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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PEACE Nov 21. 2022

조지아 Day23. 조용하고 짧은 알마티의 하루

여자 혼자 조지아 여행 / 에어 아스타나 알마티 레이오버, 알마티 한식당

10.31_2022


공항 코앞에서 잤었죠

오늘은 조지아 여행을 마치며 인천으로 돌아가는 길에 경유한 알마티 레이오버의 하루. 조지아는 아니지만 조지아 여행의 과정이니까요. 참고로 24간 이상=스탑오버 / 24시간 이하=레이오버라고 한답니다. 저는 22시간 30분 경유^^..


아침 8시 다 돼갈 때쯤 잠들었는데 누가 문을 꽝꽝 노크해서 깼다. 어제 결제할 때 너 몇 시쯤 나가냐고 해서 음.. 2시쯤? 이렇게 대답했는데 모닝콜 서비스(꽝꽝)를 위한 거였나 봄.


1시 50분에 일어나서 세수하고 양치하고 앞머리만 감았다. 도무지 샤워실은..^^ 희망적인 건 일회용 칫솔과 샴푸가 제공된다는 점 정도.. 라디에이터 바로 앞에 바지를 널어놓고 잤지만 역시 좀 덜 말랐음. 그래도 그냥 입고 나감. 어쩔 수 없죠. 맥주 냄새 안 나는 게 어디야. 그리고 생각보다 하나도 안 추웠다! 아스타나보다 따뜻한 듯.


돈 나와서 급하게 받느라 완전 흔들렸네요

버스비가 150텡게라고 해서 500텡게를 뽑았다. 잔돈으로 바꿔야 될 거 같아서 환전소랑 가게에 물어봤는데 다 안 바꿔줬다. 적으면서 생각해보니 1500원짜리를 잔돈으로 바꿔달라 한 거네,, 안 바꿔줄 만도.. 어쨌든 안 바꿔주길래 그냥 92번 버스로 갔다.


버스 정류장은 공항에서 나와서 쭉 걸어서 오른쪽. 공항이 종점이라 92번 버스가 기다리고 있는 게 보인다.


타서 500텡게를 내니까 러시아어로 뭐라 뭐라 말하면서 있는 잔돈 전부를 주셨다. 아마 잔돈 없다고 그러신 듯.. 주신 잔돈을 세보니까 버스비로 169라리를 낸 셈이었는데 어차피 달리 방법도 없고 한화로 100원도 안 되는 돈이어서 그냥 시내로 향했다. 내 뒤에 탄 분도 200탱게 내셨는데 뭐라 뭐라 대화하시더니 그냥 잔돈 안 받고 타셔서 그러려니 했다.


버스가 되게 노랑노랑 하다~(노란색 좋아함)하면서 보고 있는데 한 3~4 정거장 가니까 사람이 가득 찼다. 그리고 중앙아시아 국가라 그런지 한국인과 꽤 비슷한 외모를 가진 사람들도 많았다. 약간 댄서 리헤이 님 느낌 나는 친구들이나 울란우데 여행할 때 봤던 고려인 느낌이 많았음.


피곤한 와중에도 배는 고파서 숙소에서 미리 식당을 찾아서 아르바트 거리로 갔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알마티에는 한식당이 되게 많았다. 그중에 제일 괜찮아 보이는 곳으로 가봄.


메뉴도 엄청 다양하고 손님도  많았다. 근데 와이파이는  . 와이파이가 있는데 비번 알려달라니까 직원이 자기는 모른다고 했다(??) 그래서 그냥 와이파이 없는 한국인 돼서 밥에 집중했음.


그리고 내가 알마티에 고작 몇 시간 있으면서 느낀 건 알마티 사람들은 정말 작게 말한다..(?) 목청 큰 조지아에 있다 와서 그런가 택시 호객도 엄청 속삭이는 느낌으로 하고 나도 목소리가 작은 편인데 여기서 내가 만난 사람들은 정말 나보다 더더 작았다. 직원이 너무 소곤거려서 잘 못 들었지만 어떻게 주문은 했다. 매콤vs된장찌개 중에 고민하다가 어차피 곧 한국 가니까 웬만하면 맛있을 거 같은 차돌 된장찌개로 선택!


3000텡게니까 9천원 정도입니다

기대 안 했는데 맛있어서 완밥했다! 좀 짜긴 했지만 그게 못 먹을 정도는 아니었다. 예전에 아스타나 갔을 때도 (알마티 환승한 줄 알았는데 아스타나였음. 조지아 갈 때 알마티 공항 와서야 눈치챔..) 느꼈지만 K-문화가 꽤 유행인 거 같았다. 한국식으로 화장하고 옷 입은 친구들이 와서 떡볶이 나눠먹고, 어떤 친구들은 그냥 콜라만 시켜서 한참 사진 찍다가 나가기도 했다. 나올 땐 식당이 만석일 정도.


계속 k-돌 노래 나오고 한글 명언 적혀있는 것도 재밌었는데 상속자들도 틀어져있어서 좀 웃겼다ㅋㅋㅋ


스타벅스 가려고  찾고 있는데 어떤 남자애가 와서  코리안 맞냐고 물어봤다. 사실 코리안인   티 내고 다니는 스타일임^^ (가방에 태극기 배지 달고 다님). 맞다니까 엄청 놀라면서 악수하고 자기 이름 말해주면서 좋은 하루 보내라고 하고 갔다. 근데 있잖아.. 너무 소곤거려서 이름 하나도  들렸어..


아르바트 거리까지 나온 이유는 스타벅스에 가서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와이파이를 얻기 위함이었다. 알마티 공항은 와이파이가  되니까요.. 알마티 아르바트 스타벅스도 핸드폰으로 인증 번호를 받아야 했는데 조지아 유심으로는 죽어도 인증 번호가 안 왔다. 한참 시도하다 포기하고 한국 유심으로 갈아 끼우니까 인증 번호가 왔음!


5시부터 7시 반까지 스벅에만 있다가 커피도 다 먹고 화장실도 가고 싶어서 나왔다. 근데 백화점에 딸린 스벅이라 화장실 돈 내고 써야함(50텡게).


알마티는 뭔가 신기한 도시 같았다. 공유 킥보드도 많고 전기차 택시 존도 따로 있고 배달하는 사람들도 많고 은근히 기술이 발전된 곳 같은데 백화점 화장실엔 변기커버가 없는 그런..^^


막상 나왔는데 와이파이도 잃고 할 것도 없어서 2차 스타벅스를 갔다(??) 이번에는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마셨음. 분명 주문했는데 내 뒤에 주문한 얘들 것도 다 나왔는데 안 나와서 파트너를 뚫어져라 보고 있으니까 "주문은 저쪽이야^^;;"이래서 "주문했는데 안 나와서 그렇지..?" 하니까 당황하면서 뚝딱뚝딱 만들어줬다. 인종 차별은 아닌 거 같은데 여기 컴플레인 문화가 어떤지 몰라서 멀뚱멀뚱 기다렸던..


사실 일행이 있거나 한국이었으면 그냥 짐 두고 화장실 왔다 갔다 했을 텐데 불안해서 다 싸들고 나가느라 어쩔 수 없었던 2차 스벅, 혼자 여행은 꽤나 고단한 점이 있다. 92번 버스가 9시에도 다니길래 9시 19분 버스(구글맵에 꽤 정확하게 뜸) 탈 때까지 그냥 카페에 있었다.


날씨가 좋았으면 밥 먹고 바로 전망대라도 가려고 했는데 계속 비-구름-비-구름이라 가도 아무것도 안 보일 거 같아서 한국 마냥 카페에서 시간을 보냈음.


나올 때 또 화장실 가는 바람에 200 몇 탱게 밖에 안 남아서 버스 잘못 타면 큰일 나는 상황이라 기력 영끌해서 정신 차리고 버스를 탔다. 버스를 타면 원래 영수증 같은 걸 뽑아주는데 (러시아랑 조지아도 그럼) 한 번씩 검표원들이 타서 검사를 한다. 근데 아저씨가 영수증을 안 뽑아주심..ㅜ 시간이 늦어서 검표원이 안 다닐 시간이라 그런 거 같긴 한데 난 여행자이기 때문에 만약을 대비해서 진짜 딱 운전석 옆에 서서 갔다.


다시 무사히 알마티 공항. 시간이 좀 남아서 도착 홀에서 먹거리를 사 먹으려는데 카드가 안돼서 2,000텡게를 또 뽑았다. 그리고 뭘 좀 먹으려고 했는데 도착 홀에는 택시 아저씨들이 자꾸 와서 "택시..?" 하며 속삭여서 그냥 출국장으로 들어왔음.


출국장에는 대문짝만 하게 SAMSUNG 전광판이 있다. 국뽕 딱히 없는 편인데 한국 가는 마당에 보니까 꽤나 반갑고 짜증 났음. 왜냐면 한국 돌아가기 싫었기 때문에^^..


그리고 3차 스벅ㅋㅋㅋㅋㅋ스벅에 도른 자입니까.. 배고파서 샌드위치랑 레모네이드를 먹었다. 근데 또 출국장에서는 카드가 돼서 2,000텡게 그대로 들고 옴. 2,000텡게는 다음에 경유할 때 써야지!


알마티 공항은 와이파이가 안 돼서 그냥 사진 정리를 하고 있었다. 조지아 들어가며 환승할 때 한국 유심도 인증이 안 됐어서 기대 안 하고 시도도 안 하고 있었는데 혹시 하고 해 본 순간 와이파이가 된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이번에는 공항에서 와이파이를 쓸 수 있었다. 2번째 방문이라 환영해주고 뭐 그런 거임..? 이유는 모르겠다.


와이파이 덕에 시간도 잘 보내고 양치하고 세수하고 할 거 다 하고 마지막 비행 준비를 했다.


12시 35분 보딩이었는데 40분쯤 들어갔다. 지연 안돼서 더 놀람. 3-5 게이트는 아예 보딩 준비 다 되면 열어준다. 그리고 어떻게 알았는지 전혀 모르겠지만 코리아는 이쪽, 방콕 이쪽 이러면서 중간에서 한번 더 승무원들이 안내해주심!


이제 진짜 한국으로 돌아간다. 매번 여행이 끝날 때면 아쉽긴 했지만 그래도 한국에 가고 싶다는 일말의 마음이 있어서 마냥 슬프지만은 않았는데 이번 조지아 여행은 너무 짧았고 또 너무 좋아서 돌아가고 싶지 않은 마음만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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