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부터 감을 잃을 것 같았다.
이전 글에서 우리는 서로 아이템을 새로 찾아보자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아이템을 찾다가 계속해서 보안방범 쪽 아이템이 계속해서 머릿속에 거슬렸다. 그러다가 갑자기 팍! 머리에 브랜드 로고부터 콘셉트 진행 방향성이 그려졌다. 나의 직관이었지만 이전 회의에서 이쪽 카테고리가 아직까지 블루오션 비슷하다고 생각이 들었기에 왠지 모를 확신이 생겼다. 그래서 바로 이런 식으로 브랜딩 해서 진행하는 건 어떨까? A에게 물어봤다.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 빠르게 결정했나 후회가 약간 된다. 그래도 검증을 통해 우리가 진입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알게 되었기 때문에 후회는 없다. 약간의 시간만 아까울 뿐.
어쨌거나 A의 말대로 내가 생각하는 구상을 설득력 있게 '시각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준비를 했다.
그리고 사실 이때 깨달았던 것은 내가 구상하는 것들이 A에게 약간의 느낌이 전달될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다. 당연하다. 근데 난 당연한 것도 조금 늦게 알아차렸다. A가 나한테 저런 식으로 말했어도 나도 저렇게 반응할 것이다.
그래서 앞으로 내가 머릿속에 그리는 그림이 있다면 그것을 시각적으로 보여줘야겠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실 어학원 마케팅 근무를 하면서 학원 방향성, 브랜딩 같은 부분은 해봤다. 하지만 이것은 남의 사업이다. 내가 아무리 잘해봤자 남에게 돈을 벌어다 주는 꼴이다. 내가 시간과 노력을 갈아 넣어 봤자 미친듯한 성과가 나오지 않는다면 나의 페이는 똑같으며, 나의 브랜드 가치는 쌓이지 않는다.
그래서 처음으로 내 사업이 될 '예정'인 제품에 대해서 브랜딩을 해봤는데 조금 두근거렸다. 마인드맵으로 작성하고 글로 정리를 하면서도 뭔가 망설여지거나 확신이 안 서는 순간이 많았다.
나는 ppt 활용은 할 수 있지만 디자인 능력이 정말 시간이 갈수록 구려지는 것 같아서 마인드맵으로 생각을 정리하며 브랜딩을 진행해봤다. 각 잡고 분석하며 브랜딩을 하지는 않았고 아주 기초적인 뼈대만 잡는 것을 목표로 진행했다.
나름 어떻게 진행하면 될 것 같다는 내 머릿속 그림이 조금씩 구체화되고는 있었지만 뭔가 명확해지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래서 이 방범용품 시장과 관련해서 3C 분석도 함께 진행했다.
3C 분석을 하니 만약 우리가 이것을 진행한다고 했을 때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고, 어떤 식으로 시장을 결합하여 몸집을 불려 나갈지 눈에 들어왔다. 이것이 체계적 작성의 힘인가 싶었지만 똑똑한 사람들은 이렇게 작성 안 하고도 머리로 바로 계산이 가능하겠지.
어쨌든 브랜딩을 완성했고 다음 회의에 발표를 했다.
어느 정도 괜찮은 반응을 예상했지만 A에게 나의 머릿속에 있는 그림을 제대로 설명하기에는 부족했나 보다. 나는 단순히 원룸 방범에 국한하지 않고, 전체적인 방범 시장을 예상하여, CCTV, 일산화탄소 측정기? 같은 것까지 생각하며 제품의 방향성까지 가져갔다. 하지만 A는 원룸에 관련해서 뭔가를 만들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피드백이 오고 가는 과정에서 뭔가 이 방범 제품에 메인 상품이 없다는 것을 알아차리기 시작했다. 우리가 보고 진입한 제품은 일주일 판매량이 10건? 정도밖에 나오지 않았고, 아무리 디자인을 예쁘게 한다고 해도 생김새 자체가 직관적으로 긍정적인 이미지를 불러오는 것도 아니었기에 어딘가 매력적으로 느껴지지 않기 시작했다.
시장 자체는 매력적이지만 여기에 관련해서 뭔가 특이하고 참신한, 직관적으로 가지고 싶다는 그런 제품은 없었고 이 시장에서 살아 남기 위해서는 특이한 아이디어 제품을 소싱하거나 우리가 개발하여 판매하는 수밖에 없다는 것을 어렴풋이 느껴졌다.
이건 나의 개인적이고 확신이 없는 생각이었기에 A에게 강하게 말하지는 않았다. 그래도 이왕 브랜드의 기초가 준비되었기에 각자 개인적으로 브랜딩을 제대로 준비해보기로 했다.
각자의 브랜딩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다음 글을 읽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