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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인남 Nov 29. 2022

상대방의 말을 먹는 불쾌한 사람

병먹금(병신에게 먹이 금지)해야 하나?

나는 나름 일반적이며 상식이 있고, 예의 바른 교양 있는 사람이다.(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자신감이란 말인가?) 아, 교양 있는 사람들이 두루 쓰는 현대 서울말을 사용하지 않으니, 교양 있는 사람은 아니지 않나? 여하튼 나는 상대방을 대할 때 가급적이면 그 사람의 기분을 고려해서 대하거나 대화를 한다. 부정적인 표현으로는 눈치를 많이 보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내 태도의 장점은 거의 모든 사람들에게 첫인상이 굉장히 좋은 편이며, 오랜 관계를 유지하더라도 "보면 볼수록 진국이네."라는 평을 많이 듣는다. 왜 뜬금없이 자기 자랑을 늘여 놓는다는 불만 가득한 생각을 할 수 있겠지만. 이는 내가 이때까지 한 사람에게 겪은 억울한 감정을 토해내는 한편 나는 정당하다고 주장하기 위한 밑 작업이었을 뿐이니까.


그 사람은 내가 있는 부서에 나보다 높은 직급으로 입사를 했다. 그러나 골치 아픈 것은 나보다 나이가 어린 사람이었다. 처음에는 기존에 내가 있는 공간에 이 사람이 들어오는 것이니, "기싸움을 좀 해봐?"이런 생각도 했었지만 그래도 나름 평화주의자다 보니 그래도 좋게 대하기로 마음먹었다. 그 사람이 나이 많은 부하를 존중해준다면, 나도 보기 좋게 상관으로 대우해주려고 마음을 먹은 것이다. 그런데 웬걸? 첫 만남부터 뭔가 내 마음 저 깊은 곳에 숨죽이고 있던 '빡침'의 영역을 자극하는 사람이었다. 


그 사람은 상대방이 하는 말을 안 듣는 것 같다. 내가 일부러 서글서글하게 말을 붙이려 질문을 했는데 바로 옆에서 얘기를 했는데도 대답을 안 하는 것이다. 철저하게 무시당하는 기분, 느껴본 적이 있는가? 업무 중간 폰을 보고 있기에 말을 붙여본 것인데, 돌아오는 것은 침묵. 이것이 한두 번이라면 이 사람이 청각이 안 좋아서 못 들었구나라고 넘어갈 수도 있는 일이거늘 어떤 때 자기가 재미있어하고 흥미로운 주제는 그 징그러운 웃음을 "켈켈켈"거리며 잘도 떠들어 대면서 자기가 조금만 귀찮다 싶으면 상대방의 말을 막 씹는?다. 평소 행실이 좋아 높은 사람들과도 친분이 꽤 있어서 사내 정치질로 한번 회사생활 힘들게 만들어 줄까도 싶었지만, 이제 자리 잡는 상황이라 어린 나이에 무게 잡는 거라는 샘 치고 인품이 좋은 내가 그래도 용서해야지 하며 넘어갔다. 


그런 후 난 부서이동이 있어 타 부서로 이동하게 되어 그 사람과는 업무상 마주칠 일이 거의 없었다. 꽤 오랜 시간 후 회식 자리가 있어서 여러 사람들이 모였는데 그 사람이 있었다. 하필 내 맞은편에 앉았나. 여하튼 시답잖은 얘기들, 남 흉보는 얘기들, 상관 욕하는 얘기들을 해가며 회식이 한창 무르익어가다. 그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 '내가 이런 사람이다.'라는 것을 자랑하는 중이었는데 한 말이 내 귀에 비수처럼 꽂혔다. " ~ 아 OO행님(나)은 나한데 말을 놓은 적이 없다아이가!" 이 말이 나에겐 이렇게 들렸다. "나는 나보다 나이 많은 사람에게도 이렇게 존중받는 상관이다."라고, 순간 화가 나서 준비 동작 없이 바로 한방 먹였다.


아, 그건 제가 선 긋는 겁니다.
(그 사람과 내 사이에 손짓으로 선을 그으며)    



그 사람의 썩은 표정, 뻥진 표정이 참 볼만했다. 지금도 난 그 사람과 개인적으로는 대화하지 않는다. 그 사람이 인사를 먼저 하면 인사하겠지만 그럴 일이 없다. 고로 절대로 내가 먼저 인사하는 일이 없다. "꼬우면 먼저 승진하던가?" 하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부하직원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가 없는 리더(그 사람은 리더의 직급은 아니다.)는 존대를 받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 사람에게도 알려주고 싶다. 표준 어법에 직장에서는 무조건 존댓말을 사용하는 것이 옳다는 내용이 등재되어 있다는 것을. 내가 존댓말을 쓰는 이유는 단순히 표준어법에 맞게 사용하는 것일 뿐이란 것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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