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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yj Jan 28. 2024

루키즘 lookism

  Ellis(1936)는 아름다운 신체를 가진 사람들은 외모를 가꾸고 드러내지만 반대로 열등하다고 느끼는 사람은 자신을 드러내기를 꺼린다고 하였다. 이러한 이유로 Rudd & Lennon(1994)은 사회에서 우선시되는 이상적인 외모가 내면화되고, 이를 바탕으로 타인과 자신을 비교하며 평가한다고 하였다. 따라서 외모라는 또 다른 차별요소가 사회에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2000년 8월 뉴욕타임스의 칼럼니스트 William Safire는 기존의 인종․성․종교가 아닌 신체가 새로운 차별요소로 등장했으며 이를 '루키즘(lookism)'이라고 하였다.

  우리는 12년의 의무교육을 통해 외모보다 내면의 아름다움의 중요성을 배웠지만 안타깝게도 사회는 외면에 초점을 둔 산업으로 발전해 왔다. 외모는 사람들에게 판단의 기준을 제시했고, 돈을 만들어주며, 괜찮은 이성을 만나기 위한 수단이자 무기가 될 수 있었다. 젊은 남성의 외모관리 실태와 인식을 조사한 설문조사(UnivTommorrow, 2019)에서는 1년 내 외모 관리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대상자가 전체 92% 이상으로 외모는 더 이상 여성에만 국한된 산업도 아니다. 미국 투자전문매체 Insider Monkey는 한국을 인구 1,000명당 8.9명이 성형수술을 하며 전 세계에서 가장 성형수술을 많이 하는 나라로 지목하였고 실제로 곳곳에 외모를 가꾸고 평가하는 상품들이 넘쳐나고 있다. 그러니 우리는 루키즘이라는 새로운 이데올로기를 벗어날 수가 없다.

  루키즘(lookism)은 ‘look’과 ‘ism’이 합성된 단어로 외모지상주의를 의미한다. 모든 동물들은 이성에게 잘 보이기 위해 나름의 외모를 가꾸고 과시한다. 하지만 그들의 허세와 과시는 종족의 번식이라는 한정된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다. 인간만이 유일하게 자신의 신체와 정신, 사회에 영향을 줄 정도로 외모에 집착한다. 특히 우리 사회는 조금 과하게 집착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렇게 외면이 아름다워지는 동안 내면은 어떻게 되었을까? 한국이 OECD국가 중 자살률 1위라는 것은 더 이상 놀랍지 않다. 혼자 사는 사람  10명 중 8명은 '고독사 위험군'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고독사의 5명 중 3명은 만취 상태였다고 한다.  

  평균 수명이 늘어나고, 사회적으로 향락할 수 있는 다양한 문화가 발전하고, 혼자서 즐길 수 있는 놀이도 많아졌다. 하지만 우리가 아름다운 외면에 집착하는 동안 스스로의 고독과 외로움은 방치된 채로 지나가고 있었다.

 

  인간은 한정된 시간을 살아가는 존재이다. 내가 방치한 시간 속에 얼마나 많은 외로움들이 존재하고 있는지 이제는 알 때가 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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