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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쓰장 Oct 25. 2022

꿈속 여행

하늘 소풍 길...

먼 길을 자전거를 타고 어디로 가는 중일까?

많은 교통수단을 뒤로하고 자전거로 달려야 하는 절박함이 느껴졌다.

잠결에도 느낄 수 있듯 꿈속에서 헤매는 길이 아득하게만 멀어진다.

다리를 무겁게 잡는 힘에서 벗어나려 발버둥 치면서 어느 곳으로 내달리고 싶은 걸까?

혹시 그 자리에 더 머물고 싶어서 일부러 페달을 밟은 다리에 힘을 빼고 있는 건 아닐까?

  

꿈속 무의식 중에도 의식하듯 바라는 것에 대한 간절한 마음을 인식하고 있었다.

현실에서 소망하는 것들이 꿈속까지 이어지나 보다.

꿈에서 깨어나면 어떤 내용인지 모든 기억이 날아가 버리겠지만,

사후세계를 경험하는 일이 이렇게 다가오는 것은 아닌지 문득 궁금해진다.


가을 색이 한창인 일요일 늦은 저녁 시간에 지인의 어머님 장례식장에 다녀왔다.

50대 나이는 세월에 밀려 장례식 상주가 되는 일이 자연스러운 시기이기도 하거니와, 갑작스러운 부고 연락에도 때가 되니 예정된 장소 방문이 그리 놀랄 일은 아니다.

가족의 장례를 치르는 일은 애통하고 힘든 일이겠지만, 상주들을 위로하러 가는 사람들 표정은 잠시 근엄할 뿐 오랜만에 만날 때에는 이 시간이 더러는 서로의 안부를 묻는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고인께서 가시는 순간까지 가족들을 배려하여 슬픔을 잠시 내려놓게 만드느라 이런 장소와 시간을 허락해 주신 것이리라.


함께 간 지인들과 나눈 대화들이다.

"우리도 죽음의 길로 점점 다가가는 중입니다.

그 시간을 알 수 없으므로 살아가고 있는 거지요.

혼자 사는 사람은 1주일에 꼭 한 번은 가족과 통화를 해야 하고,

잠깐 집을 비우는 경우가 생기면 반드시 목적지를 문자라도 알려 놓아야 안심할 수 있어요."


"맞아요. 태어나는 시간은 순서가 있지만 가야 할 순서는 정해지지 않았죠.

가야 할 시간을 알고 있다면 불안해서 그 시간이 더 앞당겨질 것 같아요."


언덕에 있는 장례식장 건물에서 밖으로 나오자 아래로 쭉 뻗은 길이 보였다.

늦은 저녁 희미하게 밝혀둔 등불과 나지막하게 조성된 나무들이 차분한 모습으로 양옆으로 나열해 있었다.

마치 고인의 마지막 발길을 어둡지 않게 비추고 빛을 따라가시도록 배웅하는 모습이었다.


꿈길을 따라가다 이승에서의 기억이 가물가물해질 무렵 깊은 잠에서 깨어나면 신께서 마중 나와 계시리라.

하늘로 소풍 길에 나서는 고인에게 평안한 안식을 허락하여 주실 것을 믿는다.


고개를 돌려 뒤돌아보니 불 밝힌 장례식장 건물이 컴컴한 어둠 속에 더욱 환하게 다가왔다. 나의 소풍 길은 어떤 모습일지 상상해 본다. 내가 걸어왔던 발자국을 거슬러 과거 여행길에 나서본다. 남아있는 미래의 길에는 어떤 발자국을 찍어야 할지 잠시나마 경건한 마음으로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오늘 아침은 눈부시게 빛나는 가을 햇살과 단풍 낙엽이 내 출근길을 재촉한다.


'하늘 소풍 길에도 단풍이 곱게 물들어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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