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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achingSonnet Feb 27. 2024

배우에 대한 단상 1편

10년간 1000명의 배우를 만났지만 아직도 



너 진짜 배우 할 거야?


왜 배우인데??



라는 질문은 거어어업나 많이 받았다.



그때 참 저 질문들이 서운 했다.


질문만으로도 서운했다. 앞 뒤 아무 말 안 붙여도 서운했다 ^^


배우 하지 말라는 말 같아서ㅋㅋㅋㅋㅋㅋ 나의 정체성을 의심하게 하는 말이니까, 가끔은 "네가 배우를? ㅎ"처럼 들려서,



근데 10년 가르쳐보니 저 질문 조온나 하고 있다... 그리고 저 질문을 했던 교수님 연출님 선배님들을 너무나도 이해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질문의 의도는 매번 다르긴 하다. 



배우에 대한 단상.



이 거창한 제목을 생각보다 너무 빨리 써서 쓰면서도 살 떨리는데...(이미 후회 중) 


일단 저 질문들은 나를 여러 번 포기하게 하고 여러 번 다시 배우 하게 만들었다. 


첫 번째로 정말 존경하는 스승님이 나에게 너 진짜 배우야? 배우 할 거야? 연기선생님 하는 게 어때?? 연출하기엔 성격이 애매하고...라고 말했을 때 겁나 서운했다. 1학년때 듣기에는 서운한 말 맞잖아요 ^^;;



일단 그때 그 선생님의 말의 의도는 내가 선생으로서 재능이 있다는 의미였다는 거에 지금은 감사하고, 결국에는 내가 선생님 될 수 있게 너무 많은 도움을 주신 분이었기 때문에, 저 말들이 진심이었다는 게 느껴졌다.



그리고 내가 어떠한 공연을 했을 때, 그 공연이 한국에서는 제법 유명한 극장에서 좋은 평으로 끝났을 때, 공연 끝나고 그 선생님이 "배우의 심장은 너밖에 없더라, 너 결국 할 줄 알았다."라고 툭 한마디 던지고 가셨는데, 그때 묘한 감동이 다가왔다.



그리고 너 배우 할 거야?라고 물어본 이유는, 그런 말 들으면 오기로 더 배우 해낼 애 같아서 얘기하신 거라고 하셨다. 



여기까지는 뭔가 감동적이고 내 자랑 같지만


그 외에 다른 사람들은 사실 악담이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대부분이 너 따위가?라는 뉘앙스를 풍겼다. 



내가 경쟁률 189:1, 230:1을 뚫고 수시를 붙었을 때도, 너 그래도 배우 할 건 아니지??ㅎ 연출 쪽으로 빠질 거지? 이 이야기를 날 가르친 입시선생에게도 듣고, 뭐 학교 다니면서도 계속 들었다. 하지만 이 말이 전혀 이해 안 되는 건 아니다. 



"너 진짜 할 거야?"


그리고 나는 이 이야기를 음악 할 때도, 연기시작할 때도, 연기하면서도, 유학준비할 때도 항상 듣던 말이다. 



그때는 서운 한 게 맞지만, 왜냐면 내가 봐도 나는 답이 없는 인간이었기 때문에, 저 말을 들을 자격이 충분하다, 게다가 배역이나 작품 복까지 좋으니 선배들 눈에는 아니 꼬울 수 있었을 수도,,,....



근데 내가 가르치다 보니, 정말 매우, 이 질문을 안 할 수 없게 되었다. 그리고 나 역시 정말 많은 배우들과 제자들과 학생들과 수강생들을 서운하게 만든 장본인이다. (어제도 서운하게 한 듯)



일단 나는 정말 궁금하다.



왜 배우여야 하는지



왜 유학인지, 이 질문을 겁나한다. 



재능이 있는가? 재능이 넘쳐서 주변에서 하라고 권하는 정도인가?


재능이 없다면, 정말 이 일을 사랑하는가?


온갖 고생을 감내할 정도로 이 일을 사랑하는가?


이 두 개가 명확하지 않을 때, 나는 이 질문을 한다. 



그럼 이 질문을 받은 저는 열정도 재능도 없다는 말인가요 선생님?이라고 묻는 다면 또 그건 아니다. 저 질문이 주사처럼 필요한 순간이 있다. 학생이 필요이상으로 징징거린다면, 관두라고 말한다. 그리고 정말 힘들어하면 관두라고 말한다.



관두라고 말하는 게 굉장히 서운하거나 무책임한 말처럼 들릴 수 있는데



진짜 관둬보면 얼마나 이 일을 사랑했는지 알게 된다. 생각보다 후련하고 속 시원할 수 있다. 콩그레츄레이션. 드디어 배우를 관두셨군요 추카추카추.



나는 진짜 다 관둔 적이 있었다. 그때 몸이 말을 했다. 너 이러다 죽는다고. 그래서 결국 다시 스멀스멀 기어 나와하게 되었다. 다시 했을 때 아무도 몰라줘도 진짜 희곡 읽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더라, 익명의 사람들과 연기얘기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더라. 관둬보니까 안 하면 죽을 거 같다는 걸 알았다.



또 이 말을 하면 관두는 코스프레 한 이주 길게는 두 달 정도하고 "선생님 전 역시 연기해야 되나 봐요" ㅇㅈㄹ 하는 애들 때문에 이 경험 얘기하는 것도 별로 안 좋아한다. 근데 진짜 관둬 봐야 안다. 이 일을 얼마나 사랑했는지를 그때 아무 조건 없이 더 충실하게 된다. 



아무튼 이 질문은 내가 정말 궁금해서 "왜... 배우이지?"인 경우와 


저 질문이 필요해 보여서  "배우 왜 함?"이다.



왜냐면ㅋㅋㅋㅋ 이 질문을 제대로 스스로에게 하지 않는 경우가 매우 많다. 엄청, 그럼 어떡함 내가 해야지 ^^;; 돈 내고 나에게 조언 들으러 오셨는데 당연히 해야지?? 



그래서 차라리 연영과 입시 할 때 '저 관종이에요, 으녜인 되고 싶고, 유명해지고 싶어요.'라고 말하는 애들이 가르치기 편했다. 근데 아 저는 "진짜 연기를 좋아하고요, 학교 이름보다는 잘 배울 수 있는데 가고 싶고요. 열쩡열쩡열쩡" '근데 학교는 수도권이요, 4년 제요, 아 부모님이 4년제 좋아하세요, 그래도 사람들이 말했을 때 아는 학교였으면 좋겠네요' 이러는 애들이 모순되는 경우를 훨씬 많이 봤다. 물론 이해는 한다. 때리고 싶지만. 



그리고 요즘 번외 편으로 "왜 꼭 유학이에요?"도 있다.. 진짜 이건 질린다... 물론 여기에 나에게 유학준비하는 학생들도 있지만 정말 많은 유학지망호소인을 상담하면서 느낀 건,,, 진짜 노답들 많다.



블로그 인스타로 보면 유명인, 교수님들 유학 경험담 들으면 당연히 좋아 보이지 그 결과물까지 가는 족같음은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얼마 전에 영미권으로 천만 원 이하로 유학 가는 곳 알려달라고 해서, 본인의 커리어가 많거나, 영어 아주 잘하시면 장학금 주는 학교 몇 개 노려보세요 그거 아니면 없습니다, 없다고, 있었는데? 그냥 없어요. 하니까, 내 말은 무시하고, 직접 생생한 경험한 분의 이야기를 듣고 싶네요...라는 분을 보고 참... 답답했다. 문제는 저런 사람이 한두 명이 아니라는 거. (아니 한국도 천이 넘어요 어머니!!!!, 강남 주 2회 연기학원도 1년 다니면 800만 원이에요!!!!, 내가 지금 런던에서 라다에서 타자 치고 있는데 누가 그럼 더 생생한 얘기를 해주나요!!!)



제발, 배우든 유학이든, 본인 스스로에게 냉정한 질문 좀 하고 시작했으면 좋겠다. 아니면 조언을 구하러 와놓고 안 듣는 짓 좀 그만해라. 



한예종 지원자 6천 명 넘을 때 교수님을 사석에서 뵌 적이 있는데, 깊은 한숨을 쉬시더라, 나는 음?? 지원자 많으면 좋은 거 아닌가? 생각을 했다. 근데 진짜 한숨 쉴만하다. 음악, 미술을 했던 사람으로서 음악, 미술은 기본 입문장벽자체가 매우 높다. 솔직히 본인이 내가 음악을? 미술을? 에에?? 하고 처음부터 진입을 안 한다. 근데 연기과는 ㄹㅇ 어릴 때 명절날 친척들에게 어이구, 인물 좋네, 배우해야 쓰겠네 소리 들은 애들은 다 지원하는 거 같다. 그냥 입에서 한국말 나오면 지원하는 듯. 이 말이 지원자 비하하는 말처럼 들릴 수 있지만, 이 말에 기분 나쁘다면 본인 잘못이다. 본인이 저런 사람이 아니고 왜 배우인지 진지하게 질문하고 시작한 사람이라면 기분 나쁠 이유 없다. 


암소소리, 벗알러뷰, 근데 다 거짓말.



그래서 나는 '열정'이라는 단어 안 믿는다. 저건 입에서 나올 단어가 아니다, 그냥 그 사람에게 보이는 거지.  오히려 저는 열정이 없는 거 같다고 질문하는 애들이 이 일을 더 사랑하니까 저런 질문을 하는 경우를 봤다. 이러면 또 열정 없는 코스프레 하는 사람 생길까 봐 걱정인데, 제발 관둬요 좀. 



유학도 마찬가지다. 나는 영어도, 머니도 준비 안 된 채로 유학을 시작한 사람이었다.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으로 보임과 동시에, 많은 사람들 눈에는 노답으로 보였을 거라 생각한다.(유학 얘기 했을 때, 가지 마!! 하신 교수님이 생각난다.) 그리고 지금은 반대로 아무것도 준비 안된 채로 나에게 유학 상담 오는 경우도 굉장히 많다. 그런 사람들에게 나는 단 한 번도 성의 없는 상담을 한 적이 없고, 상담료도 받은 적이 없다.(앞으로 받을 거임) 그리고 그 사람들이 유학을 가지 않더라도 지속적인 관계 유지 (카톡 주고받는 정도지만)를 하고 있지만, 내가 단칼에 거절하는 경우는 진짜 노답인 경우다.




             영어가 안 되나요? 그럼 공부해야 한다. 지금부터.            


             돈이 없나요? 먼 친척들까지 연락해서 빌릴 궁리 해야 한다. 불법 빼고 다 알아봐야 한다. 진짜 가고 싶으면           


             연기경력이나 연기 배운 적이 없나요? 그럼 배워야 한다. 가깝게는 내가 가르칠 수 있고, 내가 싫으면 인터넷에 검색해서라도 배워라.            




근데 세 개 다 안 하고 갈 방법 알려달라는 경우는 그냥 대화를 종료한다.(에이 그런 사람이 어딨 어요? -> 굉장히 많다.) 더 노답은 저래놓고 목표는 라다, 람다, 줄리어드, 예일대, 뉴욕대 (+장학금)이란다...



그럼 내가 정말 별수가 없다 ^^;  기본적인 검색도 안 하고 온 거까진 이해해도, 그리고 쉽게 입학하는 방법까지 원한다... 언제 관둘 거예요 정말? 



이 블로그가 드라마스쿨, 액팅스쿨, 연기유학 검색하면 바로 상단에 뜨는 고품질 블로그가 어느새 되어버렸는데. 제발 유학 알아보려고 어쩌다 이 글 밟으셨다면 제발 보세요.



유학 절대 불가능 한 일 아닙니다. 저는 정말로 ABCD밖에 몰랐고, 통장에 20만 원이 전재산이었고 30대에 시작했습니다. 모두가 안된다는 말 했을 때 그냥 쪽팔려하면서 숨어서 계속 준비하고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근데, 절대 쉬운 일도 아닙니다. 제가 하니까 쉬워 보이나요? ㅠㅠ?????? 한국은 안될 거 같으니까 영국 미국 간다? 네??????? 유학원 블로그에서 당신도 미국 명문대 갈 수 있습니다! 하는 글 보고 오셨나요??? 그럼 거기로 가세요!!!!



배우도 마찬가지이다, 자신의 재능, 열정의 온도를 생각해 보자. 정말 자신이 수입도 없고 하찮을 때에도 이 직업을 사랑할 수 있는지 보자. 



나는 정말로 유학 처음 마음먹을 때 각오였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유학 갔다 와서 백수 되어도 상관없다는 마인드다. 아니 뭐  배우 어려우면 영어 공부 열심히 해서 어학원에서 영어수업 해야지, 유학원에 취직해야지. (저 직업들도 쉬운 거 아니라는 거 안다) 이 생각하고 있다. 나는 내가 연기를 하고, 배우를 하고, 연기를 가르칠 수 있고, 배울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가장 중요하다. 이러면 열정맨 같지만 진짜 저게 전부다. 



근데 자신의 목표가 최민식, 이병헌이면 그렇게 살면 안 된다. 빨리 정해야 한다. 아마추어 시민극단에서 연극하면서도 충분한 행복을 느끼는 사람이 있고 자신의 목표가 국립극단이면, 할리우드이면 이야기는 매우 달라진다. 그러면 그에 합당한 노력과 각오+ 재능이 필요하다. 





선생님 그러면 저는 연기를 가르치는 일을 하고 싶어요. 


말 한번 잘했다. 좋은 선생은 네가 되는 게 아니야! 좋은 제자들이 만들어주는 거지! 









친구 카페에 놀러 왔는데 크루아상이랑 아메리카노 줬다. 공짜로. 




아무튼 최고의 예술형식 ABA'로 끝내보자면



배우를 왜 하는지 질문해야 한다. 세 질문 중 하나만 예스라고 대답해도 난 좋다고 본다. 



재능이 있나? (재능이 엄청난 걸 이야기하는 건 아니다. 이미 작업을 하고 있고 자신의 오디션 레퍼토리도 있고 연기로 먹고살고 있다면 어느 정도 입증이 된 거라고 난 생각한다. )


재능이 없다면 이 일이 아무리 하찮아져도 꾸준히 사랑할 마음이 있나? (기약 없는 백수생활, 가족의 눈치 보다 연기를 사랑하나?)


재능이 없다면 열심히 할 준비는 되어있나? (이건 내가 정확히 본다.)



저거에 다 해당 안된다면 그냥 가능성에 취한 예술지망호소인으로 사는 수밖에. 






역시 오늘도 단순한 이야기로 시작해서 딴 얘기로 갔다가 시작해서 급발진으로 끝난다. 


제목을 잘못 지었지만 바꾸기 귀찮다 그냥 업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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