대화 메시지를 캡처해서 첨부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모스크바에 있는 주러한국대사관을 찾아
인터뷰를 진행했다.
영사님과의 인터뷰로 그녀의 영어실력, 연애과정 등을
설명해야 통과할 수 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내가 발급받을 수 있는 거의 모든 서류를 떼야한다.
한 20가지 되는데 대사관 홈페이지를 보면 자세하게 나와있다.
소득, 직업, 거주지, 재산 등 안 보는 게 없다.
복잡한 절차 때문에 행정사의 도움을 받는 커플도 있다.
행정사가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어려움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는 잘 모른다.
분명한 건 서류작성, 발급은 스스로 해야 한다.
난 모든 걸 혼자 했다.
양국 혼인신고
비자 발급 준비 및 인터뷰
위 두 가지를 마쳤다.
그럼 60일짜리 단기 비자가 나온다.
결혼식 후 그녀가 한국에 입국하면
60일의 기간이 주어진다.
이 기간 내에 외국인출입국관리사무소를 방문해
정식 비자를 받아야 한다.
사회통합프로그램을 이수하면 1년+1년
총 2년이 주어진다.
서울까지 가 프로그램을 들었다.
비자기간은 담당 직원의 재량이다.
그러니 괜히 싸우거나 밉보일 필요가 없다.
짧으면 1년 길어야 2년을 준다.
임신했거나 자녀가 있으면 3년을 주기도 한다.
운 없으면 매년 비자갱신을 해야 한다.
어렵진 않지만 굉장히 번거롭다.
날짜에 맞춰 외국인출입국관리사무소를 방문해야 하고
서류도 준비해야 한다.
국제결혼하면 모든 게 즐겁고
재밌기만 할 줄 알았다.
외국인 한 명 국내에 들이는 게
얼마나 힘든지 깨달았다.
재밌는 건 우리나라는 그나마 쉬운 편이다.
러시아는 10배 이상 더 어렵다고 한다.
그녀가 한국에서 살기로 해 다행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