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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PEACE Nov 10. 2022

조지아 Day21. 마지막 밤인 걸 믿을 수 없어요

여자 혼자 조지아 여행 / 시그나기 보드베 수도원, 트빌리시 야경

10.29_2022

오늘 시그나기 날씨는 어제보다도 더 좋았다! 눈 겨우 떠서 나왔는데 이런 풍경이 보인다면 어떻겠어요? 정말 행복할 따름..


주인아주머니가 8시에 조식 준비해주신다고 해서 내려갔는데 늦잠을 주무신 거 같았다ㅋㅋㅋ 귀여우셔.. 우리도 늦게 일어났기 때문에 8시 30분에 밥을 먹었다. 누가 차려주면 또 잘 먹죠.. 근데 오라비랑 나랑 둘 다 낀지(고수) 못 먹어서 정체불명의 낀지 볶음은 다 남겼다.


씻고 나갈 준비 다했는데 갑자기 카드 게임함. 사실상 동률인데 마지막 판을 지니까 아주 루저가 된 기분이었다. 다음에는 안 봐줘야지..^^


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도 너무 좋아서 한참 밍기적 거리다가 나갈 준비를 했다.


짐을 맡기고 어제 원래 갔어야 할 보드베 수도원으로 걸어갔다. 약이 독한 건지 아주 잘 들어서 오늘은 걷기도 괜찮았음. 보드베 수도원 가는 길도 정말 예뻤다.


수도원 너무 예쁘지 않나요.. 근데 우리 둘 다 크리스천 아니라서 안에는 안 들어갔다.


그리고 생각보다 사람들이 정말 많았는데 다들 어딘가 산길로 막 내려가길래 우리도 일단 따라가 봤다. 마치 아이돌 콘서트에서 “이거 무슨 줄이에요?” “몰라요?”하는 사람들 마냥.. 근데 아이돌 콘서트 안 가봄.


산길 따라 내려가는 길이 꽤 길었다. 한 2-30분 내려간 듯. 우리는 계속 내려가는 거 맞아? 하면서 따라갔다ㅋㅋㅋ


내려가 보니 또 다른 수도원 같은 게 있었는데 다들 자기 목에 있는 십자가를 풀어서 문 안 쪽에 있는 물에 씻었다. 무언가 성스러운 물이고 종교적 관행인 거 같았다. 우리는 그냥 구경만 하고 다시 시그나기로 돌아가기로 했다.


말도 안 되게 좋은 날씨에 약간 꾸러기 착장 마음에 들어요^^ 신나서 걷기 시작했다.


근데 찻길로 돌아가려고 하니까 땡볕이에요.. 생각보다 오르막이에요…? 생각보다 많이 걸어 내려온 건지 갈길이 너무 멀었다.


이제 와서 돌아갈 수도 없어서 일단 계속 올라갔는데 너무 더웠다. 그때 갑자기 차 한 대가 멈추더니 “시그나기?” 이래서 일단 탔다.  혼자였으면 안 탔겠지만 남자 동행이 있으니까 이런 게 좋군요.


친절맨..

오르막이 끝나는 보드베 수도원 쪽에서 우리를 내려 주셨다. 우리가 예상한 거보다 오르막을 한참 올라와서 진짜 그분께 너무너무 고마웠다. 디디 마들로바 외치면서 내렸음


시그나기로 돌아가는 길에 예쁜 카페가 있어서 냅다 여기서 밥 먹을래? 하고 맥주랑 돼지고기랑 감자튀김을 시켜먹었다. 진짜 너무 예뻐요.


유럽 여행할 땐 오히려 '음.. 예쁘네' 이러고 큰 감흥이 없었는데 조지아 여행이 꽤나 고되었던 건지 시그나기가 객관적으로 유럽보다 예쁜진 모르겠지만 나에게는 마음이 울렁거릴 정도로 예쁘게 느껴졌다.


시그나기 돌아와서 다시 짐 챙기고 마슈로카 타러 갔다. 4시에 출발한다고 해서 가방 넣어두고 마트가서 커피 사먹었음. 약간 자판기 커피스럽군요. 그래도 맛있었다.


커피 마시면서 마슈로카 기다리고 있는데 한국인 가족분들을 만나서 이야기 조금 나누다가 4시에 출발!

트빌리시 돌아올 때는 잘 잤다. "나 차에서 잘 못 자" 한 거치고 너무 잘 자서 머쓱할 정도..^^ 오라비는 어디 가서 차에서 못 잔단 소리 하지 말라고 함 ^^..


자다가 깼는데 삼고리 역이었다. 내려서 일단 지하로 내려가 보니까 지하상가가 펼쳐져있었다. 역시 사람 사는 거 다 똑같다니까.


트빌리시도 1호선만 있는 게 아니라서 1호선 맞나 살펴보는데 벽면에 이렇게 되어있었다.


일단 각자 숙소 가서 짐 놔두고 트빌리시 야경을 보러 가기로 했다. 적고 보니 꽤나 빡빡한 일정인데 트빌리시 마지막 밤이라 가야만 했다. 마지막 밤..? 말도 안 돼..


숙소 가서 짐 놔두고 오라비네 숙소 쪽으로 가서 볼트를 탔다. (푸니쿨라 2인 비용이나 택시랑 비슷하다고 함!) 핼러윈+주말이라 그런지 차도 엄청 많고 사람도 엄청 많아서 좀 더 걸렸다.



사실 난 여기 푸니쿨라만 있는 줄 알았는데 놀이공원이었음. 약간 대구 이월드 감성이랄까요. 카멜백 타고 싶네요..


야경 보는데도 떠날 날이 다가왔다는 게 실감도 안 나고 어안이 벙벙했다. 20일 전에 트빌리시 도착해서 "너무 좋아! 너무 좋아!" 하던 나는 여전히 트빌리시도 좋고 트빌리시보다도 좋은 곳을 많이 알게 됐다. 그리고 더 알고 싶단 생각까지 했는데 조지아를 떠나야 한다니.. 한국 가기 싫어요..


좀 걷고 밥 뭐 먹을까 하다가 오늘도 염치 불고하고 민박집 가서 KFC를 시켜먹기로 했다. 어떻게 배달시키는 줄 몰라서 민박집 사장님이 주문도 넣어주셨다. 정말 감사합니다. 흑흑.. 난 조지아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정말 많이 받고 간다.


돌아온 트빌리시 하늘도 핑크 핑크

맥주랑 와인이랑 치킨으로 조촐한 송별회를 하고 숙소로 돌아왔다. 내 송별회에 왜 아무도 안 왔는지 해명 부탁해요;; 나 정말 내일 가는 거 실화입니까.. 진짜 아쉽고 또 아쉽다. 아쉽단 말 밖에 할 말이 없어서 오늘 일기는 끝.. 정말... 너무 아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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